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34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2. 21. 06:00

 

 선덕여왕 34화

 

 

 다음 날 오시가 되자 김춘추는 신라 사신단을 이끌고 황궁을 찾아갔다. 덕만공주를 대신하게 된 김춘추는 당태종에게 인사를 올렸다.
 "신라 사신단의 사신 김춘추가 황제 폐하를 알현하나이다."
 당태종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김춘추에게 물었다.
 "짐은 신라의 사신단 대표가 덕만공주라고 알고 있거늘, 어찌 그대가 왔는고?"
 "공주마마께서는 소신의 이모님으로 소신에게 폐하를 알현하는 은혜를 배푸셨나이다."
 "그런가?"
 당태종은 크게 실망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김춘추는 덕만공주를 대신해서 당태종과 독대를 하였다.

 당태종은 왕자가 없는 신라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진평왕이 죽으면, 천명공주의 아들인 김춘추가 신라의 왕위를 계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물으며 김춘추의 식견을 시험하였다.

 김춘추는 언변이 뛰어나 당태종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하였다. 당태종은 김춘추의 뛰어난 언변에 감탄하였다. 당태종은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김춘추를 바라보았다. 김춘추는 보기드물 정도로 수려한 외모를 가졌다. 당태종은 수려한 외모에 언변이 뛰어난 김춘추에게 호감을 느꼈다.

 당태종은 바둑에 능하여 대신들의 바둑의 기풍을 통해 성격을 파악하곤 하였는데, 김춘추의 성격도 바둑의 기풍을 통해 파악하고자 하여 물었다.

  "그대는 바둑을 둘 줄 아는고?"

 "조금 둘 줄 아나이다."

 "짐과 한판 두겠는고?"

 "폐하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여봐라, 바둑판을 가져오너라."

 환관이 바둑판을 가져오자 당태종이 말했다.

 "백을 잡겠는가? 흑을 잡겠는가?"

 "소신, 기력이 미력하오니, 흑을 잡겠나이다."

 당태종은 당나라 최고의 고수로 당나라에 적수가 없었지만, 김춘추 역시 바둑의 고수인데다 흑을 잡은 이점이 있어 초반부터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다. 

 김춘추의 아버지 김용춘은 선화공주가 떠난 후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서 바둑에 열중하여 입신의 경지에 올랐고, 이러한 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운 김춘추는 아버지 이외에 누구에게도 진 적이 없었다.

 

 덕만공주는 김유신과 함께 뒤늦게 황궁에 도착하여 별궁의 객실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장손황후의 시녀가 덕만공주를 찾아왔다.
 "황후마마께서 공주를 뵙고자 하시나이다."

 "알겠다."
 덕만공주는 장손황후의 시녀를 따라갔다. 장손황후의 시녀는 덕만공주를 장손황후의 처소로 인도하였다.
 덕만공주는 장손황후에게 인사를 올렸다.

 "신라의 덕만공주가 황후마마를 알현하나이다."

 장손황후는 덕만공주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였다. 덕만공주가 자리에 앉자, 장손황후가 말했다.

 "덕만공주, 오늘 그대가 폐하와 독대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폐하와 독대를 한다 들었는데, 참으로 잘하였소."
 장손황후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장손황후는 선녀처럼 아름다운 덕만공주가 당태종을 알현하는 일이 신경쓰였는데, 다른 사람이 덕만공주를 대신하였다는 소식을 듣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덕만공주는 장손황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황후마마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옵니다."

 장손왕후는 웃으며 말했다.

 "덕만공주가 나에게 송구할 일이 무엇이 있겠소?"

 "황후마마의 넓으신 아량에 감읍할 따름이나이다."
 장손황후는 덕만공주를 대신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폐하와 독대하고 있는 자는 누구요?"
 "소녀의 조카인 김춘추이옵니다."

 덕만공주가 장손황후와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시녀 한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황후마마, 양비마마께서 백제의 선화왕후와 함께 오셨나이다."

 "어서 모시거라."

 덕만공주는 선화공주가 양비와 함께 왔다는 말을 듣자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장손황후의 처소에 들어온 선화공주와 양비는 친자매처럼 친해보였다.

 조국을 떠난 선화공주와 조국을 잃은 양비는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 친자매처럼 친해진 것이다.

 양비가 장손황후에게 인사를 올리자, 장손황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답례하였다. 장손황후의 아버지 장손성이 양비의 아버지 수양제를 섬겼기 때문이다. 이어 선화공주가 장손황후에게 인사를 올렸고, 덕만공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비에게 인사를 올렸다. 인사가 끝나자 장손왕후는 양비와 선화공주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였다. 

 "양비, 어서 앉으세요. 선화왕후도 어서 앉으시오."

 양비와 선화공주가 자리에 앉자 장송황후가 양비에게 물었다.

 "양비께서 어인 일로 귀하신 발걸음을 하셨나이까?"

 장손황후는 수나라 공주였던 양비를 깍듯이 대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황후가 되어서도 여전히 양비를 깍듯이 대했다.

 "황후마마께 백제와 신라의 평화협상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 있어 찾아온 것이옵니다."

 "저도 그 문제로 양비를 찾아뵐 생각이었는데, 때마침 잘 오셨소." 

 덕만공주는 장손황후와 양비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황후마마와 양비마마의 크신 호의에 망극하기 그지 없나이다."

 선화공주도 장손황후와 양비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신라와 백제를 아껴주시는 황후마마와 양비마마의 은혜에 감읍할 따름이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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