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술

연애술과 용병술의 공통점

조정우 2009. 9. 10. 08:00

 

 연애술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루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용병술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연애술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루려고 노력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여자는 남자의 조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어야 이길 수 있듯이 연애를 잘하려면 연애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어야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는 외모를 가꾸려고 노력해야 사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남자는 조건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사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겠지요.


 저의 연애론이나 연애술에 외모나 조건의 중요성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연애술로 외모나 조건을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감이나 미소로 외모에 대한 조건은 조금 바꿀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요.

 연애술은 사랑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높일 뿐이지 되지 않을 일을 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연애론이나 연애술에 대한 지나치게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마련이지요.
 용병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전쟁에서 이기려면 최소한의 군대가 필요할 것입니다.
 최소한의 군대가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용병술이 있어도 이길 수 없을테니까요.
 예를 들어 10만 대군을 이기려면 최소한 1만 병력은 필요할 것입니다.
 5천 병력으로 10만 대군을 이긴 기록도 있지만, 적이 방심하거나 실수하지 않는다면 20배나 되는 병력을 이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1만 병력이 있다고 해도 10만 대군을 이기려면 지리의 이점이나 무기의 이점이나 성벽이 있어야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고구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이 수만의 병력으로 당태종의 30만 대군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은 성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만약 성벽이 없었다면 안시성은 30만대군의 병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패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적은 군대로 많은 군대를 이기려면 용병술이외의 이점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요.
 삼국시대에 백제의 계백 장군이 신라의 김유신 장군에게 패한 것은 병력이 5천 대 5만으로 10배나 차이가 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병력의 차이가 10배가 난다면, 중과부적으로 이변이 없는 한 이기기 힘들겠지요.

 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최소한의 조건이 있어야 되는 것이지요.
 최소한의 조건도 갖추지 않은 상태라거나 지나치게 눈이 높다면 그 어떤 애술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연애술과 용병술의 가장 큰 공통점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때를 기다려야 된다는 것이지요.
 명장은 10년을 하루처럼 기다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쟁에 있어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말이지요.
 적이 방심하거나 빈틈을 보일 때 공격하면 크게 이길 수 있겠지요.

 중국 역사상 가장 빛나는 승리 중에 하나는 초한지 시대의 초나라 항우가 한나라를 상대로 56만 대군을 불과 3만 대군으로 대파하여 무려 20만에 가까운 적군을 몰살시킨 것인데, 항우는 적군이 방심한 틈을 타 기습공격을 감행하여 이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적군이 방심하지 않았다면 항우가 이기기는 커녕 적군에 포위되어 죽었을 지도 모르지요.

 사랑은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 정도로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남자가 너무 고백을 빨리하면 여자가 고백을 받아들일 확률이 줄어들고, 여자가 남자의 고백을 너무 일찍 받아도 너무 늦게 받아도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확률이 줄어들겠지요.
 남자가 고백할 때 타이밍을 생각하지 않아 여자가 자신에게 호감이 없는데도 혼자 좋아서 대쉬한다면 열등한 사람으로 보이거나 집착으로 보여 거부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여자가 고백을 받아줄 때 남자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고백을 받아준다면, 남자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어 사랑을 키우기 어려워질 수 있겠지요.

 
 이처럼 연애술과 용병술은 많은 공통점이 있는데,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장 한신의 예를 들어 연애술와 용병술의 공통점을 알아보겠습니다.


 1. 경험이 중요하다.

 전쟁 :  한신은 배수진을 쳐서 3만으로 20만의 조나라 대군을 하루만에 대파한 것이 유명한데, 승리의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가 병사들의 풍부한 실전 경험이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의 전투에서 승리했던 한신의 병사들은 사기가 하늘을 찔러 숫적인 절대열세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싸웠고 결국 승리할 수 있었지요.

 연애 : 연애에서 많은 이성을 만나 경험을 쌓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지요.
 그 이유는 남자와 여자의 성격이나 언어의 표현 차이가 많아 경험해 보지 않으면 상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스타일의 이성을 좋아하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2. 용감해야 된다.

 전쟁 : 한신이 명장이라고 해도 병사들이 용감하지 않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이지요.
 팽성의 전투에서 한나라는 56만 대군을 가지고도 항우의 3만 병력에 참패했는데, 한나라 병사들이 용맹한 항우를 두려워 하여 겁을 먹고 도망쳤기 때문이었지요.

 연애 : 남자의 경우는 미녀를 보면 지래 겁을 먹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여자의 경우는 이상형이 나타나도 말 한마디도 못한 채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사랑이란 용기가 없다면 시작도 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3. 상황마다 다르다.
 
