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론

서시빈목의 고사에서 배우는 연애론

조정우 2014. 7. 15. 09:00

   서시빈목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4대 미녀, 아니 중국 역사상 최고의 미녀, 서시가 처녀시절 가슴앓이를 하여 눈살을 찡그린 표정이 심히 아름다워 마을의 남자들이 서시의 찡그린 표정에 반하자, 못생긴 여자가 서시의 표정을 따라했지만 못생긴 여자의 찡그린 표정은 오히려 더욱 못나  보여 마을의 남자들을 도망치게 만들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데도 맹목적으로 따라하다 생긴 일화라고 할 수 있겠다. 

    역사를 보면 서시빈목 같은 맹목적인 따라하기의 사례가 있는데, 신립 장군의 배수진이 대표적이다.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은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에 맞서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장이라는 한신의 배수진을 따라했지만, 결과는 전멸에 가까운 패전이었다. 

   사실, 강을 등지고 싸우는 배수진은 화살의 위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던 시대에 쓰인 작전이었지만, 화살의 위력이 강해진 이후로는 잘 쓰이지 않는 작전이었다. 그리고 한신의 배수진은 단순히 배수진을 친 것이 아니라, 적을 진지에서 끌어낸 후에 적의 진지를 차지할 목적으로 사용된 작전이었다. 실제로 한신의 병사가 배수진을 치고 싸우는 동안에 2000여 명의 별동대가 적진을 차지하여 2000여 개의 깃발을 꽂는 허장성세로 진여가 이끄는 조나라를 대파했었다. 

   하지만 상황에도 맞지 않은 신립 장군의 배수진은 왜군들이 총쏘기 좋은 표적이 되어 참담하게도 전멸의 결과를 만들었을 뿐이었다. 

   아마도 한신이 신립의 상황이었다면 배수진을 사용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다른 작전을 사용했을 것이다. 한신이라면 조총의 위력 앞에 배수진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다른 작전을 만들었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을 보면 이성을 사로잡는 실전 연애 노하우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왔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그 이유는 나는 그 남자가 아니고 상대는 그 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애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른 경우가 많기에 글의 작성자와 본인의 상황이 딱 맞는 경우보다는 다른 경우가 훨씬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나의 매력이 다르고 상대의 성향이 다르니 아무 생각없이 따라한다면, '서시빈목'처럼 오히려 상황을 나쁘게 만들기 십상이다. 
   예컨데, 최근에 나쁜 남자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나쁜 남자의 방식의 연애 기술이 관심을 끌었지만, 나쁜 남자의 방식으로 연애에 성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어설픈 따라하기로 낭패를 본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많은 여성들이 좀 무뚝뚝한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는데, 원래 무뚝뚝한 남자가 아니라면 무뚝뚝한 척을 하면 어색할 것이고, 원래 나쁜 남자가 아니라면 나쁜 남자의 흉내를 내도 어색하기만 할 뿐, 과연 여자들이 끌리겠는가!

   무뚝뚝한 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인, 나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것은 연애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설령, 무뚝뚝한 모습이 대단히 매력적인 나쁜 남자도, 무뚝뚝한 남자를 싫어라는 여자를 만나면 낭패를 볼 뿐이다. 

   종종 교회에서, 자매들이 무뚝뚝한 남자는 진짜 싫다고 하던데, 나쁜 남자가 무뚝뚝한 얼굴로 교회를 다니면 자매들에게 왕따를 당할지도 모르겠다. 

   무뚝뚝한 남자에게 여자들이 모두 끌리는 것은 아니고, 여자의 성향에 따라 그런 경우가 있을 뿐인데, 그걸 모르고 따라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연애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의 매력에 따라,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연애다. 

   앞서 언급한 나쁜 남자의 예를 들어보자면, 여자가 그냥 무뚝뚝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인 무뚝뚝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당신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무뚝뚝함은 거부감을 줄 뿐이다. 

   마치 남자들이 예쁜 여자의 쌀쌀맞은 모습에 더욱 끌리는 경우가 있듯이, 여자도 무뚝뚝한, 매력적인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것이지, 무뚝뚝함 자체에 끌리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것도 모르고, 맹목적으로 따라한다면, 그야말로 서시빈목, 한마디로 꼴불견이 아니겠는가. 


연재 글 : 이순신 3화 조정우 역사소설 (7월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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