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4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0. 12. 15. 06:00

 

 선덕여왕 4화

 

 

 김춘추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선화공주께서 백제 사신단의 숙소에 계신다 하옵니다."
 덕만공주는 몹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라? 선화공주께서 장안에 계신다고?"
 "그러하옵니다."

 덕만공주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비록 아바마마께서 선화 언니를 마음에서 지웠다고 말씀하셨으나 진심이 아니실게야. 천명 언니도 선화 언니를 몹시 보고 싶어 하시니 선화 언니에게 아바마마와 천명 언니의 소식을 전해드리면 좋으련만......'
 덕만공주는 선화공주의 소식에 만감이 교차하여 눈물을 흘렸다.
 김춘추는 덕만공주의 눈물을 보자 사실대로 말한 것이 후회되었다.
 "공주마마,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옵니다."

 덕만공주는 옷소매로 눈물을 훔친 후에 말했다.
 "아니다. 잘 말해주었다. 내 비록 선화공주를 뵌 적도 없으나, 내 혈육이 아니냐? 더 아는 것이 있다면 상세히 말해보거라."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더 아는 것이 없사옵니다."
 "누구로부터 들은 것이냐?"
 "제가 보낸 밀정이 선화공주를 장안에서 뵈었다는 서신을 보내왔사옵니다."
 "선화공주의 소식이 들어오는데로 즉시 나에게 보고하거라."

 "공주마마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덕만공주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침묵을 지켰다. 김춘추는 덕만공주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덕만공주는 길게 한숨을 내쉰 후에 입을 열었다.

 "선화공주를 뵙고 싶구나. 너는 뵙고 싶지 않느냐?"
 "소신은 잘 모르겠사옵니다."

 김춘추에게 선화공주는 이모였지만 그리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한번도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선화공주의 배신으로 왕후였던 할머니가 왕후의 자리에서 쫓겨난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로 인하여 어머니 천명공주가 너무나도 큰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덕만공주는 이러한 김춘추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말했다.

 "내, 너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나는 선화공주께 깊은 연민을 느낀다. 백제의 무왕이 신라에 잠입하여 공주께서 서동을 몰래 만난다는 망측하기 짝이 없는 서동요을 온나라에 퍼뜨렸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셨겠느냐? 나에게 그런 일이 생겼다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도 없었을 것이다."

 김춘추는 원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하오나, 아무리 억울하고 원통하다 하여 어찌 공주의 신분으로 조국을 배신할 수 있사옵니까? 소신은 이해할 수 없사옵니다."

 "허나, 네 어머니의 혈육이 아니냐? 네 어머니께서도 공주를 이해하실 것이니, 너 또한 이해해야 하느니라."

 김춘추는 마지못해 말했다.

 "공주마마의 뜻이라면, 소신, 이해하려 노력하겠나이다."

 "나의 뜻을 따라주니, 참으로 고맙구나."

 "하온데, 선화공주를 뵈시면, 어찌 하실 것이옵니까?"

 "무엇보다 선화공주의 진심을 알고 싶구나. 아직도 신라를 생각하시고 계신지 말이다. 만약 선화공주께서 아직도 신라를 잊으시지 않으셨다면, 의자왕자가 왕이 되면 우리 신라와 백제 관계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구나."

 "공주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백제와 우리 신라의 원한은 오래전에 맺힌 것이라 큰 기대는 하기 어려울 듯 하옵니다. 뿐만 아니라 소신이 아는 바로는 선화공주께서는 이미 무왕의 총애를 잃어 지금은 신라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덕만공주는 김춘추의 말에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모든 것을 버리고 무왕을 따라갔는데 버림을 받으셨다면 선화 언니께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덕만공주는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춘추야, 나 혼자 생각해 볼 것이 있으니, 이만 물러가 보거라."

 "하오면, 소신은 이만 물러갈 터이니, 편히 쉬소서."
 김춘추는 덕만공주에게 인사를 올린 후에 물러났다. 덕만공주는 선화공주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선화 언니께서 신라를 떠나지 않으셨다면 좋았을 것을...... 모든 것을 버리고 무왕을 따라갔으나 버림받으셨으니 참으로 딱하게 되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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