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추

김춘추, 대왕의 꿈 특별회 - 고당전쟁

조정우 2012. 10. 5. 10:00

   김춘추, 대왕의 꿈 신재하 조정우 역사소설

 

   특별회 - 고당전쟁

 

 

   한편, 안시성으로 진격한 당의 30만 대군은 안시성을 구원하러 온 북부 누살 고연수와 남부 누살 고혜진이 이끄는 15만 대군과 주필산 아래 들판에서 맞닥뜨렸다. 뛰어난 전략가 당제 이세민은 고구려군을 이끄는 고연수와 고혜진이 전략이 없는 장수임을 간파하고, 거짓 패배로 고구려군을 유인하여 대파하였다. 당군에 퇴로를 차단당하여 궁지에 몰린 고연수와 고혜진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패잔병을 이끌고 당에 항복하였다. 이 싸움에서 고구려군은 10만에 가까운 대군을 잃었다. 15만에 이르는 고구려 대군을 대파한 당군은 승세를 몰아 안시성을 공격하였지만, 불세출의 명장 안시성주 양만춘의 탁월한 전략과 안시성 군민들의 목숨을 건 방어에 막혀 번번이 패하였다.

    당군이 안시성에서 주춤거리는 사이에 연개소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연개소문은 누이동생 연수영과 연수진을 각각 수군 도독과 수군 부도독에 임명하여 당 수군의 물자 보급을 봉쇄토록 하였다. 연수영은 동생 연수진과 함께 함선 백 척을 이끌고 당에 빼앗긴 고구려의 수군 기지 창려도를 공격하여 백여 척의 적선을 불태우고 2만의 당군을 베는 대승을 거두었다. 연수영이 이끄는 고구려 수군이 싸울 때마다 당의 수군을 대파하여 요동에 진출한 당군의 보급로를 끊으니, 안시성을 포위한 당군은 고립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중략)

 

   이때 안시성은 무려 50만에 이르는 당의 대군에 포위되어 있었다. 애초에 이세민은 안시성주 양만춘이 고금에 둘도 없는 천하의 명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안시성을 지나쳐 평양성으로 진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장손황후의 오라비 상서우복야 장손무기와 총사령관인 이세적이 보급로가 끊기면 고립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였고, 이를 옳게 여겨 전군을 이끌고 안시성으로 쳐들어왔던 것이었다.

   이세민은 50만 대군을 동원하여 안시성의 동남쪽에 성안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의 높다란 토성을 쌓도록 하였다. 그러나 60여 일의 공사 끝에 토성이 거의 완성될 무렵, 수백 명의 고구려 결사대가 야밤을 틈타 토산을 지키고 있던 수천 명의 당군을 기습하여 점령하고 말았다. 당군으로서는 정녕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세민은 50만 대군을 동원하여 60일에 걸쳐 구축한 토산이 무너질까봐 대군이 섣불리 토산 위로 올라가 총공격하는 것을 주저하였고, 그 틈을 노려 고구려군이 점령해버리고 만 것이다. 뒤늦게야 이세민은 총력을 기울여 토산을 수복하려 하였지만, 목숨을 걸고 용맹하게 싸우는 고구려 결사대에 패하고 말았다. 이어 9, 요동에 칼바람이 불어와 적지 않은 동사자가 생기자, 마침내 이세민은 눈물을 머금고 퇴각 명을 내렸다. 도저히 고구려를 이길 승산이 없었다. 이대로 무모한 싸움을 하다가는 대군을 모두 잃고 과거 수나라처럼 망국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이세민의 뇌리를 스쳤던 것이었다.

 

   퇴각하던 당군이 안시성에서 북서쪽으로 수십 리 떨어진 헌우락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사방에서 천지를 개벽시킬 듯한 함성이 들리더니 숲 속에서 고구려군이 뛰쳐나와 맹렬한 기세로 당군을 덮쳐갔다. 이세민은 다급히 검을 뽑아 들고 외쳤다.

