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이순신 불멸의 신화 3화 조정우 역사소설

조정우 2014. 7. 11. 06:00

   이순신 불멸의 신화 3화 조정우 역사소설

   


이순신 불멸의 신화

저자
조정우 지음
출판사
세시 | 2014-07-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산대첩, 명량대첩, 노량대첩,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의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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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년 4월 13일 새벽, 안개가 짙게 낀 부산포에 상륙한 고니시 유키나가의 일본군은 부산, 동래, 양산, 밀양, 청도를 차례로 함락시키며 파죽지세로 북상하고 있었다. 

   북상하는 일본군을 피해 북쪽으로 향하는 피난민들의 끝없이 이어진 행렬 속에서 열여섯 쯤 되어 보이는 소년과 열넷 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손을 꼭 잡은 채 필사적으로 인파를 뚫고 나갔다. 얼굴이 닮은 소년과 소녀는 영락없이 남매처럼 보였다. 겨우 행렬을 벗어나자, 소년이 걸음을 멈추며 소녀의 손을 잡아 당겼다. 

   "백련아, 이제 좀 쉬었다 가자꾸나."

   소녀는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리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라버니, 힘을 내소서. 한시라도 빨리 어머님께 가봐야 하옵니다."

   소년의 이름은 윤복룡, 소녀의 이름은 윤백련, 두 남매는 다대포진 수군 윤곤절의 자식으로 남편의 전쟁 뒷바라지를 위해 집에 홀로 남은 어머니 모론을 찾아가고 있었다. 군민들의 격렬한 저항 끝에 함락된 다대포성이 일본군에 의해 초토화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두 남매는 어머니 걱정에 죽기 살기로 집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윤복룡은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리며 걷는 누이가 걱정되어 걸음을 멈춘 것이지만,누이의 재촉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두 남매는 손을 꼭 잡은 채 거리마다 널브러진 시신을 헤치며 죽을 힘을 다해 내달려 해가 질 무렵에서야 다대포성에 당도했다. 

   다대포성은 거대한 잿더미로 변해있었다. 잿더미로 변한 집터에서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한 두 남매는 땅을 치며 통곡했다. 

   "어머님......"

   그들은 불에 타 검게 그을린 어머니의 시신을 부둥켜 안은 채 오열하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 차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침 햇살에 비치는 어머니의 시신이 정신을 차린 윤복룡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미 부패한 어머니의 시신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윤복룡은 어머니의 시신에서 누이의 손을 떼어내며 생각했다. 

   '이런! 어제는 날이 어두워 어머님의 시신이 부패한 줄도 몰랐구나! 백련이 잠에서 깨기 전에 어머님의 시신을 묻어야겠구나!' 

   누이에게 부패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운복룡은 어머니의 시신을 집안의 묘터에 묻고 나서 윤백련을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라! 아버님을 찾아야 한다!"

   아버님을 찾아야 한다는 말에 윤백련이 벌떡 일어났다. 눈을 뜬 윤백련은 어머니의 시신이 보이지 않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물었다. 

    "어머님은요?"

    윤복룡은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님은 용궁 선녀가 모셔갔다. 용궁 선녀가 말하길, 평생 착한 일만 하신 우리 어머님을, 용왕께서 곁에 두고 싶다 하셨다더구나......"

   한치의 흔들림없는 오라버니의 말을, 윤백련은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윤복룡이 누이의 손을 잡아 당기며 말했다. 

    "어서 가자꾸나."

   윤백련은 오라버니의 손에 끌려 잿더미가 되어 버린 집터를 나섰다. 두 남매는 할아버지의 집이 있는 부산포를 향했다. 부산포에서 수십여 리 떨어진 숲길에 이르렀을 때였다. 조총을 든 왜병 십여 명이 두 남매를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잡아라!"

   머리 양쪽에 뿔이 달린 투구를 쓴 왜병들이 조총을 겨누자, 공포에 질린 윤백련은 다리가 엉겨 넘어지고 말았다. 

    "탕! 탕!"

    미처 누이를 일으켜 세울 겨를도 없이 왜군들이 코앞까지 달려와 조총을 쏘아대자, 기겁한 윤복룡은 누이의 손을 놓고 허겁지겁 달아났다. 

    "백련아, 이 겁쟁이 오라버니를 용서하거라......"

    얼마나 달렸을까. 깊은 산속으로 도망친 윤복룡은 누이를 버리고 도망쳤다는 죄책감에 하염없이 통곡했다.


