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어느 모델의 후회

조정우 2008. 12. 25. 08:11

 어느 마을에 로라라는 키가 몹시 크고 날씬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로라의 키는 대부분의 마을의 남학생들보다 컸고 날씬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말라서 남학생들은 그녀를 말라깽이라고 놀렸지요.
 로라는 남학생들보다 더 큰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식욕을 잃을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어릴 때부터 짝사랑했던 잭보다도 키가 더 커졌기 때문이지요.

 로라의 키가 너무 큰 탓인지 잭은 그녀에게 별 관심이 없어 할수없이 테드라는 키 큰 소년과 교제했는데, 그는 마을에서 그녀가 하이힐을 신어도 그녀보다 더 큰 몇 안되는 소년이었지요.
 친구들은 로라와 테드를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로라가 하이힐을 신으면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난쟁이처럼 작아 보였지만 테드는 그녀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었지요.
 더욱이 테드는 잘생기고 성격도 좋은데다 로라를 몹시 사랑하고 아껴주었읍니다.

 친구들은 그들이 언젠가는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마을에서 테드처럼 잘생기고 키 큰 남자는 드물었을 뿐 아니라 로라에게 정말 잘 해주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친구들의 단순한 추측이었고 실제로 로라는 아직 자신이 어릴 때부터 짝사랑했던 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지요.

 어느날 학교에서 파티가 열렸는데, 그 파티에는 제프라는 유명한 모델 에이전트가 있었습니다.
 그는 키가 크고 날씬한 로라를 보자 그녀에게 모델이 될 것을 권유했지요.

 그의 말을 들은 로라는 반신반의하며 그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예쁘다는 말도 듣지 못했는데요. 제가 너무 크고 너무 마르지 않았나요?"

 "우리 회사에는 당신보다 키가 더 큰 모델도 많이 있어요. 그들도 당신처럼 큰 키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었지요."

 로라는 제프의 도움으로 모델이 되었고 유명 패션잡지의 표지모델로 유명해졌지요.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바이런의 말처럼 로라는 하루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되었지요.
 오래전부터 로라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았던 잭은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갑자기 삼각관계에 빠진 로라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테드와 헤어지고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했던 잭과 교제를 하기 시작했지요.

 로라는 모델 활동으로 큰 돈을 번 후에 잭과 결혼했읍니다.

 한편 여자친구의 버림을 받은 테드는 그녀의 변심에 크게 탄식하였습니다.

 '오, 로라... 나는 네가 오래전부터 잭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잭이 너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나는 내가 너에게 잘해주면 잭을 잊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는 아직도 그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구나. 나는 마음이 아프다. 나는 너에게 무슨 의미였지? 아무 의미도 없었니?'

 그는 로라와의 이별을 몹시 슬퍼했지만, 그의 슬픔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얼마후에 로라보다 더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했지요.

 

 10년 후...

 테드는 아내와 함께 시작한 사업이 크게 성공해서 큰 부자가 되었지만 모델이 된 로라는 나이가 들어 은퇴하게 되었습니다.

 잭은 사업을 했지만 실패하여 그녀의 돈의 대부분을 잃었지요.

 사업에 실패한 잭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행복했던 결혼생활이 완전히 깨어져 결국 둘은 이혼하게 되었지요.

 로라는 갑자기 자신에게 정말 잘해주었던 테드가 그리워졌습니다.
 그는 항상 다정한 말을 하며 자신을 무척이나 아껴주었지요.
 로라는 친구들을 통해서 그가 이미 결혼했으며 사업을 잘해서 큰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속상한 로라는 자신에게 모델이 될 것을 권유한 제프를 찾아갔읍니다.

 그녀가 모델이 된 얼마 후에 제프는 다른 회사로 떠났기 때문에 그와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지요.
 제프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자 그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쓴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했지요.

 "제프,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지요?"

 "저는 잘지내고 있어요. 테드와 헤어진 후에 잭과 결혼했다고 들었어요. 결혼생활은 어떤가요?"

 "사실은 얼마전에 이혼했어요. 그는 사업으로 제 돈을 모두 잃은 후에 술에 빠졌지요. 그래도 저는 잭을 사랑했지만 그는 술만 마시면서 우리의 결혼생활을 더이상 지속할 수 없게 만들었어요."

 "미안해요. 제가 쓸데없는 질문을 했군요."

 "테드는 정말 저한테 잘해주었지만 저의 마음 속에는 오직 잭뿐이였어요. 제가 너무 어리석었지요. 지나고 보니 테드처럼 좋은 남자를 본 적이 없어요. 그와 헤어지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요. 만약 당신이 테드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더 후회했을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잭에게 있었는데 테드가 아무리 잘해준다해서 행복할 수 있었을까요? 예전에는 당신이 사랑했던 잭이 당신에게 마음을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포기했지만 당신이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남자가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거절 할 수 있었겠어요? 당신이 테드와 헤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지요. 그런 상태에서는 테드와 당신 둘 다 불행하게 되었겠지요."

 

 이 이야기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생각나게 하는군요.
 레트은 스칼렛을 진심으로 대해주며 아주 오랫동안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을 돌리도록 노력했지만 스칼렛의 마음은 항상 애슐리에게 있었고 결국 레트는 스칼렛을 떠나버렸지요.
 사람이란 젊었을 때는 매력적인 사람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면 자신을 이해하고 아껴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혼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하게 되지만 나이를 먹으면 자신에게 잘해주었던 이성을 그리워 하는 경우가 많지요.
 어느 철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피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말했읍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로라는 결과적으로 보면 테드와 헤어지지 말았어야 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그럴 수가 없었지요.
 만약 잭이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다면 포기하게 되었겠지만 그녀가 갑자기 유명해져 잭이 그녀에게 청혼했으니 거절할 수 없었겠지요.

 의리를 생각해서 거절했다고 해도 잭을 사모하는 마음 때문에 잭과 결혼하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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