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추

김춘추 대왕의 꿈, 특별회 - 의자왕과 고타소

조정우 2012. 10. 22. 08:00

  김춘추 대왕의 꿈 신재하 조정우 역사소설

 

  특별회 - 의자왕와 고타소 하일라이트

 

   의자왕은 태생적으로 복수의 한을 품은 왕의 운명을 타고난 비운의 군주였다. 신라 출신의 어머니 선화에게서 태어난 왕자로서, 아버지 무왕의 또 다른 왕후인 우왕후 사택비와 사씨 귀족들의 핍박과 견제를 받아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보위에 올라 사택비와 사씨 귀족들과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여야 했으며, 간신히 그들을 몰아내고 왕권을 쥐게 된 의자왕은 어머니 선화태후마저 오래도록 심통을 앓다가 승하하자 점점 그동안 쌓였던 원한의 감정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윤충으로 하여금 대야성을 공격할 때, 선화태후를 모함했던 미실의 증손이자 대야성주인 품석의 목을 가져오라고 명했던 것이다. 이에 윤충은 품석에게 자결할 기회를 주었고, 그렇게 품석의 목이 선화태후의 영전에 바쳐진 것이다. 품석의 피를 본 의자왕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실성한 듯 소리쳤다.

   “어마마마께서 나를 지켜주고 계시다. 나를 거스르는 자는 모두 목을 베리라!”

   의자왕은 선화태후가 죽고 나자 이성을 잃고 이미 귀향 보낸 사씨 귀족들을 참형에 처하고, 천 명이 넘는 궁녀들을 궁궐에 두며 사치와 향락에 빠져들었다.

 

   “폐하, 고타소는 어찌하오리까?”

   "고타소? 오호, 품석의 말이렷다? 아직 안 죽였느냐?"

   "지금 외궁 감옥에 하옥되어 있나이다."

   "계집도 미실의 증손이렷다. 당장 끌고 오라 이르거라!"

   이때 고타소는 사비궁의 외궁에 있는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다. 원래 죄를 지은 환관이나 궁녀를 가두는 감옥이었지만, 시종장이 임의로 고타소를 하옥시킨 것이었다. 의자왕은 미실의 증손녀인 고타소를 죽이고자 하였다.

   얼마 후, 시종이 곱게 단장한 고타소를 선화태후의 사당으로 데려왔다. 품석의 생사를 아직 모르고 있는 고타소는 낭군 품석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시종의 거짓말에 속아, 단장하라는 시종의 명에 순순히 따랐던 것이다.

   곱게 단장한 고타소를 보자, 순간 의자왕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타소의 얼굴과 분위기가 선화태후와 너무나도 쏙 빼닮았기 때문이었다. 고타소의 할머니 천명공주와 외할머니 양명공주는 모두 선화태후의 동복언니로 선화태후와 많이 닮았기 때문에 고타소는 마치 선화태후와 판박이처럼 닮았던 것이다. 게다가 한창 피어나는 고타소의 미모는 삼한을 통틀어보아도 가히 천하절색이라고 할 정도였다. 의자왕은 잠시 넋이 빠진 얼굴로 고타소를 바라보았다.

   낭군을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를 품었던 고타소는 사당에서 황금관을 쓴 의자왕을 보자 자신이 시종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고타소는 머리를 꼿꼿이 세운 채 의자왕에게 물었다.

   "낭군께서는 어디 계시오?"

   시종이 목에 핏대를 올리며 고타소를 꾸짖었다.

   "무엄하다! 어서 어라하께 예의를 갖추지 못할까?"

   고타소는 낭군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의자왕에게 읍을 하며 말했다.

   "낭군을 한 번만 뵙게 해주시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나이다."

   의자왕은 처음에 미실의 증손녀인 고타소를 함께 죽여 어머니의 영전에 바칠 생각이었지만, 어머니와 너무나도 닮은 고타소를 차마 죽일 수가 없었다.

   의자왕은 고타소에게 연민의 감정이 생겼다.

   “낭군 품석은 죽었다. 대야성 함락 후 자결하였다 들었다.”

   고타소는 의자왕이 품석을 죽였다고 확신했다.

   “네 이놈, 네가 낭군을 죽인 것이 틀림없다. 내 아비가 김춘추이시니라. 너를 가만 놔둘 것 같으냐? 반드시 너를 죽이고 백제를 멸할 것이니라!”

   시종이 눈을 부라리며 고타소에게 호통쳤다.

   "미친 것! 어라하께 그런 망발을 지껄이고도 살기를 바라느냐! 어서 끌고 나가라!"

   “놓아라, 이놈들. 간사한 악귀들아! 약조를 어기고 항복한 장수를 죽이는 치졸하고 비겁한, 금수만도 못한 놈들! 언젠가 우리 신라가 너희 백제를 반드시 짓밟아 멸망시켜 이 원수를 꼭 갚아줄 것이다.”

   호위병사들이 고타소의 팔을 꺾어 끌고 나가려 했다.

   “되었다. 감옥에 가두어 두거라.”

   의자왕은 고타소를 보자 야릇한 생각이 들었다. 천명이 넘는 궁녀를 거느리고 있는 의자왕이었지만 지금껏 자신에게 호통치듯 달려드는 계집은 처음 보기도 했거니와 죽이기에는 그 미색이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의자왕은 고타소를 죽이기 전에 좀 더 두고 보고 싶었다.

 

출판사와의 협약으로 일부만 하이라이트로 발췌하였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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