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추

김춘추 대왕의 꿈, 특별회 - 승만왕후와 손잡은 칠숙

조정우 2012. 12. 16. 06:00

   김춘추 대왕의 꿈 신재하 조정우 역사소설


김춘추, 대왕의 꿈

저자
#{for:author::2}, 김춘추, 대왕의 꿈#{/for:author} 지음
출판사
아름다운날 | 2015-08-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삼국을 통일한 민족의 영웅인가? 외세를 끌어들인 통한의 군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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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회 - 승만왕후와 손잡은 칠숙

 

   밤이 깊었건만 칠숙은 마당에서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북두칠성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태후마마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태어날 때 북두칠성이 찬란하게 빛났다 하셨으니, 나야말로 왕위에 오를 운명이 아니겠는가!'

   북두칠성이 찬란하게 빛나던 날, 왕실의 기대 속에 태어났던 칠숙은 승덕왕자가 태어나기 전까지 만호태후의 유일한 손자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보위에 오를 포부를 품고 살아왔다. 이러한 칠숙에게 보위에 오르도록 힘써주겠다고 약조했던 승만왕후가 근래 들어 자신의 혈육 승덕왕자를 태자에 세우는 것을 공론화하고 있어 칠숙은 수심에 찬 얼굴로 상념에 잠겼다. 아들 보로와 함께 마당을 거닐던 보량은 보로를 방으로 들여보낸 후 칠숙에게 다가갔다.

  "낭군, 무슨 근심거리라도 있사옵니까?"

  칠숙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승덕왕자께서 태자의 위에 오르시면, 왕후마마께 토사구팽당할까 걱정이오."

  보량은 한동안 칠숙과 함께 북두칠성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왕후마마께 토사구팽당할까 걱정되시오면, 낭군께서 왕위를 포기하시는 것이 어떻사옵니까?"

   칠숙은 정색하며 말했다.

  "왕후마마께서 나를 왕위에 세우시겠다고 굳게 약조하셨거늘, 어찌 이제 와서 왕위를 포기할 수 있겠소?"

  "낭군의 뜻이 그러하시오면, 왕후마마를 믿는 도리밖에 없는 듯하옵니다."

  "아버님께서 살아계신다면, 참으로 좋으련만......"

   지난봄, 칠숙을 아끼던 만호태후가 세상을 떠난 데 이어 지난여름엔 칠숙의 아버지 백반마저 세상을 떠나자 조정에서의 칠숙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승만왕후는 자신을 따르는 대신들을 조정의 요직에 임명하여 실권을 장악하였다. 얼마 전 승만왕후는 칠숙에게 승덕왕자를 태자의 위에 세울 것을 부탁하며 말했다.

   "조정에 승덕왕자를 태자의 위에 세우는 문제를 공론화하여 주시오. 승덕왕자가 태자의 위에 올라야만 대사가 순조롭게 성사될 수 있을 것이오. 그리만 된다면 폐하의 승하시, 조서를 내려 공을 왕위에 세우면 그만이 아니겠소."

   자신을 왕위에 세우겠다는 승만왕후의 말에 칠숙은 몹시 기뻤지만, 이어지는 승만왕후의 말 한마디가 칠숙의 꿈을 일장춘몽으로 만들어버렸다.

   "공이 왕위에 오르면 승덕왕자를 태자에 봉해야 하오. 대신 공의 아들 보로로 하여금 승덕의 뒤를 잇도록 하겠소. 그리한다면 공과 나, 서로에게 공평할 것이오."

   칠숙은 승만왕후가 약조를 지킬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승만왕후가 칠숙에게 한 약조는 칠숙이 승만왕후를 곤위에 오르도록 힘써준다면, 승만왕후는 칠숙을 보위에 오르도록 힘써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승만왕후의 말이 바뀌었으니, 칠숙은 승만왕후의 약조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승만왕후라면 유사시에 승덕왕자를 보위에 내세워 충분히 섭정이라도 하려 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만왕후를 알현한 후 며칠을 고민하던 칠숙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물색하던 중 문득 보량의 어머니 양명공주가 떠올랐다.

   "폐하의 장녀이신 장모님께서 나를 도와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이오. 부인께서 장모님께 도움을 청해보시는 것이 어떻겠소?"

   보량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송구하오나, 어머님께서는 태자마마와 우애가 깊으시니, 다른 분을 찾는 것이 좋을 듯하나이다."

