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추

김춘추, 대왕의 꿈 4화 신재하 조정우 역사소설

조정우 2012. 8. 23. 10:00

  김춘추 4화 신재하 조정우 역사소설

 

 

   되찾은 백년가약의 인연

 

 

   단풍이 붉게 물든 남산의 중턱에 화려한 행장을 한 범상찮은 행렬이 나타났다. 수십의 무장한 병사들이 애워싼 행렬 한복판에는 금실로 용문양을 화려하게 수놓은 가마가 있었고, 그 뒤를 몇 개의 가마가 따르고 있었다. 서라벌의 정경이 한 눈에 보이는 산마루에 이르자, 가마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추거라!"

   여인의 목소리에 행렬이 멈췄다. 잠시 후, 용문양의 가마에서 금색 비단옷을 입은 여인이 휘장을 걷고 나왔다. 여인의 하얀 얼굴에는 기품이 흘러 넘쳤다. 곧이어  바로 뒤의 가마에서 자색 비단옷을 입은 사내가 나왔는데, 그 역시 수려한 용모였다. 여인은 사내와 함께 산마루의 정상에 올라 연꽃잎 문양이 새겨진 부채를 손에 쥔 채 서라벌의 정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춘추야, 단풍이 곱게 물든 서라벌의 풍경은 언제 봐도 참으로 아름답구나!"

    "그러하나이다. 태자마마. 남산에서 보는 서라벌의 가을 풍경은 언제 봐도 아름답기 그지 없나이다."

   덕만공주와 춘추는 지난여름 당나라에 사절단으로 파견된 바 있었다. 사절단의 수장인 덕만공주는 새로이 즉위한 당제 이세민을 설득하여 당과 신라의 동맹을 성사시킨 후 춘추와 함께 열흘 전 서라벌로 돌아왔다당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돌아온 덕만공주의 공을 높이 평가한 진평왕은 덕만공주를 섭정에 임명하여 대리청정하게 하였다. 

섭정의 지위에 오른 덕만공주는 오랜만에 춘추와 함께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춘추는 붉게 물든 서라벌의 가을 정경을 유유히 바라보다가 남산 아래에 있는 유신의 집에 시선이 멈추었다. 진평왕이 누이 만명공주를 위해 축조한 유신의 집은 방이 300칸이나 되는 대궐같은 저택이었다. 춘추는 남산 아래에 길게 뻗은 유신의 집을 그리움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문희야, 너를 못 본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구나! 그간 행복하게 잘 지냈느냐? 내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나, 삼생을 함께 하기로 하늘에 맹세한 보라의 유지를 어길 수가 없구나! 부디, 나 없이도 행복하게 잘 살거라.'

   서라벌 곳곳을 유심히 바라보던 덕만공주는 춘추의 시선이 유신의 집에 멈춘 것을 보자, 한때 자신이 목숨보다 사랑하였던 유신의 집을 방문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10년 전, 유신과 서로 사모하던 사이였던 덕만공주는 유신이 보고 싶어지면, 고모인 만명공주를 방문하는 길에 유신을 몰래 만나곤 하였다. 그때 유신은 어머니 만명공주의 명으로 헤어진 정인 천관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던 중에 진평왕의 명으로 덕만공주에게 검술과 궁술을 지도하다가 선녀처럼 아름다운 덕만공주의 자태에 마음을 완전히 빼았겨 상사병이 날 정도로 덕만공주를 사모하였다. 유신이 자신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덕만공주는 유신의 영웅다운 기개와 불처럼 타오르는 사랑에 마음이 감화되어 자신도 유신을 사모하게 되었던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덕만공주와 유신은 백년가약을 맺어 삼생을 함께 할 것을 약조하였다. 하지만, 이미 덕만공주에게 왕위를 물려줄 것을 결심한 진평왕은 가야계 대원신통인 유신과의 혼인을 윤허하지 않고, 이별하라고 명하였던 것이다덕만공주는 진평왕의 명을 어길 수 없어 마음이 천 갈래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감내하며 유신과 헤어졌지만, 단 하루라도 유신을 잊어본 날이 없었다. 덕만공주는 유신의 집을 바라보며 회한에 잠겼다.

