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추

김춘추 대왕의 꿈 특별회 비담의 난

조정우 2012. 10. 14. 12:00

김춘추 대왕의 꿈 신재하 조정우

 

 

특별회 '비담의 난' 중에서 

 

 

출판사와의 협약으로 일부만 하이라이트로 발췌하였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보량이 수백의 시위들을 이끌고 후문을 나서려고 할 때, 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님!"

  호성장군으로 월성의 경비를 맡고 있는 군관이었다. 군관은 의형 양도의 누이 보량이 용포를 입고 수백의 시위들과 후문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비담을 유인하려는 보량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누님, 소제가 누님을 모시겠나이다."

  보량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된다. 호성장군인 네가 어찌 월성 방비의 책임을 져버리려 하는 게냐?"

  보량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군관은 보량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소제, 누님을 보호하라는 예원공의 명을 받았사오니, 속히 소제를 따르소서."

  군관이 시위들을 이끌고 앞서 나가자, 보량은 군관의 뒤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용포를 입고 가마를 탄 보량이 군관의 호위 하에 후문을 빠져나가자, 이를 본 비담의 병사들이 외쳤다.

  "시위들이 폐하를 모시고 후문을 빠져나갔다!"

   어두운 밤인데다 선덕여왕의 조카인 보량이 선덕여왕과 닮았기 때문에 비담의 병사들은 용포를 입은 보량을 당연히 선덕여왕으로 여긴 것이다.

   대전 앞에서 시위들과 비담의 병사들 간에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 비담의 파수병이 비담에게 보고했다.

  "호성장군 군관이 폐하를 모시고 후문을 빠져나갔다 하옵니다."

  이때 비담의 병사들과 죽자 사자 싸우던 시위들이 갑자기 싸움을 멈추고 대전 안으로 철수하였다. 비담은 군관이 선덕여왕을 모시고 대궁을 탈출한 줄 알고 다급하게 외쳤다.

  "시위들이 폐하를 인질로 삼아 후문으로 빠져나갔다. 중군은 대궁을 사수하고, 좌군과 우군은 추격하라!"

   비담은 병권을 잡고 있는 병부령 춘추가 선덕여왕을 협박하여 진덕을 허수아비 섭정에 임명한 후 전권을 휘두르고 있으니, 춘추의 무리들을 제거하자며 휘하 병사들을 선동하여 난을 일으킨 것이었다. 비담은 중군 4천 기를 염종에게 맡기고 좌군과 우군 6천 기를 이끌고 군관을 추격하였다.

   6천에 이르는 비담군이 후문으로 물밀듯이 밀려오자, 후문을 지키던 시위들은 격렬히 저항하였지만 중과부적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비담의 병사들에게 점령당하고 말았다.

   비담이 병사들을 풀어 남산을 수색하고 있을 때, 척후병이 돌아와 보고했다.

   "여기서 북서쪽으로 한 마장 떨어진 숲길에서 군관의 무리들을 발견하였나이다."

  "군관의 무리들이 북서쪽으로 한 마장 거리에 있다! 추격하여 모두 생포하라!"

   비담의 명이 떨어지자 비담군은 북서쪽으로 향했다. 비담군이 좁은 숲길을 지나고 있을 때, 갑자기 병사들이 숲에서 뛰쳐나와 덮쳐왔다. 비담의 척후병이 본 것은 군관이 비담을 유인하기 위해 보낸 시위들이었다. 비담군을 유인한 군관은 수백 기의 시위들을 좁은 숲길에 매복시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 군관이 여기 있다! 역적의 무리들은 나의 검을 받으라!"

   군관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며 비담군의 선봉군을 덮쳤다. 급히 추격하던 비담군이 미처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에 군관이 순식간에 수십의 비담군을 베자, 비담군은 간담이 서늘해져 혼비백산하였다. 군관은 오직 보량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비담군을 베었다. 군관이 천지를 개벽시킬 듯한 용맹을 떨치자, 군관의 시위들도 용기백배하여 비담군의 진영을 무너뜨렸다. 좁은 숲길에서 군관과 시위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 끝에 마침내 비담군의 선봉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자 비담은 퇴각 명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퇴각하라!"

   군관이 이끄는 3백 명의 시위들이 6천 명의 비담군을 이긴 것이다. 좁은 길이라는 지형적 이점도 있었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용맹하게 싸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보량은 비담군이 퇴각하는 틈을 타서 시위들과 함께 남산신성에 입성하였다. 군관의 명을 받은 수십 기의 시위들이 보량을 호위하여 지름길로 남산신성에 입성하였던 것이다. 남산신성주 품일은 대야성 전투에서 전사한 춘추의 사위 품석의 아우로 보량의 육촌조카였다. 보량은 군관이 걱정되어 품일에게 말했다.

   "품일아, 내 아우 군관이 불과 수백 기로 오천이 넘는 반군들을 상대하고 있으니, 오래 버티기는 힘들 듯하다. 여기 남산신성에는 일천의 정병이 있으니, 삼백 기만 내어다오."

   품일은 한동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비담은 용병에 능하여 삼백 기에 삼백 기를 더한다 하여도 이기기 힘들 것이옵니다. 차라리 모두 데려가는 것이 좋을 듯하나이다."

   "허면 남산신성이 위험하지 아니하겠느냐?"

   품일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반란군의 목표는 오직 폐하께 있을 터, 저들이 고모님께 속은 사실을 알면 필시 월성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옵니다. 허니 일단 남산신성은 허수아비에게 맡기면 될 듯하옵니다."

 

   군관의 시위들이 수백 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비담은 몹시 분한 듯 주먹을 불끈 쥐며 명을 내렸다.