   "장모님께는 동생이 딸과 사위보다 소중하시단 말이오?"

   "무엇보다 아버님께서 태자마마께 충성을 맹세한 터라, 설령 어머님께서 낭군을 도우시고 싶으셔도 나서실 수 없을 것이 분명하옵니다."

   그때 보량의 시녀 능보가 정자로 다급하게 뛰어오더니 울먹이며 말했다.

   "마님! 주인어른! 승덕왕자께서...... 승하하셨다 하나이다."

   능보의 말에 칠숙이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승덕왕자께서 승하하셨다니, 대체 누구에게 들은 것이냐?"

   불과 열흘 전에 승만왕후와 밀담을 나누었던 칠숙은 이 소식이 믿어지지 않았다.

   "내전의 시위가 방금 당도하여, 승덕왕자께서 열병으로 승하하셨으니, 입궁하여 신전에서 명복을 빌라는 조서를 전해왔나이다."

   승만왕후의 처소에 자주 들면서 승덕왕자를 종종 보았던 보량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탄식하였다.

   "어찌 이런 일이......"

   칠숙은 자식을 잃은 승만왕후에게 연민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우환거리가 사라졌다는 안도감과 함께, 자칫 왕위의 꿈이 무산되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왕후께서 나를 돕지 아니하신다면, 내 어찌 왕위에 오를 수 있겠는가?'

  칠숙은 밤하늘에 떠있는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깊은 시름에 잠겼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건만,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승덕왕자를 잃은 승만왕후의 마음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승덕아, 이 어미를 두고 떠나다니, 내 너 없이 어찌 살겠느냐?'

   승만왕후가 승덕왕자에게 서예를 가르치던 추억을 떠올리며 회상에 젖어 있을 때, 보량이 보로를 데리고 찾아왔다.

   "소인 보로가 왕후마마께 문후 올리나이다."

   승만왕후는 보로가 인사를 올리자 환하게 미소 지으며 보로를 쓰다듬었다.

   "보로야, 그간 잘 지냈느냐? 내 적적하였는데 때마침 찾아왔으니 너에게 상을 주겠다."

   "소인, 어머님의 말씀에 따랐을 뿐이오니, 소인에게 상을 하사하시지 마옵시고 어머님께 하사하소서."

   겨우 다섯 살인 보로가 어른스럽게 말하자, 승만왕후는 신기한 듯 웃으면서 말했다.

   "어미를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하구나."

   승만왕후가 시녀에게 눈짓을 하자, 시녀가 나무 상자 하나를 가져와 열었다. 승덕왕자가 쓰던 붓과 벼루였다.

   ", 너에게 특별히 하사하는 것이니, 서예 연마에 정진토록 하거라."

   한눈에 봐도 귀한 붓과 벼루였다. 보량이 멀뚱히 자신의 눈치를 보는 보로에게 말했다.

   "왕후마마께서 각별히 너에게 선물을 하사하셨으니, 큰절을 올리거라."

   보로는 넙죽 엎드려 절하였다. 승만왕후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은 후 보량에게 말했다.

   "참으로 영명한 아들을 두셨구려."

   "왕후마마께서 첩의 자식을 어여삐 봐주시니, 감읍할 따름이나이다."

 

   집으로 돌아온 보량은 칠숙에게 보로가 승만왕후로부터 하사받은 붓과 벼루를 보여주었다. 칠숙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왕후께서 우리 보로를 각별히 총애하시는 것이 틀림없소."

   보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듯하옵니다."

   칠숙은 갑자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보량을 바라보았다.

   “부인……

   "첩에게 하실 말씀이 있사옵니까?"

   칠숙은 보량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부인, 내 부인께 청이 있소."

   "첩은 응당 낭군을 따라야 하거늘, 청이라니 당치 아니하옵니다. 말씀하소서."

   칠숙은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부인...... 왕후께서 우리 보로를 각별히 총애하시니, 왕후께 양자로 바치는 것이 어떻겠소?"

   보량은 정색하며 칠숙의 손을 뿌리쳤다.

   "낭군께서 제정신으로 하시는 말씀이시옵니까? 잘못 들은 것으로 알겠사옵니다."

   보량이 방을 나서려 하자, 칠숙이 보량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부인, 내 말을 들어보시오."