   '유신공, 행복하게 잘 지내시오? 내 비록 그대와 몸은 함께 할 수 없으나, 마음만은 항상 그대에게 있소. 나는 그대가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오. 나와 그대의 인연은 후생에서나 이루어지길 바라겠소.'

   덕만공주가 유신의 집을 바라보며 회한에 잠겨있는데, 갑자기 유신의 집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덕만공주가 깜짝 놀란 얼굴로 춘추에게 물었다.

   "저 연기는 대체 무엇이냐? 유신공의 집에서 나는 것이 아니냐?"

   춘추는 문희와 유신이 걱정되어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속히 사람을 보내 불을 끄도록 명을 내리소서."

   덕만공주는 즉시 병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유신공의 집에 불이 났다. 너희들 모두 속히 유신공의 집으로 가서 불을 끄도록 하거라."

   이때 춘추의 종숙부인 아찬 염장이 덕만공주에게 말했다.

   "태자마마, 불이 난 것이 아니옵니다. 소신이 아는 바로는 유신의 누이동생 문희가 지아비 없이 임신한지라, 태자마마와 함께 당에서 돌아온 유신이 이를 알고, 가문의 법규를 바로 잡기 위해 문희를 불태워 죽이기 위해 피우는 불인 듯 하나이다."

   춘추는 문희가 임신했다는 말을 듣자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필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올 여름, 덕만공주, 춘추와 함께 사절단의 수행원으로 당에 파견되었다가 임무를 마치고 서라벌로 돌아온 유신은 문희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자문희를 춘추와 맺어주기 위해 고육지책을 쓴 것이었다. 염장은 유신의 아우 흠순과 친형제처럼 정분이 두터웠던 관계로 유신은 염장을 불러 문희가 춘추의 아기를 임신한 사실을 말한 후 자신의 계획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유신은 염장에게 자신의 계획을 분명히 알려주기 위해 염장을 마당으로 데려와 마당 한가운데에 박혀있는 기둥과 마당에 쌓아둔 장작 더미를 차례로 가리키며 말했다.

   "내 누이 문희를 위해 고육지책을 쓰고자 하오. 태자마마와 춘추공이 서라벌에 잠행을 한다고 하니 그 때 어떻게 해서든 남산의 산마루로 모셔 오시오. 그 전에 연통을 준다면 문희를 이 기둥에 묶은 후, 마당에 쌓아둔 장작 더미에 불을 지를 것이오. 허면, 그때 태자마마께 상황을 알려주시오."

   덕만공주가 평소에 남산의 산마루에 나들이를 잘 하는 것을 알고 있는 유신은 당에서의 소임을 다하고 몇 개월 만에 정겨운 서라벌로 돌아온 두 사람이 언젠가는 나들이에 나설 것을 짐작하여 이같은 계책을 세웠던 것이다.

    염장의 말을 들은 춘추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문희가 임신하였다니, 어찌 여태까지 나에게 알리지 아니한 것일까? 어찌......'

    춘추의 절망과도 같은 탄식을 들은 덕만공주는 문희를 임신시킨 자가 춘추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덕만공주는 태자의 옥패를 춘추에게 건내주며 말했다.

   "너의 소행이로구나. 속히 가서 문희를 구하거라. 절대로 임신까지 한 문희를 죽게 두어서는 아니 될 것이니라."

   덕만공주의 명이 떨어지자, 춘추는 황급히 말을 타고 쏜 살처럼 내달렸다.

   '문희야, 내가 간다. 제발 무사해 다오.'

   유신의 집에 당도한 춘추는 굳게 닫힌 대문에 대고 소리쳤다.

   "태자마마의 명을 하달하러 왔다. 대문을 열라!"

   대문이 열리자, 춘추는 유신의 하인들에게 태자의 옥패를 보인 후 마당으로 달려갔다. 마당에는 제법 배가 불러 온 문희가 기둥에 묶인 채 유신에게 추궁을 당하고 있었고, 기둥 옆에 있는 작장 더미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춘추는 유신에게 태자의 옥패를 내보이며 외쳤다.

   "유신공! 불을 끄시오! 문희를 구하라는 태자마마의 명이 내려졌소이다."