   "기병은 모두 나를 따르라."

   비담은 3천의 기병을 이끌고 남산신성으로 가는 군관의 시위들을 추격하였다. 군관의 시위들은 대부분 보병이라 남산신성에 당도하기 전에 비담의 기병에 따라잡혔다.

군관과 시위들은 용맹하게 싸웠지만 중과부적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패색이 짙어졌다. 승기를 잡은 비담의 기병은 군관의 시위들을 사방에서 포위한 후 포위망을 점차적으로 좁혀갔다. 바로 그때, 왼편 숲 속에서 병사들이 숲을 뚫고 뛰쳐나와 비담군을 덮쳤다. 보량과 품일이 남산신성의 병력 1천 기를 이끌고 온 것이다. 군관의 시위들과 백병전을 벌이고 있던 중 갑작스럽게 품일의 군대에 기습을 당한 비담군은 한순간에 전열이 무너졌다. 이때 용포를 입은 보량이 비담을 향해 외쳤다.

   "나라의 수장인 상대등께서 어찌 반란을 일으키셨소?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어지신 폐하께서 그대의 목숨만은 살려줄 터이니, 항복하시오."

   비담은 이제야 용포를 입고 후문을 빠져나간 여인이 선덕여왕이 아니라 보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담은 보량에게 속은 것이 분하여 이를 갈며 외쳤다.

   "우리가 거사를 일으킨 것은 태후마마의 뜻을 받들어 보로전군을 보위에 올리고자 함이거늘, 어찌 전군의 어미인 그대가 훼방을 놓는 것이오?"

   "폐하께서 멀쩡히 살아계시거늘, 폐하의 조카인 이 몸이 어찌 딴마음을 품을 수 있겠소?"

  비담은 보량을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자, 즉시 명을 내렸다.

   "폐하께서는 월성에 계실 터, 월성으로 돌아간다."

 

  대궁에서는 시위들과 염종이 이끄는 비담군의 치열한 백병전이 계속되었다. 전임 풍월주인 내성사신 예원과 시위대장 선품이 일기당천의 용맹을 떨쳤지만, 비담의 병사들이 두 배 이상 많은데다 백전노장인 염종의 뛰어난 지략에 고전하고 있었다. 춘추는 초조해졌다.

   '비담 숙부님이 병력을 이끌고 돌아온다면 가망이 없다. 그 전에 대궁을 장악해야만 한다.'

   순간 춘추는 18년 전 고구려 연개소문과의 전투에서 패배 일보 직전에 유신이 단기필마로 적진에 돌격하여 전세를 역전시켰던 일이 떠올랐다.

   “내가 목숨을 바칠 각오로 적진으로 돌격하여 전열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전세가 역전될 수 있을 것이다. 예원아 나를 엄호하여 주겠느냐?”

   “무엇이든 하명만 내리소서.”

   결심을 굳힌 춘추는 검을 비껴 잡고 단신으로 비담의 진영으로 돌격하였다. 그러고는 성난 파도가 덮치듯 검을 휘둘러대자 순식간에 10여 명이나 되는 비담의 병사들이 검에 맞아 쓰러졌다. 예원은 춘추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곧바로 수백 기를 이끌고 춘추가 뛰어든 곳으로 돌격하였다. 예원 역시 10여 명의 비담 병사들을 베며 용맹을 떨치자 비담의 병사들은 겁을 먹고 움찔하여 전열이 흐트러졌다. 이어 선품 또한 백여 기를 이끌고 용맹하게 돌격해오자 비담의 진영이 비로소 무너지기 시작했다. 춘추가 외쳤다.

   "병서에 이르기를,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한 사람이 능히 천 명을 당해낼 수 있다 하였다. 오늘 모두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필승할 것이니, 용맹하게 돌진하여 역적의 무리들을 무찌르자! 모두 돌진하라!"

   춘추의 외침을 들은 시위들은 용기백배하여 우레 같은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시위들이 용맹을 떨치며 질풍노도의 기세로 달려들자 비담의 병사들은 급격히 사기가 떨어져 밀리다가 급기야 진영이 붕괴되고 말았다. 전황이 불리해졌다고 판단한 염종은 퇴각 명을 내렸다.

 

   염종이 이끄는 비담의 병사들이 퇴각하자, 춘추는 대궁을 비롯한 월성의 3(대궁, 양궁, 사량궁)을 장악하였다. 월성에서 퇴각한 염종에게 비담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누누이 월성 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했건만, 어찌 월성에서 퇴각하셨소이까?"

   "미안하오. 시위들의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도저히 당할 수가 없었소. 퇴각하지 아니하였다면 큰 손실을 보았을 것이오."

   비담과 염종은 사촌형제 사이로 비담이 염종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비담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미 지난 일을 어찌하겠소? 역적들이 수비망을 구축하기 전에 월성을 수복해야 하오. 나는 후문을 공격하겠소. 공은 정문을 공격하시오. 지금 곧 총공격에 들어갈 터이니, 병사들에게 전투태세를 갖추라 명하시오!"

  비담의 병사들이 전투태세를 갖추자 비담은 검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총공격!"

  월성은 성 안팎으로 깊은 해자가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인데다 시위들이 한마음으로 용맹하게 싸워 다섯 배나 많은 비담의 병사들의 파상공세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링크 글 : 김춘추, 난세의 영웅인가 역사의 죄인인가? (여강여호 글)

추천 글 : 김춘추, 대왕의 꿈 특별회 - 고당전쟁 (필자의 첫소설 출간!)

재미있으셨다면 창작블로그 추천(연녹색 정사각형 버튼)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