   보량은 시선을 외면한 채 말했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것이옵니까? 자식을 팔아 입신양명하실 생각이시라면, 첩은 낭군의 곁을 떠나겠사옵니다."

   보량은 자신이 목숨보다 사랑하는 보로를 승만왕후에게 바치려는 칠숙에게 배신감을 느껴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칠숙은 보량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부인, 부디 내 말을 끝까지 들어보시오. 부인께서 내 말을 모두 들으시면 내, 부인의 뜻을 따르겠소."

   "말씀해보시옵소서."

   "모든 것이 보로를 위해서요. 왕후께서 보로를 총애하시니, 보로가 왕후의 양자가 된다면 왕후께서는 필시 보로를 왕위에 세우시려 하실 것이오. 그리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소? 우리가 보로를 잘 보필한다면 우리의 혈육이 자자손손 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을 것이오. 뿐만 아니라 보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선택이오. 아시다시피 태자는 서른에 가까운 나이에도 정혼조차 아니하신 채 홀몸이시오. 허니 태자께서 왕위에 오른다 하여도 어느 세월에 아들을 낳아 키우시겠소? 태자는 춘추를 혈육처럼 여기시니, 필시 태자의 위에 춘추를 세우실 것이오. 춘추가 왕위에 오르면 문희는 왕후가 될 터인데, 그리된다면 어찌 되겠소? 문희가 부인을 그리도 미워하는데, 태후가 된다면 부인과 보로를 가만히 두겠소? 부인의 언니와 부부의 연을 맺었던 춘추가 살아있을 때야 그나마 우리 가문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어도, 춘추가 세상을 떠난다면 누가 우리 가문을 지켜주겠소? 멸문지화를 면키 힘들 것이오."

   보량은 자신의 정혼자 춘추를 빼앗은 문희가 왕후의 자리에 오를 것을 생각하니 불같은 질투심이 솟구쳤다.

   '문희가 내가 누려야 할 모든 행복을 대신 누리는구나! 그러고도 나를 미워하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보량은 문희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믿고 있었다. 사실, 문희는 보량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보량을 차가운 시선으로 몇 차례 바라본 것이 그런 오해를 만든 것이다. 수년 전 동생 양도와 의아우 군관을 따라 화랑도의 수련장을 방문했을 때 문희의 냉대를 받고 오해가 더욱 깊어졌던 것이다. 보량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길게 한숨을 내쉰 후 울먹이며 말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사옵니다."

   "무엇이오?"

   "왕후의 의중을 여쭈소서. 왕후께서 보로를 왕위에 세우실 생각이 없으시다면 보로를 왕후께 바칠 명분이 없는 것이 아니옵니까?"

   "부인께서 나의 뜻을 따라주니 참으로 고맙소. , 왕후께 의중을 여쭈어보겠소."

   보량은 보로와 떨어져 살 것을 생각하니 온몸에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찌는 듯이 무더운 여름, 보량은 처소에서 보로를 생각하며 회한에 잠겼다.

   '보로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살아있을 때는 함께 살 것을...... 이미 엎질러진 물이거늘,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보로야, 너만은 행복하게 잘 살아다오.'

   보량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문밖에서 시녀 능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님, 왕후전의 시종이 찾아와 왕후께서 마님을 부르신다 하나이다."

   보량은 그 즉시 마차를 타고 왕후전을 찾아갔다.

   "어서 오시오. 보량궁주."

   승만왕후는 어두운 얼굴로 보량을 맞았다. 보로를 승만왕후에게 입양시킨 후 왕후전을 찾을 때마다 승만왕후의 곁에 있던 보로가 보이지 않자, 보량은 혹시라도 보로에게 문제가 생겼나 하여 가슴이 철렁하였다. 보량은 근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왕후마마, 무슨 근심거리라도 있사옵니까?"

   승만왕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위중하시오. 태의에 따르면, 지금이 고비라 하오."

   "하온데 어찌 지금까지 왕실에 알리지 아니하셨나이까?"

   "폐하의 뜻이었소. 폐하께서는 나를 철석같이 믿으셔서 모든 일을 내게 일임하셨소."

   보량은 갑작스러운 변고에 말문이 막혔다. 승만왕후의 말이 이어졌다.

   "폐하께 변고가 생기면, 태자를 왕위에 세우라는 유지를 내리셨소. 내 폐하께 보로를 태자에 세울 것을 여러 차례 주청드렸건만, 보로가 너무 어려 불가하다 말씀하시더이다."

