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사랑과 소유욕의 차이

조정우 2009. 1. 9. 06:50

 사랑과 소유욕의 차이는 작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하늘과 땅차이지요.

 여자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면 행복하겠지만 자신을 소유하려는 남자를 만나면 불행해지니까요.

 무엇이 진정한 사랑인지 무엇이 단순한 소유욕인지는 다음의 이야기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날 어느 시골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웃에는 젊은 남자 두 명이 있었는데, 두 남자 모두 그녀를 사랑하였지요.

 한 명은 무사였고 한 명은 선비였습니다.

 두 남자 모두 멋진 남자였기 때문에 그녀는 둘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지요.

 '둘 중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무사는 그녀에게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지만 선비는 소극적이었지요.

 그녀는 여전히 둘 중 누구를 선택할지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었지요.

 어느 날 무사가 그녀를 찾아와서 그녀 앞에서 무릎을 끓고 청혼했습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것이오. 나는 당신없이는 살 수 없으니 부디 나의 청혼을 받아주시오."

 그녀는 무사의 청혼에 크게 감동을 받아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지요.

 그녀는 자신을 사랑해왔던 선비에게 무사와 결혼할 것임을 말했고 선비는 둘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며 떠나버렸지요.

 

 무사와 결혼한 그녀는 처음에는 행복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무사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보고 그의 사랑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예전처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떠난 선비가 그리워졌습니다.

 남편이 집에 없을 때 선비가 예전에 그녀에게 주었던 편지들을 꺼내서 읽곤 하였지요.

 남편이 무서워서라기 보다는 남편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그녀가 선비의 편지를 읽던 중 남편이 그녀의 방에 들어왔습니다.

 아내가 선비의 편지를 읽고 있는 것을 본 남편은 크게 화를 내며 선비의 편지들을 모두 찢어 버리면서 그녀에게 고함을 질렀습니다.

 "아직도 이 녀석을 못잊었소?"

 아내도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변했어요. 당신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예전같지 않아요. 꼭 내가 당신 하녀인 것처럼 인기척도 없이 내 방에 들어온 후에 함부로 고함을 질러대는군요."

 "변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오. 그러니 내가 없는 동안에 이 녀석의 편지를 몰래 읽은 것이 아니오?"

 "당신 정말 변해도 너무나도 변했군요. 이 편지는 예전부터 당신이 알았던 것이예요. 제가 그의 편지를 읽은 것이 당신을 마치 속이기라고 한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속이는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내가 없을 때 몰래 읽은 것이오?"

 "당신이 오해할까봐요. 내가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편지를 읽었다고 생각하세요?"

 "그것이 아니라면 됬어요."

 남편은 찢어진 편지 조각들을 모두 들고가서 태워버렸지요.

 그녀는 남편의 행동에 화가 났지만 자신이 몰래 선비의 편지를 읽었기 때문에 남편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내에 대한 무사의 태도는 더욱 변하였는데, 그녀가 밖에 나가면 하인을 보내 미행했고 그녀에게 편지가 오면 먼저 뜯어서 읽은 다음에 봉합해서 그녀에게 건내주었습니다.

 의처증이 생긴 것이지요.

 그녀는 처음에는 남편이 몰래 자신의 편지를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그녀가 받는 편지마다 겉봉투가 찢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가 그녀의 편지를 먼저 뜯어 읽어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녀는 화가 나서 남편에게 따졌습니다.

 "아내에게 온 편지를 몰래 뜯어 보는 것은 어느 나라 예법이지요? 어떻게 당신이 그럴 수 있지요? 그러고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나요?"

 남편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다시는 이러지 마세요. 계속 이런 식이라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남편은 아내에게 사과했습니다.

 남편의 사과를 받은 아내는 이것도 모두 남편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위안을 삼으면서 아내를 믿지 못하는 남편을 이해하려고 했지요.

 

 어느 날 그녀는 하인 한 명을 데리고 어느 친구의 집을 방문했는데, 그녀의 친구가 하인이 한 명 더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들어오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자 그녀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를 수상하게 생각한 그녀는 그 친구의 집을 떠나 다른 친구집에 가면서 그녀가 데려온 하인에게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이 누군지 살펴보라고 했지요.

 결국 그녀는 남편의 하인이 자신을 계속 미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을 미행한 하인이 집에 들어오자 다른 하인들을 시켜 그를 때렸습니다.

 "주인의 뒤를 미행하다니 네가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러느냐?"

 그녀를 미행했던 하인은 울면서 말했습니다.

 "마님, 용서해주십이오. 저는 주인님의 분부대로 했을 뿐입니다."

 하인이 사실대로 말하자 그녀는 하인을 용서해 주었습니다.

 몹시 화가 난 그녀는 짐을 싼 후에 집밖으로 나가려고 했지요.

 그때 남편이 나타나 그녀를 막았습니다.

 "무엇하는 것이오?"

 "더이상 못참겠어요. 저는 나가겠어요."

 "나가다니? 어디를 간다는 말이요?"

 "더이상 당신과 살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당신은 비키세요."

 "부인, 나를 용서하시오. 당신이 나를 떠날까봐 두려웠기 때문에 하인을 시켜 당신을 미행했어요. 당신이 나가면 혹시 그 선비를 만나는 것이 아닐까 두려운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으니 나를 용서하시오."

 "처음에는 당신이 이런 식으로 나를 의심하고 못믿는 것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소유하고 싶은 것이예요. 그것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당신의 소유물로 만드려는 욕심에 불과한 것이예요."

 "그렇지 않소. 나는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오. 내 평생 당신 이외의 어떤 여자도 사랑해 본 적이 없오. 나의 사랑을 믿어주시오."

 "아니예요. 당신은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나를 소유하고 싶었을 뿐이예요. 나를 당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뿐이예요. 당신은 나의 행복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 내가 당신을 떠날까봐 걱정만 했지요. 처음에는 그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당신의 욕심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남편은 아내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아내는 남편을 떠나버렸지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과 소유하려는 것은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점이 있지요.

 그것은 누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누구를 위해서 행동하는 것인가의 차이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그녀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그녀의 행복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우선으로 생각하여 그녀의 행복에는 소흘하게 되겠지요.

 결국 그러한 행동은 서로의 마음을 멀어지게 만들고 서로의 마음이 멀어지면 그녀가 왜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는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녀가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구속하고 붙잡으려고 노력하게 되지요.

 그래도 떠나면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것은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곁에 잡아두고 싶은 욕망일뿐이지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좋아하는 사람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불과한 것이지요.

 진정한 사랑은 애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랑이지만 애인을 소유하려는 소유욕은 자신의 행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기적인 욕망일 뿐이지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의 선택  (0) 2009.01.10
햄릿의 후회  (0) 2009.01.09
여자의 반어적 표현   (0) 2009.01.08
이해하여 달라고 말하기 전에  (0) 2009.01.08
실수는 3번까지만 하라  (0) 200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