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36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3. 6. 08:00

 

 선덕여왕 36화

 

 

 장손황후가 미쳐 입을 열기도 전에 양비가 나무라듯이 말했다.

 "위귀비, 황후마마께서는 그대를 각별히 아끼시거늘, 어찌 그리 말씀하시는 것이오?"

 위귀비는 농으로 말한 것이었는데, 양비가 따지자 위귀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장손황후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송구하옵니다."

 양비와 위귀비는 당태종의 총애를 다투기 때문에 껄끄러운 관계일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황후의 처소에 냉기류가 흘렀다. 덕만공주와 선화공주는 양비와 위귀비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장손황후는 위귀비와 양비 사이에 흐르는 냉기류를 해소하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위귀비, 양비께서는 백제와 신라의 평화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여기 백제의 선화왕후와 함께 나를 찾아온 것이오. 허니, 서운해 하지 마시기 바라오."

 위귀비는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마마, 양비마마, 여기는 소첩이 있을 자리가 아닌 듯 하옵니다. 하오니,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위귀비가 자리를 뜨려하니, 양비가 말했다.
 "위귀비, 기왕에 오셨으니 차라도 한잔 하시고 가시오."

 장손황후는 위귀비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였다. 위귀비는 장손황후와 양비에게 인사를 올린 후 자리에 앉았다. 양비가 위귀비에게 말했다.

 "위귀비, 우리는 백제와 신라의 평화협상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소.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말해 보시오."
 위귀비는 백제와 신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할지 몰랐지만, 양비가 일부러 자신을 난처하게 만드려고 이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오기가 생겨 말했다.

 "소첩의 소견으로는 백제와 신라가 혈연동맹을 맺는다면, 두 나라에 평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옵니다. 백제의 의자왕자와 신라의 덕만공주와의 국혼을 추진하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순간 덕만공주의 안색이 변했다. 위귀비가 거론한 국혼 당사자인 덕만공주는 심기가 불편했지만, 위귀비의 체면을 생각해서 침묵하였다. 양비는 어의없다는 듯이 손을 입으로 가리고 살며시 웃었다. 위귀비는 자신이 실언을 했음을 깨달았다. 양비가 웃으면서 말했다.

 "위귀비, 참으로 좋은 생각이오. 허나, 선화왕후는 덕만공주의 언니이거늘, 어찌 덕만공주가 선화왕후의 아들인 의자왕자와 혼인할 수 있겠소?" 

 위귀비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처 몰랐사옵니다."

 위귀비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선화공주와 덕만공주에게 말했다.

 "선화왕후, 덕만공주, 미안하오. 내, 모르고 한 말이니, 양해하여 주시오."
 덕만공주와 선화공주는 위귀비의 사과를 받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선화공주가 위귀비에게 말했다.

 "귀비마마께서 양국의 나라의 평화에 마음써 주시니, 소첩은 망극할 따름이나이다. 괘념치 마소서."

 덕만공주도 위귀비에게 말했다.

 "소녀 또한 귀비마마의 애정어린 관심에 망극할 따름이나이다."

 
 한편 당태종은 김춘추와 바둑두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춘추는 초반의 우세를 계속 지키며 당태종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지난 10년 가까이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는 당태종으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난 것이었다. 초조해진 당태종은 패를 걸어 승부수를 띄었지만, 김춘추는 패에 지고도 실리를 차지하여 당태종을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당태종은 김춘추의 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대는 실로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구나. 누구에게 배웠는고?"
 "아버님께 배웠사옵니다."
 "용춘공이 그토록 바둑을 잘 두다니, 언제 한번 두고 싶구나. 짐은 수년간 한번도 바둑을 진 적이 없거늘, 그대가 짐을 이겼으니, 그대에게 상을 내리겠노라."
 당태종는 환관을 불러 말했다.

 "검을 가져 오너라."

 환관이 검집에 보석이 박혀있는 장검을 가져왔다. 당태종은 장검을 김춘추에게 하사했다. 김춘추는 고개를 조아린 채 장검을 받았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당태종은 문득 신라의 사신단에 아직 연회를 배풀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환관을 불러 명했다.

 "연회를 준비하거라. 짐이 신라의 사신단에 연회를 베풀 것이다."

 

 장손황후가 덕만공주, 양비, 위귀비를 보니 천하 미녀들이 한자리에 모인 느낌이었다. 선화공주는 나이가 있어 세 미녀의 미모만 못했지만, 여전히 천하절색의 미모를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장손황후는 네 미녀가 몹시 부러웠다.

 '세명의 천하절색이 한데 모여있으니,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구나!'

 사실 장손황후도 보기 드문 미녀였다. 하지만, 덕만공주, 양비, 위귀비의 미모가 너무 뛰어나 장손황후의 미모는 빛을 잃은 듯 하였던 것이다. 5명의 미녀가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장손황후의 환관이 안으로 들어왔다.

 "황후마마, 신라의 사신단을 위한 연회가 시작하였사옵니다."

 장손황후는 신라 사신단을 위한 연회에 참석하기로 되었기 때문에 양비에게 말했다.

 "저는 이만 연회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양비께서 이곳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황후께서는 염려하지 마시고 다녀 오세요."

 장손황후는 문득 신라 사신단의 대표인 덕만공주도 연회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덕만공주에게 말했다.

 "그대도 나를 따라오는 것이 어떻겠소?"

 덕만공주는 김춘추가 임무를 잘 수행하였는지 궁금했는데, 장손황후가 연회에 참석할 것을 권하자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소녀, 황후마마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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