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위대한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

조정우 2013. 5. 25. 06:00

   "헨리 제임스 이후 미국 소설이 이제 첫 걸음을 내디뎠다!"

   -T.S. 엘리엇-

   과연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는 위대한 소설이었다. 

   그야말로 소설의 묘미를 한껏 느끼게 해주는 걸작이었다. 

   지난 4월, 문학동네의 영어 원본과 김영하 작가의 번역본을 틈틈이 읽던 중에 '아름다운날'의 '위대한 개츠비'도 손에 넣어 비교해 보며 읽었는데, 둘 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영문학을 전공했던 필자가 보기엔 '아름다운날'의 번역이 자연스러운 것 같아 이 책을 리뷰해 볼까 한다. 

   리뷰에 앞서, 그동안 제기되어온 영문 번역본들의 문제점을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한번 집고 넘어가고 싶다. 

   여러 출판사들의 번역본이 지나치게 사전적인 의미로 번역한 경향이 있는데, 이 작품의 처음 부분을 예를 들어 보겠다. 

   "Whenever you feel like criticizing anyone," he told me, "just remember that all the people in this world haven't had the advantages that you've had."

   여기서 advantages를 여러 출판사 번역본들이 '유리한 입장'이라고 번역을 했는데,  advantages가 너무 사전적으로 번역된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날'에서는 advantages를 '좋은 환경'이라고 번역했는데, 앞뒤 문장을 보면 이게 좀 더 원뜻의 가까운 번역이 아닐까 싶다. 


위대한 개츠비

저자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출판사
아름다운날 | 2013-04-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완벽한 형식미를 갖춘 20세기 최고의 미국 소설!”[위대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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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예전부터 우리나라 영문 번역이 지나치게 사전적으로 직역하듯이 번역이 되는 경향이 있었다.

   예전에 영화를 보면 It's not fair를 늘 '불공평하다'고 번역했는데, '말도 안돼'라는 뜻으로 말한 것을 마치 직역하듯이 어색하게 번역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날'의 '위대한 개츠비'는 직역이 아닌 의역으로 번역을 무난하게 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는데, 그 예로,

  "They're such beautiful shirts," she sobbed, her voice muffled in the thick folds. "It makes me sad because I've never seen such, such beautiful shirts before."

   "정말 아름다운 셔츠들이에요." 훌쩍거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겹겹이 쌓인 셔츠 더미 속에 묻혀버렸다. "슬퍼요. 지금껏 이렇게......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를 본 적이 없거든요."

   '훌쩍거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겹겹이 쌓인 셔츠 더미 속에 묻혀버렸다' 

   데이지의 속물 근성이 잘 드러났다는 이 부분이 번역이 자연스럽게 잘 된 것 같다. 

   아름다운날의 번역본을 보면, 이처럼 번역을 원뜻에 가깝게 의역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직역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확실히 소설은 의역을 해야 제 맛이 살아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하고, 작품으로 들어가자면, 참 교과서적인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상징적인 묘사가 뛰어나고, 소설의 화자 닉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묘사하는 것이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배운 좋은 소설의 요건과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 

   특히, 상징적인 묘사가 끝없이 이어지며 소설의 묘미를 선사하는 것이 독자들이 소설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데,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집착같은 사랑을 통해  미국식 허무주의를 적나라게 묘사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서 희망찬 메시지를 던지는데, 이것이 바로 작가가 독자에게 전해주고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내일은 우리가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그리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칠 것이다. 그러면 어느 맑게 갠 아침에는......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물살을 거스르며 노를 저어 과거 속으로 흘러가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여러 번역본들이 직역에 가까운 번역으로 원본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번역가와 출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원본의 묘미를 살린 훌륭한 번역본이 쏟아져 나온다면, 많은 독자들을 소설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