   "고구려군의 매복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용맹하게 싸워 모두 섬멸하라!"

   바로 그때, 연개소문이 중군을 이끌고 이세민 앞에 나타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진왕은 어딜 가느냐? 너희들이 요하를 몰래 도하하여 아국의 영토에 들어오는 바람에 내 너희들을 마중 나가지 못하였으나, 너희들이 퇴각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배웅 나왔거늘, 어찌 그냥 가려 하는 것이냐? 가기 전에 내 창을 받거라!"

   안시성에서 고구려군과 당군의 치열한 토산 쟁탈전이 한창일 때, 연개소문은 이미 5만 기를 이끌고 안시성의 서남쪽에 있는 건안성에 당도해 있었다. 연개소문은 당군이 안시성에서 퇴각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이 이번 요동정벌 때 지나왔던 헌우락을 경유하여 회군할 것이라 예상하고는 헌우락에 매복한 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연개소문은 중군을 이끌고 질풍처럼 이세민을 향해 돌진하였다. 당군은 호랑이처럼 두려워하던 연개소문과 정면에서 맞닥뜨리자 혼비백산하며 달아나 진영의 중앙이 뚫리기 시작했다. 이세민을 본 연개소문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인사하자, 이세민은 깜짝 놀라 검으로 연개소문을 가리키며 외쳤다.

   "저 연개소문을 집중 공격하여 죽여라! 연개소문을 죽이는 자는 만호후에 봉하리라!"

득의양양한 연개소문의 모습을 본 이세민은 분노와 두려움으로 흥분하여 제정신이 아니었다. 연개소문은 화살을 들어 천천히 시위를 당겼다.

   “저 연개소문을 죽이는 자는 벼슬과 함께 만금을 하사하리라!”

   검을 높이 쳐들고 고함을 질러대는 이세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광석화처럼 화살 하나가 파공성을 울리며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몰아친 돌풍과 같은 바람소리를 내며 날아든 화살은 이세민의 왼쪽 눈에 그대로 박히고 말았다.

   “!”

   이세민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천자께서 위험하시다!"

   당의 장수 하나가 수백 기를 이끌고 연개소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연개소문의 창에 찔려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그 틈을 타 설인귀가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 땅에 쓰러진 이세민을 일으켜 세웠다.

   "폐하, 소신 설인귀가 목숨을 걸고 폐하를 모시겠나이다. 조금만 참으소서."

설인귀는 이세민을 번쩍 들어 자신의 말 위에 싣고는 당군의 진영 속으로 종적을 감추었다. 이에 연개소문이 이끄는 고구려군은 거침없이 돌격하여 대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당군의 진영을 완전히 유린했다. 안시성을 공격할 때 50만이나 되었던 당군은 이 전투에서만 20만에 가까운 병사를 잃었다. 그런데다 추위와 굶주림에 죽고 도망치는 군사가 속출했고, 연개소문의 고구려군이 끝까지 추격하여 도망가는 당나라 패잔병들을 섬멸함으로써, 이세민이 한쪽 눈까지 잃고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요하를 간신히 건너 당나라로 데리고 간 군사의 수는 채 10이 되지 못했다.

   과거 수나라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민족이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불구대천의 원수 고구려를 짓밟기 위해 수군 포함 60만 대군을 이끌고 침공한 이세민은, 해상에서 잃은 10만 군사를 포함 50이 넘는 대군과 자신의 한 쪽 눈마저 잃고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도망가느라 심신에 큰 병을 얻게 되었다. 결국 당제 이세민은 고구려에 대한 복수의 칼날만 갈다가 서너 번 군대를 보내 도발을 해보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번번이 패해, 제대로 된 전쟁도 못해보고 속만 끓이다가 화병을 이기지 못해 3년 반 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링크 글 : 김춘추, 난세의 영웅인가 역사의 죄인인가? (여강여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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