   사지에서 춘추의 목소리를 들은 문희는 더없이 놀라고 사무친 눈빛으로 춘추를 바라보았다. 춘추는 문희의 애달프고 처량한 모습을 보자 말할 수 없는 감회와 격정으로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문희야, 내가 무정하게도 너를 버렸건만, 나에 대한 너의 마음은 조금도 변치 아니하였구나!'

   문희는 자신이 춘추를 번민하게 만드는 것 같아 시선을 돌렸다. 유신은 하인들에게 불을 끄게 한 후 기둥에 묶인 문희를 풀어주게 하였다. 무거운 몸으로 기둥에 묵인 채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문희는 기력이 소진되어 시녀들의 부축을 받아 화형대에서 걸어 나왔다. 유신은 이러한 문희를 보자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지만, 춘추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고 문희에게 서릿발같은 호통을 쳤다.

   "태자마마께서 너를 구하라는 명을 내리셨으니, 내 너를 죽이지 아니할 것이다. 허나, 네가 가문의 법규를 어겨 우리 가문에 누를 끼쳤으니, 내 너를 용서치 아니할 것이다. 지체하지 말고 집을 떠나라."

   문희는 땅에 털썩 주저 앉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녀, 이미 아기의 아비에게 버림받았사온데, 가문에서 버림받는다면, 어디로 갈 수 있겠나이까? 차라리 불에 타 죽는 것이 낫겠사옵니다. 소녀를 죽여 주시옵소서."

   문희는 주저 앉은 채 애통하게 흐느꼈다애통하게 흐느끼는 문희의 모습은 말할 수 없이 가련해 보였다. 춘추는 이러한 문희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천 갈래로 찢어지는 듯 했다.

   '문희가 나로 인하여 가문에서 버림받았으니, 내 어찌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이미 문희의 몸에서 나의 아이가 곧 태어나지 않겠는가. 그래, 문희를 아내로 맞이하자. 문희가 잘못되면 내 어찌 살 수 있으랴!'

   마침내 문희와 혼인할 결심을 굳힌 춘추는 문희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문희야, 나를 용서해 다오. 너를 버린 나를 받아줄 수만 있다면 내 너를 아내로 맞이하여 삼생을 함께 하고 싶구나."

   문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춘추를 바라보았다.

   "춘추공......"

   춘추는 문희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나를 믿거라. 하늘이 무너져도, 내 너와 혼인할 것이다."

  춘추는 문희를 부축하여 가마에 태우고는 이를 노려보고 있는 유신에게 정중히 머리를 조아렸다.

“유신공, 나를 용서하시오. 이 모든 게 나의 잘못이요. 내 부모와 연을 끊는다 해도 문희를 아내로 맞겠소. 문희를 내가 데리고 가리다. 그러니 이제 문희에 대한 노여움을 거두어주시오.

“문희는 우리 가문에서 내쳐진 사람이외다. 데리고 가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오. 허나 춘추공이 문희와 당장 혼례를 올린다면 내 모든 일을 다 덮을 것이요.

“그리하리다. 허나 지금은 문희를 내 집으로 데리고 가서 어머니에게 허락을 구하는 게 순서일 듯 싶소. 설령 어머니가 허락하지 아니하신다 해도, 오늘 우리 둘만이라도 혼례를 올릴 것이요. 약속하리다.

 

춘추는 아예 등을 돌리고 있는 유신을 뒤로 하고 문희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문희는 가마 안에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춘추는 가다가 문희의 손을 맞잡고 달래고 얼르며 그동안 상처받은 문희의 마음을 위로했다. 문희는 꿈인지 생시인지 춘추를 다시 만난 것만으로 여한이 없었다.

춘추와 문희가 집으로 향하는 동안, 혼례를 앞두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춘추의 동태를 살피게 한 보량의 시녀 능보에 의해 이 소식이 보량에게 전해졌다. 보량은 뭔가 크게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직감이 들어 한 달음에 춘추의 집으로 달려갔다. 춘추의 어머니인 천명공주를 보자마자 보량은 목놓아 울며 지금의 상황들을 토해내듯 전하였다.

이윽고 집에 당도한 춘추가 어머니 천명공주 앞에 무릎 꿇고 바닥에 엎드린 채 그간의 사정을 말하며 혼례를 허락해줄 것을 절절히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된다!"