 전쟁 : 한신이 3만 병력으로 조의 20만 대군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적장 진여가 한나라에서 추가병력을 보낼 것을 우려하여 서둘러 공격하다가 패한 것이였지요. 한나라 본토에 있는 대군이 없었다면 한신이라도 패배했을지 모르지요. 

 연애 : 연애에 가장 어려운 것은 상황마다 다르다는 것이지요. 
 남녀가 데이트 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 사람이나 상황이 어떤지 생각하지도 않고 들은데로 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겠지요.



4. 사람마다 다르다.

 전쟁 : 한신이 배수진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적장 진여가 지나칠 정도로 고지식한 장수였기 때문이지요. 그는 유생 출신답게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기려다가 패했는데, 진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배수진은 통하지 않았을 것이니 한신이 배수진을 쓰지도 않았겠지요.

 연애 : 애인에게 잘 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왕자병이나 공주병이 심한 사람은 잘해주면 교만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애인에게 잘 해주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5.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전쟁 : 한신의 배수진에 고전한 조나라의 20만 대군은 퇴각하여 누벽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누벽을 장악한 한나라의 2000여명의 병사들은 2000여개의 깃발을 꽃아 대군이 온 것처럼 위장하였습니다.
 20만 대군이 2000명의 군사에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배수진에서 고전한 조나라 병사들은 싸우지도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고 결국 한신은 이길 수 있었지요.

 연애 : 연애에 대한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정작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는 조심이 되어 쩔쩔 매는 경우가 많지요. 화술이 뛰어난 남자나 수다를 잘 떠는 여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는 말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소심해지는 인간의 심리는 자신도 어쩔 수가 없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6. 사소한 것으로 결정나는 경우가 많다.

 전쟁 : 한신이 배수진으로 조나라의 20만 대군을 하루만에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대군이 구원온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 2000여개의 깃발이었습니다. 
 한나라 장수들조차 적군이 2000여개의 깃발을 보고 놀래 달아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연애 : 남녀간의 사랑이란 사소한 것으로 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자는 사소한 일로도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아 사소한 잘못이라도 쌓이면 큰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사소한 일에도 사랑을 연관시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7.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전쟁 : 한나라는 팽성의 전투에서 56만 대군을 가지고도 3만에 불과한 병력의 기습 작전에 참패하였는데, 당시 전선에 있었던 한신조차 도망치는 한나라 병사들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이것은 한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패배였고 이후의 다른 전투에서는 모두 이겼지요.
 
 연애 : 사랑이란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자는 실연의 상처를 통해서 여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고, 여자는 실연의 상처를 통해서 사랑이란 자신의 뜻대로 되기 힘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8. 한순간의 방심이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

 전쟁 : 한나라의 56만 대군이 항우의 3만의 병력에 참패한 것은 너무 방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방심하다가 기습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20배에 가까운 병력을 가지고도 패했던 것이지요.

 연애 : 여자는 남자가 자신에게 잘해줄 때 남자를 너무 믿다가 배신당하는 경우가 많고, 남자는 여자가 자신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주면 그러한 사랑이 아무 노력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착각하여 소흘해지다가 차이는 경우가 많지요.


 
 9. 과거는 소용없다.

 전쟁 : 한신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자신의 주군인 유방의 속임수에 말려 체포되었고 마지막에는 여태후에게 속아 죽임을 당했는데,  한신이 유방에게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반란을 일으키지 않은 것은 과거의 공을 지나치게 믿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연애 :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고 해도 현재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겠지요.
 사람들은 과거의 뜨거웠던 사랑을 기억하면서 사랑이 지속될 것을 믿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의 사랑이 식는다면 헤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10. 하나의 큰 잘못은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만다.

 전쟁 : 한신이 유방의 신뢰를 잃은 것은 유방의 명령을 어기고 제나라를 공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큰 공을 세웠어도 왕의 명령을 어긴다면 이긴 공보다 명령을 어긴 잘못이 더 커보일 수 있겠지요.

 연애 :  연인사이라도 상대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면 헤어지게 될 수 있겠지요.
 연인사이라고 해도 막말 한마디에 정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 아닐지요.

 

 

 용병술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이길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나 확률을 높이는 것과 불과합니다.

 중국 병서사상 손자병법과 함께 최고의 명저로 손꼽히는 오자병법의 오기는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적이 두배만 많아도 공격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불리한 전투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용병술의 한계를 알았기 때문이지요.

 

 연애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룰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이루어질 확률을 높이거나 이루어진 사랑을 아름답게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불과하지요.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건을 갖추어 나가면서 사랑의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조건이 없다면 사랑도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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