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추

김춘추 대왕의 꿈, 비담, 승만왕후와 손잡다

조정우 2013. 1. 13. 07:00


  김춘추 대왕의 꿈 신재하 조정우 역사소설


  특별회 - 비담, 승만왕후와 손잡다

   

  하일라이트


 

   10년 전, 비담의 고모 태양공주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비담을 불러 말했다.

   "선왕(진지왕)께서 행음을 일삼아 폐위되셨다는 소문이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선왕께서는 누구보다 인자한 분이셨다. 모든 것이 미실궁주가 꾸민 일이었다. 어마마마(사도태후)께서 선왕을 폐위하신 것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때 화랑도의 낭정을 장악하고 있었던 미실궁주가 화랑도를 앞세워 정변을 일으켜 선왕을 폐위시켰던 것이다. 어마마마께서는 조카인 미실궁주를 친딸처럼 총애하시어 화랑도의 낭정을 맡겼거늘, 그것이 화를 부를 줄이야......"

   진지왕이 미실의 정변으로 폐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비담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비담은 여태껏 진지왕이 행음을 일삼아 진지왕의 모후 사도태후에 의해 폐위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정녕 그것이 사실이옵니까?"

   태양공주는 눈을 감은 채 수십년 전의 일을 회상하며 말했다.

    "그때 미실궁주는 자신의 낭군인 세종전군을 보위에 내세우고자 하였다. 허나 태상태후마마(지소태후)께서 극렬히 반대하시어 미실궁주는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결국 천하의 미실도 물러서지 아니할 수 없었던 게지. 효성이 지극한 세종전군께서 어찌 감히 자신의 모후인 태상태후마마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느냐? 결국 미실은 겨우 열세 살인 어마마마의 손자이신 선대왕(진평왕)을 보위에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진실을 알게 된 비담은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헌데 어찌 여태껏 그 누구도 소질에게 말씀해주지 아니하셨나이까? 오래전, 고모님께서는 분명 아바마마께서 정치를 잘못하셔서 할마마마께서 조서를 내려 폐위하셨다 말씀하지 아니하셨나이까? 어찌 이 소질에게 거짓을 말하셨나이까?"

   태양공주는 길게 한숨을 지었다. 

   "어마마마께서 내게 미실의 정변에 대한 모든 일을 무덤에 갈 때까지 함구하라 엄명을 내리셨기 때문이다. 어마마마께서는 또 다시 조정에 변란이 일어나 구륜 오라버니마저 해를 당할까 두려워하셨던 것이다. 하여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나를 불러 특별히 신신당부하셨다. 헌데 내 어찌 어마마마의 뜻을 거역할 수 있었겠느냐?"

   비담은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주먹으로 땅을 치며 말했다.

   "누구이옵니까? 미실의 정변에 동참하였던 자들이 누구이옵니까? 그들을 발본색원하여 반드시 아바마마의 피맺힌 원한을 풀고야 말겠사옵니다."

    태양공주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아니다. 그래서는 아니된다. 묻어야 하느니라. 그것이 네 조모이신 태상태후마마의 뜻이니라. 내가 너에게 진실을 말한 것은 선왕의 아들인 너라도 진실을 알아야 선왕께서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말한 것이었다. 이제 곧 세상을 떠날 이 고모의 부탁을 부디 저버리지 말아다오."

    그 말을 남긴 후 태양공주는 세상을 떠났다. 그날, 아버지 진지왕이 미실의 정변으로 폐위되었던 사실을 알게 된 후 비담은 원한과 함께 대의를 가슴에 품게 되었다.

 

   "아바마마, 소자 기필코 아바마마의 피맺힌 한을 갚겠나이다!"

   진지왕의 영전에서 나온 비담은 태후전을 찾았다.

   "상대등 비담이 태후마마를 알현하나이다."

   "상대등께서 정월 초하루부터 어인 일로 나를 찾아온 것이오?"

   "태후마마께 긴밀히 상의드릴 것이 있어 찾아왔나이다."

   승만태후는 주변 사람들을 모두 물리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해보시오."

   "오늘 성상께서 대전회의에서 조서를 내려 진덕궁주를 섭정에 봉하셨사옵니다. 성상께서 대신들과는 상의하지도 아니하시고 독단으로 결정하신 일이라, 대신들의 반발이 예사롭지 아니한 듯하오니, 이제 태후마마께서 나서주시기를 간청드리나이다."

   비담은 아버지 진지왕이 미실의 정변으로 폐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왕위에 오르고자 하는 야심을 품어왔는데, 지난겨울 상대등에 오른 후 자신의 양아들 보로를 왕위에 세우고자 하는 승만태후와 손을 잡았던 것이다. 승만태후가 정변이 실패할까봐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비담은 무릎을 꿇으며 간곡하게 말했다.

   "태후마마, 비록 성상께서 이 나라의 지존이시긴 하나, 잘못된 정치를 하면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마땅한 줄로 아옵니다. 우리나라가 백제와 고구려 양국의 침략으로 국난에 처한 이때, 여자인 진덕궁주를 보위에 세운다면 백제와 고구려 양국이 우리나라를 얕잡아보고 침략할 것이 명약관화하오니, 바라건대 성상의 잘못된 결정을 태후마마께서 나서시어 바로잡아 주시옵소서."

   승만태후는 오랜 망설임 끝에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가 어찌하면 좋겠소?"

   "여주께서 독단으로 세우신 진덕궁주를 폐하고, 영명한 왕손을 왕위에 세워주시기 바라옵니다."

   "경의 생각을 말씀해보시오. 누구를 내세우는 것이 좋겠소?"

   "태후마마의 양자이신 보로전군께서 대통을 잇는 것이 마땅한 줄 아옵니다. 소신들 모두 보로전군께서 대통을 이으시기를 바라오나, 태후마마께서 마음에 두신 왕손이 있으시오면 태후마마의 뜻을 따르겠나이다."

   "대신들의 공론이 그러하다면 나 또한 공론을 따르고자 하오. 어미가 어찌 자식이 대통을 잇는 일을 마다할 수 있겠소?"

   "태후마마께서 뜻을 정하셨다면 소신들은 신명을 바쳐 태후마마의 뜻을 받들겠나이다."

   승만태후는 결심을 굳힌 듯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성상께서 붕어하신다면 즉시 조서를 내려 보로를 보위에 세우도록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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