  천명공주는 춘추를 매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곧 보량과의 혼례식이 예정되어 있거늘, 이제 와서 어찌 이를 뒤엎는단 말이냐? 이 어미의 체통은 무엇이 되며, 왕실의 체통은 무엇이 되겠느냐? 폐하와 왕후마마께는 무어라 말씀드릴 것이냐결단코 아니되느니라."

   원래 춘추와 보라의 혼인식은 지난 6 6일에 올릴 예정이었지만, 6 4일에 당나라에서 고조의 차남 이세민이 현무문에서 정변을 일으켜 태자 건성과 삼남 원길을 죽이고 고조를 유폐하자, 나라의 온 신료들이 모여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느라 혼인식을 연기한 것이 지금까지 연기되었던 것이다. 춘추는 어머니 천명공주를 설득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만호태후를 떠올렸다.

   '태후마마께서는 문희의 외할머니가 되시니, 문희가 가문에서 쫓겨나는 것을 보고만 계시지 아니할 것이다.'

   춘추는 차분한 어조로 천명공주에게 말했다.

   "어머님, 문희는 태후마마의 외손녀이온데, 어찌 가문에서 쫓겨 나도록 내버려 둘 수 있겠나이까? 태후마마께서 이를 아시면 필시, 소자를 책망할 것이오니 부디, 문희와의 혼인을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아니되옵니다."

   보량이었다. 보량은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보량은 눈물을 글썽인 채 춘추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난 날 나라에 큰 일이 생겨 춘추 오라버니와 소녀의 혼례식이 연기된 바 있으나 소녀, 이미 춘추 오라버니를 지아비로 생각하고 춘추 오라버니의 딸 고타소를 돌봐왔나이다. 부디, 소녀의 사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라나이다."

   춘추는 보량의 시선을 외면하며 말했다.

   "보량아, 내 너에게 면목이 없으나 이젠 돌이킬 수가 없구나!"

   "춘추 오라버니......"

   이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태후마마 납시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희의 외할머니 만호태후가 문희의 언니 보희로부터 유신이 아비 없이 임신한 문희를 불태워 죽이려고 한다는 말과 지금의 상황을 전해 듣고 황급히 행차한 것이다. 이처럼 발빠른 보희의 처신 역시 철저하게 유신과 합의된 계략이었다. 만호태후는 지팡이를 의지한 채 걸어와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들으니, 춘추와 문희가 여기서 혼인식을 한다고 하더구나. 사실이냐?"

   만호태후는 문희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해 모르는 척 능청을 떨었다. 천명공주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춘추가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내가  맞추어 잘 온 것 같구나. , 너와 문희의 혼례식을 보러 온 것이니예정대로 혼례식을 거행하거라."

   만호태후의 뜻을 눈치챈 천명공주는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보량도 감히 나설 수 없었다. 보량은 춘추를 애원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나서주기를 바라였지만, 춘추는 보량의 눈빛을 외면한 채 혼례복으로 갈아입으러 내실로 들어갔다. 얼마 후 덕만공주가 당도하였다. 춘추가 떠난 후 급히 남산에서 내려와 마차를 타고 유신의 집으로 향하던 덕만공주는 시종으로부터 유신의 집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듣고는 역시 춘추의 집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혼례복으로 갈아입은 춘추와 문희는 곧바로 혼례식을 거행하였다

   혼례식이 거행된다는 소식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유신과 그 동생들이 춘추의 집으로 들이닥쳐 문희의 혼례를 축하해주었다. 천명공주 역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에게 절을 올리는 춘추와 문희에게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살라는 덕담을 해주자 문희의 눈물이 그칠 줄 몰랐다. 그날 밤, 신방에 든 문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춘추공, 소녀가 춘추공과 백년가약을 맺다니, 꿈만 같사옵니다."

   연지로 붉게 물든 문희의 두 뺨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춘추는 문희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나도 이렇게 너와 신방을 차린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구나. 남산에 있을 때만 해도 내 너를 영원히 못 볼 줄 알았다이제 영원히 함께 살자꾸나."

   문희는 목이 매여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춘추는 문희를 가슴으로 껴안으며 말했다.

   "문희야, 내 너와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진심으로 사랑한다."

   "춘추공...... 소녀도 춘추공을 진심으로 사랑하옵니다."

   문희는 머리를 춘추의 가슴에 묻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