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어느 시인의 죽음

조정우 2008. 12. 20. 08:30

 어느 젊은 시인이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그는 미혼이었지요.

 그는 한 여인을 위하여 시를 쓴 적이 있는데, 그의 시에는 애절한 사랑 고백이 담겨 있었기에 그가 누군가를 사랑했었다는 사실은 분명했고 사람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요.

 

 수 십 년이 지난 후에 그 여인이 나타났습니다.

 그 시인이 애절하게 사랑했던 그 여인...

 그녀는 그 시인이 자신에게 보냈던 연애편지들을 누군가에게 팔았고 그의 연애편지에는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에 죽은 시인의 친구들을 통해서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되었지요.

 죽은 시인의 시를 좋아했던 한 기자는 그녀의 거처를 수소문해서 마침내 그녀를 만날 수 있었지요.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죽은 시인의 연애편지를 판 것에 대해서 좋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만약 죽은 시인을 사랑했다면 팔지 않았겠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가 편지를 판 것이 죽은 시인에게 너무 냉정한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기자는 그녀를 만나 질문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그를 사랑했다면 그가 남긴 편지를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사랑은 짝사랑이 아니었는지요."

 기자의 말을 듣자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저도 정말 팔고 싶지 않았지만 남편이 죽고 나서 생활이 어려워져서 팔지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저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믿어요."

 그녀는 답변을 회피했지만 기자는 그녀의 눈물을 통해서 그녀도 그 시인을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요.

 아마도 그들이 서로 사랑했다는 사실은 그들만의 비밀이 아니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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