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청개구리같은 남편 (조정우 창작소설)

조정우 2010. 11. 1. 07:00

 
 청개구리같은 남편 


  케이트는 주인 마님인 피터슨 부인의 부름을 받았다.
 "마님, 부르셨습니까?"
 "케이트, 너도 이제 시집갈 나이가 되었구나. 넌 착한 여자이니 내가 특별히 좋은 혼처를 구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마님, 저를 생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저는 아직 18살이고 배울 것이 많아 주인 마님을 더 모시면서 주인 마님께 더 많은 것을 배운 후에 시집가고 싶어요."
 "아니다, 케이트, 여자 나이 18살이 가장 시집가지 좋은 나이다. 자질구래한 일은 시집가서 배우면 될 것이니 내 말을 듣거라."
 "주인 마님께서 그동안 저에게 잘해주셨는데, 저는 주인 마님을 위해서 한 일도 없는걸요. 좀 더 주인 마님을 위해서 일한 후에 시집가고 싶어요."
 "케이트,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너를 딸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네가 정말 나를 생각한다면 내 말대로 좋은 곳에 시집가서 잘 사는 것이다."
 케이트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주인 마님의 은혜, 절대 잊지 않겠어요."

 피터슨 부인은 주인 어른인 피터슨 씨의 방으로 갔다.
 "여보, 아시다시피 케이트가 시집갈 나이가 되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케이트의 혼처를 알아봐 주세요."
 피터슨 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
 "여보, 케이트는 아직 18살밖에 안 되었으니 혼인을 서두를 필요가 없소. 무엇보다 케이트는 아직 글자도 못 읽는데, 어떻게 좋은 곳에 시집 보낼 수 있겠소? 그러니 케이트가 글자를 배운 후에나 혼처를 알아 보는 것이 좋겠소."
 "당신 생각도 일리가 있군요. 제가 케이트에게 글자를 가르쳐 줄테니 케이트가 글자를 배우면 당신이 좋은 혼처를 알아 봐주세요."

 그 날부터 피터슨 부인은 케이트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었다.
 케이트가 열심히 글자 쓰기를 하고 있을 때 피터슨 씨가 케이트를 방으로 불렀다. 
 "케이트, 글자 공부는 잘 되니?"
 "네, 주인님. 주인 마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케이트, 네가 떠나면 우리는 네가 그리울 거다. 특히 네 마님은 너를 딸처럼 생각해서 네가 떠나면 가슴이 아플거다."
 "저도 알아요. 그래서 제가 마님께 좀 더 있다가 떠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마님께서는 지금 혼인하는 것이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셔서요."
 "케이트,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 네가 글자를 좀 천천히 익히면 되지 않겠니?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네... 주인님의 뜻에 따르겠어요."

 피터슨 부인은 케이트에게 열심히 글을 가르쳤지만, 케이트는 일부러 공부를 게일리 해서 2년이 되서야 편지를 쓰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피터슨 부인이 케이트의 혼처를 구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의사는 피터슨 부인을 진찰한 후에 피터슨씨에게 말했다.
 "부인은 병이 깊어 오래 사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피터슨 씨, 당신이 부인의 병을 지극 정성으로 돌봐준다면... 기적이 일어나 나을 수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의사가 떠나자 케이트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피터슨 씨에게 물었다.
 "주인님, 주인 마님의 병은 어떤가요? 별거 아니지요?"
 피터슨 씨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케이트, 미안하지만... 네가 나를 도와주어야 되겠다. 의사말로는 네 마님은 오래 살기가 힘들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내가 지극 정성으로 돌봐준다면 나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케이트, 나를 도와주겠니?"
 "네, 주인님, 주인 마님께서 일어나시기 전에는 절대 떠나지 않겠어요."

 어느새 3년이 더 지났다.
 피터슨
부인의 병은 날로 악화되어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여 피터슨 씨를 불렀다.

 "여보, 이제 저는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아요. 저는 당신에게 시집와서 행복하지 못했지만 어찌 그것이 당신만의 탓이겠어요? 당신에게 자식을 안겨주고 싶었지만...  이제는 영원히 그럴 수 없게 되었네요."
 "그런 말 하지 마시오, 부인. 힘을 내야지요. 당신은 죽지 않을 것이오. 용기를 내서 병마와 싸워요."
 "저는... 더이상... 가망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부탁을 할께요. 그동안 저를 돌봐준 케이트를 잘 부탁드려요. 케이트는 이미 혼기를 놓쳐 좋은 남자를 만나기 힘들거예요. 차라리 당신이 케이트와 결혼해서 가문의 대를 이으세요. 그녀는 정말 착한 아이니 당신은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말고 잘해주세요. 부탁드려요..."

 피터슨 부인은 케이트를 불렀다.
 "케이트, 좋은 혼처를 구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것도 운명이 아닐까 싶다. 네가 혼기를 놓쳐 좋은 가문에 시집가기 힘들게 되었으니, 내가 죽거든 내 남편과 결혼하거라. 그는 너에게 잘해줄 것이다."
 "주인 마님, 아니예요. 제가 어찌 그럴 수 있겠어요?"
 "아니다. 난 네가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내가 세상을 떠나면, 네가 내 남편을 돌봐주거라. 너는 이미 혼기가 지나 좋은 혼처를 구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내 남편하고 결혼하거라. 내 남편을 부탁한다."

 그 말을 남기고 부인은 세상을 떠났다.
 피터슨 씨는 크게 탄식하며 눈물을 쏟았다.
 "여보, 내가 잘못했소. 당신이 살아있을 때 내가 너무 소흘했소. 케이트가 시집가지 못한 것도 다 나 때문이었소. 나는 케이트를 사랑하여 그녀가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녀에게 글자 공부를 열심히 하지 말라고 했었지. 난 정말 나쁜 사람이오."
 피터슨 씨는 케이트에게 말했다.
 "케이트, 이제부터 너는 내 딸이다. 예전에 네 마님이 나에게 너를 양녀로 삼자고 했지만, 나는 너를 좋아했기 때문에 반대했다. 나를 용서하거라. 하지만 이제부터 너를 내 친딸처럼 잘 대해줄 것이다."
 "주인님, 다 지난 이야기 꺼내서 무엇하겠어요. 전 마님의 뜻에 따라 주인님께 시집와서 주인님을 보살펴 드리고 싶어요."
 "네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이미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고 살겠다고......"
 
 20년 후......
 피터슨씨는 죽을 병에 걸렸다.
 피터슨씨의 양녀가 된 케이트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서 살고 있었는데, 양아버지 피터슨씨가 위중하자 곁에서 지극 정성으로 간호했지만, 피터슨씨는 얼마 후에 세상을 떠났다.
 케이트는 피터슨씨의 시신을 피터슨 씨의 부인 곁에 묻었다.
 케이트는 피터슨씨의 무덤에 가서 보니, 청개구리 한마리가 피터슨씨의 무덤위를 뛰어 다녔다.
 "청개구리야, 나의 아버님 무덤에서 뛰어 다니지마."
 하지만 청개구리는 계속 피터슨씨의 무덤을 뛰어 다녔다.
 케이트는 청개구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잡히지 않아 채념하고 말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네가 무덤에서 뛰어 논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