   4월 28일, 경상도의 보루인 상주와 문경마저 함락시킨 고니시 유키나가의 일본군은 조령에 이르렀다. 험준한 산길이 30리나 이어진 조령은 그야말로 천해의 요새였지만, 

신립이 이끄는 8천의 조선군은 조령을 버리고 탄금대에서 달천강을 등지고 배수진을 치고 있었다. 아무 저항없이 천해의 요새인 조령을 통과한 일본군이 조총을 쏘며 돌진해 오자, 조선군은 반월진(반달 모양의 진법)을 펴며 좌우 양 끝에 기병을 앞세워 일본군을 포위했다. 몇 차례의 공방전 끝에 일본군은 조총을 쏘며 퇴각하기 시작했다.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신립은 앞장서 돌진하며 외쳤다. 

   "퇴로를 차단하라!"

   조선군의 진영 좌우 양쪽에서 수천의 기병이 일본군의 퇴로를 가로막으려는 순간이었다. 

   "탕! 탕! 탕!"

   수천 발의 조총 소리가 산천을 진동시켰다. 숲속에 매복해 있던 일본군의 주력 부대가 기습에 나선 것이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조총 소리에 놀란 조선 기병의 말들이 '히히힝' 울부짖으며 날뛰자 조선군의 전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일본군의 조총 부대가 조선군 진영의 양끝을 집중 사격하며 질풍노도의 기세로 돌진하자, 조선군의 진영은 순식간에 붕괴되고 말았다. 산천을 진동시키는 조총 소리에 이성을 잃은 말들이 미친 듯이 날뛰며 달천강으로 뛰어 드는 바람에 수천의 병사들이 익사했다. 

   천해의 요새인 조령에 진을 치고 싸우자는 부장 김여물의 계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배수진을 쳤기에 퇴각하려 해도 퇴로가 없었다. 신립이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김여물에게 말했다. 

   "아! 그대의 계책대로 싸웠다면 이리도 허망하게 패하지는 아니하였을 터인데......"

   김여물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이까? 내가 시간을 벌 터이니 장군은 몸을 피하시오!"

   이 말을 남긴 채 김여물은 적진을 향해 돌진했다. 김여물은 신립이 도망칠 길을 열기 위해 적진 속에 몸을 내던진 것이다. 김여물이 적진에서 필기단마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하자, 신립이 눈물을 뿌리며 탄식했다. 

    "김장군! 나도 그대와 함께 이 전장에서 죽을 작정이오!"

   신립은 대장으로서 사지에 몰린 병사들을 두고 차마 도망칠 수 없었다. 전장에서 죽기로 결심한 신립은 화살을 쏘며 항전하다 화살이 떨어지자 달천강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였다. 


   이순신은 여수 해안가 언덕에 우뚝 서있는 누각 진해루에서 동쪽 하늘에 피어오르는 봉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상도 전체가 잔혹한 왜군의 손아귀에 철저히 유린되고 있는 현실에 이순신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다. 왜군들은 닥치는 대로 나약한 부녀자들을 겁탈하고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나라의 장수가 되어 백성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어이 하리! 

   이순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순신은 눈물을 닦을 겨를도 없이 탁자에 놓인 남해안 지도를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했다. 

   '비록 왜적들의 함선이 천 척이라 하나 한 곳에 모여 있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있어 전라좌수영 단독으로 출전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다만 전라우수영과 연합한다면 금상첨화일 터인데, 어찌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일까?'

   이순신은 이억기가 전라우수영군을 이끌고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열흘 째 전라우수영군의 연통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함흥차사였다.

이순신은 먼 서쪽의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라좌수영 단독으로 출전해야 한단 말인가!'

   이때였다. 전령기를 꽂은 배 한 척이 노를 저어 해안가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순신이 눈빛을 번쩍이며 옆에 있던 병사에게 말했다.

   "저 배에 있는 전령을 이리로 부르거라!"

   이순신은 전령기를 꽂은 배가 이억기가 보낸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순신은 마음이 급했다. 한시라도 빨리 출병하여 왜적들을 물리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아직 조정으로부터 경상도로 출격해도 좋다는 명이 내려오지 않았을 뿐더러 이억기마저 소식이 없어 출병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배에서 내린 전령은 다름 아닌 경상우수사 원균 휘하의 군관 이영남이었다. 이영남은 몇년 전 함경도 녹둔도에서 지금의 옥포 만호인 이운룡과 함께 이순신을 보좌하여 여진족을 격파한 용맹한 장수였다. 이순신은 이영남을 반갑게 맞았다.

   "이장군, 참으로 오랜만이구려."

   "경상우수사의 전갈이옵니다."

   이영남이 이순신에게 원균의 서신을 전했다. 청병 서신이었다. 이순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장들과 의논해 본 연후에 답을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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