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6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0. 12. 17. 06:00

 

 선덕여왕 6화

 

 

 황후의 시녀는 덕만공주를 별궁에 있는 커다란 방으로 안내했다. 방안에는 백옥처럼 하얀 얼굴의 아름다운 여인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녀는 천명공주와 닮은 데가 있어 덕만공주는 선화공주임을 알 수 있었다.

 '선화 언니구나!'
 선화공주는 40이 넘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고의 간직하고 있었다.
덕만공주와 선화공주는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았지만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얼마간의 침묵이 흘렀다.
 선화공주의 눈빛은 처량하고 슬픈 듯하여 덕만공주는 깊은 연민을 느꼈다. 덕만공주는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선화 언니, 저는 언니의 동생 덕만입니다."
 언니라는 호칭에 감격한 선화공주는 눈물을 흘렸다. 덕만공주는 정이 담긴 눈빛으로 선화공주를 바라보았다.
 "선화 언니, 그간 어찌 지내셨습니까? 저는 언니를 뵙고 싶었습니다. 천명 언니도 언니를 몹시 보고 싶어 하십니다."
 선화공주는 정다운 덕만공주의 말에 감격하여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겼다. 덕만공주는 손수건을 꺼내 선화공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천명 언니께서 언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아시지요. 지금 여기에 천명 언니가 없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선화공주는 눈물을 그친 후에 입을 열었다.
 "덕만아......"
 "언니......"
 "내가 너의 언니가 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혈육은 하늘이 맺어준 것인데, 어찌 자격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선화공주는 목이 매여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26년 전, 선화공주가 무강(무왕)을 따라 백제에 시집갈 때만 해도 꿈에 부풀어 있었다. 무강과의 혼인이 신라와 백제 두나라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했고, 평생토록 무강의 충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무강이 제위에 오른 후에도 신라와 백제의 전쟁은 끊이지 않았고, 무강의 마음도 변하여 후비를 자신보다 총애했다. 선화공주는 무강의 변심에 형언할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선화공주가 눈물을 그치자 덕만공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언니, 어찌하여 신라를 떠나신 것입니까?"

 선화공주는 크게 탄식한 후에 말했다.
 "내가 처음 어라하(무왕)를 뵌 것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서라벌 근처에 있는 절에 유폐되었을 때였다. 나를 사랑하는 어라하의 진심에 감격하여 신라를 떠나게 된 것이다."
 "서동은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서동? 나는 서동을 만난 적이 없다."
 덕만공주는 선화공주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니는 서동이 무왕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신단 말인가?'
 덕만공주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서동이 무왕입니다."

 선화공주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서동이 어라하라고?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덕만공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바마마께서도 처음에는 서동이 백제의 왕자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셨습니다. 허나, 서동이 무왕이라는 사실은 용춘공이 밝혀낸 일이라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언니께서 신라를 떠나신 후 용춘공이 서동요를 퍼뜨린 자들을 잡아 조사하니, 그들은 모두 백제인이었습니다. 서동은 무왕의 휘로 그는 신라에 잠입하여 백제인들을 시켜 아이들에게 마를 주면서 서동요를 퍼뜨렸던 것입니다."
 선화공주는 서동요를 퍼뜨렸던 자들을 증오했다.
서동요를 퍼뜨린 서동이 무강이라니, 선화공주는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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