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5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0. 12. 16. 06:00

 

 선덕여왕 5화 

 

 

 덕만공주는 선화공주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천명공주를 생각하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피를 나눈 동생을 만날 수 없으니, 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인가? 무왕, 당신은 어찌 선화 언니를 데려가서 나의 언니들을 갈라 놓았소?'
덕만공주는 무왕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아바마마께서 선화 언니를 잊으셨다고 말씀하셨지만, 아직도 선화 언니를 잊지 못하고 계신 것이 분명하다. 자식이 살아있는데도 볼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덕만공주가 선화공주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시녀 서희가 들어왔다.

 "공주마마, 황후마마의 환관이 공주마마께 아뢸 일이 있다고 하옵니다."
 덕만공주는 옷소매로 눈물을 닦은 후에 말했다.
 "어서 모시거라."
 당나라의 황후는 장손황후로 덕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여인이었다. 하지만, 황후의 환관은 덕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보였다. 환관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덕만공주, 황후마마께서 그대를 긴밀히 보자 하시니 따라 오시오."
 덕만공주는 환관의 거만한 모습에 내심 불쾌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알겠소."
 덕만공주는 환관이 준비한 마차를 타고 황궁으로 향했다.

 '황후께서 나를 보자 하시는 연유가 무엇일까?'

 황후의 처소에 도착한 덕만공주는 얼마 후에 장손황후를 만날 수 있었다. 덕만공주는 황후에게 인사를 올렸다.
 "신라의 덕만공주가 황후마마를 알현하옵니다."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올리는 덕만공주의 자태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황후는 덕만공주의 빼어난 미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덕만공주, 그대는 소문대로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구나!"
 덕만공주는 황후의 칭찬에 두 뺨이 붉게 물들었다.
 "황후마마께서 보잘 것 없는 소녀를 어여쁘게 봐주시니 황공할 따름이옵니다."

 황후는 잠시 뜸을 들인 후에 입을 열었다.
 "덕만공주, 내가 그대를 부른 이유는 백제의 왕후가 그대를 만나게 해달라 부탁하였기 때문이다. 그대는 백제의 왕후를 만날 의향이 있는가?"

 덕만공주는 황후의 말을 듣자 크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말했다.
 "백제의 왕후마마는 비록 뵌 적은 없으나, 소녀의 언니가 되옵니다. 만나게 해주시오면 황후마마의 은혜를 잊지 않겠사옵니다."
 황후는 옆에 있는 시녀에게 말했다.
 "덕만공주를 안내하거라."
 덕만공주는 황후에게 인사를 올린 후 시녀를 따라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