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추, 대왕의 꿈 특별회
유신과 계백
유신은 2만기를 거느리고 가잠성을 향해 진군하였다. 유신의 신라군이 가잠성에 이르러 성을 포위한 백제군을 공격하니, 백제군이 포위를 풀고 구릉으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추격하라!"
유신은 선봉에서 화랑군 5천기를 이끌고 구릉으로 퇴각하는 백제군을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였다. 그동안 백제는 유신에게 연전연패를 해왔던 터라 유신의 모습만 보아도 오금이 저릴 판이었다. 사실상 유신은 지금의 신라 화랑도를 있게 한 정신적 지주이자 실질적인 화랑의 통수권자였기에, 유신이 이끄는 화랑은 모든 신라군의 중심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유신이 선봉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백제군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했다. 맹추격을 하던 유신의 신라군이 구릉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사방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을 울리며 퇴각하던 백제군이 반격에 나섰다. 유신이 중군을 이끌고 백제군의 중앙으로 돌격하자, 백마를 탄 백제 장수가 창을 비껴들고 유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팔척장신의 숯검댕이 눈썹을 한 그 장수의 안광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그 맹렬한 기세가 한눈에 보아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유신이 쌍검을 휘둘러 공격하자, 백마를 탄 장수는 번개처럼 창과 방패를 휘둘러 유신의 쌍검을 막아내고는 거침없이 유신을 향해 힘차게 창을 내던졌다. 유신은 쏜살같이 날아오는 창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가까스로 피했으나 날카로운 창은 유신의 얼굴을 스치고 파공성을 울리며 지나갔다. 유신이 처음으로 느껴보는 섬뜩한 순간이었다. 이때 유신의 자세가 흐트러지자, 백마를 탄 장수는 방패를 버리고 등에 맨 화살을 들어 단숨에 시위를 당겼다. 유신은 연이어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날아오는 화살을 검으로 쳐낸 후 자세를 바로잡았다. 너무 지척에서 쏜 화살이라 그것을 막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나 그야말로 초인적인 무사의 감각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쳐낸 것이다.
백마를 탄 장수는 처음부터 유신을 죽이기로 작정을 하고 덤벼들었던 것이다. 유신은 자칫 방심했다가 그대로 당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미치자 분노가 솟구쳤다. 백마를 탄 장수는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고 그대로 말을 몰아 유신을 향해 돌진했다. 적이었지만 영웅의 기개가 넘쳐 흐르는 젊은 장수였다.
"배짱이 대단하구나. 처음 보는 새파란 장수가 나 유신에게 정면 승부를 걸다니!"
백마를 탄 장수는 거침없이 유신에게 장검을 휘둘러왔다. 그것을 맞받아치는 유신의 손에 엄청난 상대의 힘이 느껴졌다. 칼날이 부딪칠 때마다 불꽃이 튀었으며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지금까지 맞대결하여, 연개소문을 제외하고는 10합을 넘긴 장수가 없을 만큼 유신은 강했다. 그러나 백마를 탄 장수와 유신은 수십 합이 넘도록 부딪혔지만, 용호상박, 막상막하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유신이 백마를 탄 장수에게 외쳤다.
"나는 신라의 대장군 유신이다. 너는 누구냐?"
"나는 백제의 달솔 계백이다! 유신, 내 너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으나, 너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너는 나의 적수가 되지 못하니 목숨이 아깝거든 항복하라!"
장군으로서 한창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는 유신과, 이제 막 혜성처럼 나타나 백제 최고의 명장으로 거듭나게 될 계백의 역사적인 만남이었다. 이때 유신은 불혹의 나이, 계백은 스물여덟이었다. 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유신의 맹공에 조금도 밀리지 않고 유신을 압박한 계백의 투지와 비범한 칼솜씨에 유신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유신 역시 젊은 계백에게 힘과 지구력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계백이 백제군이 두려워하는 유신과 대등한 승부를 벌이자, 백제군의 사기가 크게 올라 신라군이 밀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백제 장수 은상과 의직이 양쪽으로 신라군의 좌우를 동시에 공격하니, 신라군 좌우의 전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계백의 백제군이 신라군 진영의 중앙을 뚫자, 유신은 전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퇴각 명을 내렸다.
신라군이 퇴각하자, 계백은 전군을 이끌고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였다.
신라군이 가잠성에서 한 마장 정도 떨어진 숲에 이르렀을 때, 요란한 북소리가 울리며 백제군이 숲을 뚫고 나타났다. 백제의 좌평 성충이 2천기를 숲속에 매복시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신라군이 당도하자, 가잠성을 포위하고 있던 백제군이 퇴각한 것은 신라군을 협공하기 위한 성충의 계략이었다. 계백과 성충이 이끄는 백제군이 양쪽에서 협공하자, 신라군의 진영이 무너졌다. 가잠성주 변품은 가잠성을 구원하러 온 아군이 수세에 몰린 것을 보고는 대부분의 병사들을 이끌고 성문을 열고 나가 구원에 나섰다. 그때, 가잠성의 뒤쪽에서 요란한 함성이 들리더니, 성루 위에 있던 파수병이 가잠성주 변품에게 외쳤다.
"성주님, 동문이 백제군에 점령당하였나이다. 속히 회군하소서!"
가잠성의 방비가 허술해질 때 기습하려는 성충의 작전에 따라 백제군 천기가 동문 근처의 숲에 숨어 있다가, 신라군이 대부분 성을 비운 틈을 노려 급습하자 동문이 뚫리고 만 것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성충의 작전에 당한 신라군은 전의를 상실하였다. 가잠성이 백제군의 손에 떨어지자, 마침내 유신은 가잠성을 포기하고 퇴각하였다.
달포 전 백제 의자왕은 신라 정벌에 앞서 성충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
"짐이 대군을 일으켜 신라에게 빼앗긴 옛 가야 지역을 회복하고자 하는데, 좋은 방책이 없겠는가?"
성충이 대답했다.
"대야성은 사방에 견고한 외성이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인데다 신라의 경외병이 있는 압량주와 가까워 대군을 출병시켜 공격한다 하여도 구원군이 오기 전까지 점령하기 힘들 것이옵니다. 하오니, 먼저 가잠성에 대군을 파병하여 압량주에 있는 경외병을 가잠성으로 보낸 후 대야성을 공격한다면 경외병이 구원오기 전에 능히 점령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의자왕은 성충의 계략을 듣자 크게 감탄했다.
"기발한 계책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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