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1화

조정우 2015. 11. 25. 18:00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1화 조정우 퓨전 역사소설


    1화 이순신은 죽지 않았다


    기해년(1599년) 11월 19일, 경상도 안동 하회의 산자락에 있는 초가집에 차려진 작은 사당에서 예순에 가까워 보이는 선비가 제를 지내고 있었다. 머리가 반백인 선비는 7년 간의 전란에 종지부를 찍은 노량 해전에서 전사했던 이순신의 위패 앞에서 향을 피운 채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순신, 그대는 백전백승의 장수로 친히 한 손으로 무너지는 하늘을 붙들었다. 그대는 불멸의 재질을 가지고도 천운이 없이 백가지 재능 중 하나도 풀어 보지 못하였도다......"


    이순신이 노량 해전에서 왜군의 흉탄을 맞고 전사한지 정확히 1년이 된 지금, 온 조선 팔도가 이순신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순신의 명복을 빌고 있는 이 선비는 이순신의 죽마고우 유성룡이었다. 


   "순신, 정유년에 자네가 간신들의 모함으로 하옥되었을 때, 내 목숨을 걸고라도 자네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일세......"


    정유년(1597년)에 이순신이 모함으로 하옥되었을 때 이순신을 적극적으로 구명하지 않은 사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그 당시 유성룡은 선조가 이순신을 의심하여 죽이려 했던 것이 아니라 이순신을 시기하여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병신년(1596년)에 선조가 이몽학의 난을 계기로 조선팔도 의병대장 김덕령을 장살한 사실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유성룡이 김덕령의 방면을 건의했을 때 선조는 유성룡에게 김덕령을 방면하는 것은 호랑이를 풀어 놓아 산으로 가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말하며 묵살했었다. 선조는 김덕령의 무고함을 알면서도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장살했던 것이다. 


    유성룡은 선조가 김덕령을 장살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순신 또한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순신을 구명하면 선조의 노여움을 사서 자신의 목숨은 물론 자신의 가문과 자신의 당파까지 화가 미칠까봐 이순신을 적극적으로 구명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로 인한 자책감으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온 유성룡은 회한에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순신, 참으로 미안하네. 내 목숨이 아까워 자네를 구명하지 않은 것이 아니나, 내 가문과 내 당파까지 화를 당할까봐 자네를 구명할 시기를 놓친 것일세. 그때 이대감(이원익)과 정대감(정탁)이 자신의 가족과 가문을 걸고 자네를 구명하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의 종묘사직은 끝장이 났겠지......"


   유성룡이 붓을 들어 글을 쓰려는 찰나, 초겨울의 찬바람이 불고 있는 마당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려왔다.


   "게 누구시오?"


   조정에서 낙향한 후 지난 1년간 유성룡은 인적이 드문 산자락의 초가집에서 이순신의 명복을 빌며 징비록을 저술하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이곳에 난데없는 인기척 소리가 나자 유성룡은 누가 왔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당에서 난 인기척에 장지문을 열어젖힌 유성룡은 의아한 얼굴로 마당을 내다보았다. 거기에는 커다란 밀집 모자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대단히 낯익은 풍채였다.


    '순신!'


    우두커니 서 있는 사내의 풍채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유성룡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노량 해전에서 전사했던 이순신이었다. 밀집 모자 밑으로 드러난 수염과 풍채가 이순신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유성룡은 귀신에 홀린 듯 온몸이 전율로 떨리고 있었다.


   '순신일 리가 없다! 그는 노량 해전에서 왜적의 흉탄을 맞고 전사하지 않았던가!'


   유성룡은 머리속으론 이순신일리가 없다 되뇌이면서도 버선을 신은 채 밖으로 걸어나갔다. 유성룡이 다가오자,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유성룡은 귀신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자, 자네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사내는 다름 아닌 이순신이 아닌가! 유성룡이 이순신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백발이 많이 늘었지만, 틀림없이 이순신이었다. 이순신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날세. 자네의 죽마고우, 이순신일세."


   틀림없는 이순신의 목소리였다. 사내가 이순심임을 확신한 유성룡은 덥석 이순신의 손을 잡았다. 이순신이 저승사자로 유성룡을 데리러 온 것이라 할지라도 유성룡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이순신과 함께라면 무엇이 두렵겠는가! 하지만 이순신의 손은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유성룡은 이순신이 살아있는지 확인하듯 물었다. 


   "자네가 정녕 살아있단 말인가?"


   이순신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유성룡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는 듯 고개를 흔들며 물었다. 


   "죽었던 자네가 살아돌아오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네. 대체, 이게 어찌 된 영문인가?"


    이순신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손으로 유성룡의 손을 잡아 끌며 말했다.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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