이야기

남자의 실언

조정우 2008. 12. 14. 17:16

 옛날에 시골에 사는 어느 선비가 과거를 보러 장안에 갔는데...

 장안에서 본 것은 무엇이든지 신기했지만 가장 신기했던 것은 장안의 아름다운 기생들이었지요.

 그녀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았지요.

 그는 자신과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여인이 보고 싶어 고향에 오자마자 바로 그녀를 찾아가서 장안에서 본 것들을 말하면서 장안의 기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요.

 "세상에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았어."

 장안의 기생들의 외모를 극찬하는 그의 말에 화가 난 그녀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곳이 어딘지 가르쳐 주세요. 그들이 얼마나 예쁜지 제가 봐야겠어요."

 선비는 그의 연인이 화가 난 것도 모르고 물었지요.

 "그들을 보겠다고? 여자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여자가 기생들을 만나서 뭐하려고?"

 "저보다 더 예쁜 여자가 있다면 모두 죽여버리겠어요."

 그는 그녀의 엽기적인 말에 어의가 없어 크게 웃으면서 말했지요.

 "장안에는 선녀처럼 아름다운 기생이 수없이 많은데 어찌 네가 그들을 다 죽일수 있겠느냐?"

 "그럼 장안의 기생들이 나보다 더 예쁘다는 말이예요?"

 "내가 본 기생들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예쁘더라. 어찌 너같은 평범한 여인과 비교할 수 있겠느냐..."

 그 말을 들은 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장안의 기생들이나 찾아가세요. 선녀같은 미녀들과 잘해보세요."

 화가 난 그녀는 예전에 그가 정표로 주었던 가락지를 던진 후에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그는 재빨리 그녀가 던진 가락지를 주섰지만 고개를 드니 이미 그녀는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자신의 실언을 깨달은 선비는 결혼한 친구를 만나 조언을 구했습니다.

 친구의 조언을 들은 그는 다시 그녀에게 찾아가서 예전에 그녀에게 정표로 주었던 가락지를 돌려주며 말했습니다.

 "장안의 기생들이 너보다 예쁘다고 한 것은 내가 농담으로 한 말이다. 장안의 기생들이 어찌 너보다 예쁘겠느냐? 너는 화내는 모습이 예뻐서 내가 너의 화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농담 좀 했다."

 이 말을 들은 그녀는 웃고 말았지요.

 

 가끔 남자들은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다가 영화에 아름다운 여배우가 나오면 여자친구에게 여배우의 아름다움을 극찬하는 실언을 하는데, 그 이유는 사람이란 자신이 본 인상적인 것을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지요.

 여자친구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아름다운 여배우를 보면 '저 여배우 정말 예쁘다.'라는 말을 하게 되지만, 그러한 말은 여자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지요.

 여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가장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면 속상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