   "왕후마마께서 우리 보로를 위해 힘써주시니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승만왕후는 기분이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보로는 이제 엄연히 내 자식인데, 어찌 어미가 자식을 위해 힘쓰지 아니할 수 있겠소."

   잠시 침묵이 흘렀다. 보량은 자신이 실언을 했음을 깨달았다. 보로는 더 이상 그녀의 자식이 아니라 승만왕후의 자식이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된 것이다. 승만왕후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궁주를 총애하시니, 궁주께서 폐하를 간병하시오. 내 그래서 궁주를 부른 것이오."

   보량은 시녀의 안내를 받아 진평왕의 침소로 향했다. 잠들어 있는 진평왕의 얼굴은 몹시 수척하였다. 보량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총애하던 진평왕의 수척한 모습을 보자 절로 눈물이 났다.

 

   보량이 잠든 진평왕을 간병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을 때, 진평왕이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보량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왕후께서 오셨구려. 이게 얼마 만이오? 삼십년, 삼십년만이 아니오?"

   30년 전, 진평왕의 총애를 받았던 보명왕후는 자신의 딸 선화공주가 백제의 무왕을 따라가 신라를 배반한 죄로 폐출된 후 2년 만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보명왕후가 폐출된 것은 진평왕의 뜻이 아니라 만호태후의 뜻이었다. 그때 백제의 무왕이 대군을 이끌고 신라를 공격하자, 만호태후는 보명왕후에게 선화공주의 죄를 물어 폐출시켰던 것이다. 진평왕은 보명왕후를 보호해주고 싶었지만, 조국을 배신한 손녀의 죄를 그 어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어머니 만호태후의 단호한 뜻을 꺾을 수 없었다. 진평왕이 보명왕후를 마지막으로 본 지도 어언 30, 병세가 위중하여 정신이 혼미한 진평왕은 보명왕후를 쏙 빼닮은 보량이 보명왕후로 보였던 것이다. 보명왕후를 빼닮았다는 말을 종종 들었던 보량은 진평왕이 자신을 보명왕후로 잘못 보고 이러는 줄 알았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 애처롭게 진평왕을 바라볼 뿐이었다.

   "왕후, 나를 용서하시오. 왕후를 폐출시킨 것은 진실로 나의 뜻이 아니었소. 내 왕후를 진심으로 사랑하였거늘, 어찌 왕후를 떠나보낼 생각을 하였겠소? 내 평생의 한이 왕후와 선화를 지키지 못한 것이오. 왕후, 부디 나를 용서하여 주시구려. 이제 나는 병이 깊어 얼마 살지 못할 몸이오. 내가 죽으면 나와 후생을 함께하여 주시오. 부탁하오."

   진평왕은 눈물을 글썽이며 보량을 바라보았다. 보량은 진평왕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했다.

   "폐하의 뜻을 따를 뿐이나이다."

   "왕후, 참으로 고맙소......"

   진평왕은 감격하며 눈물을 흘리더니 정신을 잃었다. 보량은 다급하게 태의를 불렀다.

   "어떠신가?"

   보량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묻자, 태의는 고개를 갸웃하며 오히려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의 맥박이 이전보다 힘차게 뛰는 것이 폐하의 병세가 호전된 듯하옵니다."

   태의의 말에 보량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폐하의 병세가 호전되었다니 참으로 다행일세. 왕후마마께도 그리 아뢰게나."

   바로 그때, 승만왕후가 안으로 들어왔다.

   "수고하셨소. 궁주께서는 이만 가보시오. 폐하의 간병은 내가 하겠소."

   승만왕후는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진평왕의 침소에서 시중드는 시녀들로부터 진평왕이 보량에게 한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승만왕후는 마음속에 울분이 치밀었다.

   '첩은 스물의 나이에 육순의 폐하께 시집와 한마음으로 폐하를 모셨사온데, 어찌 첩을 이리도 푸대접하실 수 있사옵니까? 폐하께서 선왕후를 그리도 그리워하시오니, 이제 첩은 보로와 함께 새 세상을 열겠나이다!'

 

출판사와의 협약으로 일부만 하이라이트로 발췌하였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링크 글 : 김춘추 대왕의 꿈, 나당동맹의 정당성을 묻는다(사자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