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명량의 신화를 이룬 이순신의 리더십

조정우 2014. 8. 19. 09:00

   '이순신은 백 번 싸운 장군으로서 한 손으로 친히 무너지는 하늘을 붙든 사람이었다. 이순신은 재질을 가지고도 운수가 없어 백가지 재능을 한가지도 풀어보지 못한 사람이었다.'

   서애 유성룡이 이순신을 평한 이 글은 13척으로 330여 척을 이긴 명량 대첩을 통해 여실히 증명되었다. 만약 명량 대첩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순신 장군의 진면목을 어쩌면 볼 수 없었을 지 모른다. 아직도 23전 23승의 빛나는 이순신 장군의 전승을 거북선과 대포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원균이 거북선과 대포를 가지고도 칠천량에서 일본 수군의 전략에 말려 200여 척의 조선 수군이 궤멸당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23전 23승의 이순신 장군의 전승은 단순히 함선과 무기의 우수함으로 이긴 것이 아니라 전술과 리더십으로 이긴 것임을 알아야 한다. 지형과 조류를 이용한 전술, 장수들과 병졸들을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게 만든 리더십, 이것이 바로 이순신 장군의 전승의 신화를 이룬 핵심 요소임을 알아야 한다. 단언하건데, 만약 이순신 장군에게 거북선과 대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순신 장군은 충분히 23전 23승의 전승의 신화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당시 조선 수군의 주력선인 판옥선이 이순신 장군의 전승을 가능케 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는데, 판옥선이 없었다면, 이순신 장군이라면 장인들을 시켜 판옥선에 못지 않은 다른 전선을 만들지 않았을까?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는 나대용을 비롯해 여러 뛰어난 전선 설계자들이 있었다. 훗날 나대용은 거북선에 못지 않은 창선을 만들었는데, 판옥선이 없었다면 오히려 창선처럼 판옥선을 훨씬 능가하는 전선이 조선 수군의 주력선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닐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순신 장군의 전승 신화는 결단코 거북선과 대포, 그리고 판옥선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를 테면, 대포가 없었다면 다른 화약 무기를 만들어 왜군을 무찌르지 않았을까. 예컨데, 화약이 연소되는 힘으로 날아가는 신기전을 만들어 일본 수군을 무찌르지 않았을까. 만약 화약이 없었다면, 불화살이나 불쇠뇌라도 만들어 일본 수군을 무찌르지 않았을까. 

   거북선, 대포, 판옥선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순신 장군은 23전 23승 전승의 신화를 이룰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불세출의 명장임을 알아야할 것이다. 

   명량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100여개의 젖은 솜이불로 일본군의 주력 무기인 조총을 막았다고 한다. 일본군의 화공에 대비하여 배에 진흙을 발랐다 하는데, 이처럼 이순신 장군은 일상의 평범한 것을 무기로 둔갑시킬 줄 아는 천재적인 장수였다. 거북선이 없다 한들, 대포가 없다 한들, 판옥선이 없다 한들, 그 누구도 이순신 장군의 23전 전승의 신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직접 지휘한다 한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휘한다 한들, 일본의 전국 통일을 앞두고 죽은 오다 노부나가가 다시 살아나고, 당대 최고의 일본 용장 다케다 신겐이 다시 살아난다 한들, 이순신 장군의 전승을 막아낼 수 없으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지형과 조류를 이용한 이순신 장군의 천재적인 전술, 그리고 장졸들을 한마음으로 일치단결시킬 수 있는 리더십, 이 두가지가 바로 이순신 장군의 전승을 가능케 한 핵심 요인이다. 

   대포와 판옥선을, 명량 대첩의 승인으로 꼽는 역사학자들이 있는데, 대포와 판옥선이 없었다면, 불화살과 다른 배를 만들어서 명량의 신화를 이루었으리라 필자는 믿는다.

   명량 대첩을 이룬 병사들의 대부분이 신참 병사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도 수군 통제사에 임명된 후 8월 18일 경 회령포에서 본격적으로 모병을 한 것을 생각하면, 명량 대첩이 있었던 9월 16일까지 한달도 안되는 기간에 신병들을 훈련시켜 이겼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명량 대첩에서 1000여 척의 피난선의 피난민들이 함성을 질러 마치 복병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여 승리를 도왔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여인들은 강강술래를 불러 복병이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였다고 한다. 

   급히 모집한 신병들을 한달도 안되는 시간에 훈련시키고, 피난민들과 여인들마저 도망치지 않고 일치단결시켜 복병으로 위장하게 하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 바로 13척으로 330여 척을 이긴 명량의 신화를 이룬 핵심 요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