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3화

조정우 2015. 12. 9. 22:00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3화 조정우 퓨전 역사소설


   이순신이 살아있다니! 


   이날 선조는 이순신의 위패 앞에서 제를 지내고 있었다. 임금이 신하를 위해 제를 지내는 경우는 지극히 드문 일이었다. 선조는 이순신이 1년 전의 노량 해전에서 전사했던 사실이 안타까운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순신, 그대가 살아있다면 변방의 여진족 따위에게 이 나라가 위협당하는 일은 없을 터인데...... 참으로 안타깝구나......"


   이 당시 건주 여진족의 부족장 누르하치가 해서 여진족을 멸망시켜 요동 지역에서 크게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권율마저 세상을 떠난 이때에 건주 여진족의 세력에 위협을 느낀 선조는 이순신의 부재가 뼈아프게 다가왔던 것이다. 선조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이순신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제문을 읊었다.


    "그대가 바다를 가로막으매 왜적이 감히 아국의 바다를 넘보지 못하였도다. 내 그대의 힘만 의지하였거늘, 그대를 한번 싸움에 허망하게 잃었으니, 이 원통함을 어이할꼬! 과인이 그대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었던들, 어찌 적군의 흉탄에 쓰더졌으리오. 모든 것이 과인의 허물이라. 그대를 잃고 어찌 천하의 포부를 펼칠 수 있으리오. 

   과인이 어질지 못하여 만고의 충신인 그대를 파직하였으나, 그대는 과인의 허물을 원망치 아니하고, 오직 충정심으로 수군을 다시 일으켜 이 나라를 지켰도다!

   충의롭도다 그대여! 그대의 공로가 사직을 지켰으매, 그대의 충정, 죽어서도 영원하리! 오호라, 슬프도다. 비록 그대의 공로 불멸이나 하늘이 정한 죽음 면치 못하네.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대와 같은 이 다시 없으리!"


   선조가 제문을 다 읊고 처소로 돌아왔을 무렵, 내관 하나가 안으로 들어와 아뢰었다. 


   "주상 전하, 전임 영의정 유성룡 대감이 주상 전하를 뵙기를 청하나이다."


    내관의 보고를 듣자 선조가 놀란 듯 되물었다. 


    "유성룡이 왔단 말이냐?"


    지난 1년 전, 유성룡을 영의정의 자리에서 파직시켰던 선조는 시간이 지나자 유성룡을 파직시킨 것을 후회하여 다시 조정으로 불렀으나 유성룡은 선조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은거 중이었다. 그러한 유성룡이 자신을 뵙기를 청한다는 내관의 말에 선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선조의 물음에 내관이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유성룡이 지금 처소 밖에 와 있나이다."


    내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조가 말했다. 


    "어서 들라하라."


   유성룡이 처소로 들어오자 선조는 유성룡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유성룡은 선조에게 신하이자 벗이자 스승이었다. 7년 간의 전란 중 선조가 가장 의지했던 사람이 유성룡이었다. 이러한 유성룡이 조정에서 파직당한지 1년 만에 찾아왔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선조는 내관들에게 명하여 술상을 내오게 하였다. 친히 유성룡의 술잔에 술을 따른 선조는 근심어린 얼굴로 건주 여진족 부족장 누르하치가 조선의 변방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순신의 이야기를 꺼내었다. 


   "이순신이 살아있다면, 변방의 여진족 따위가 감히 조선을 넘보지 못하련만......"


   선조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자 유성룡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주상 전하, 만약 이순신이 죽지 아니하고 살아있다면 어찌 하실 것입니까?"


   선조는 실로 난데없는 유성룡의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유성룡이 이 질문을 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답했다. 


   "그대가 과인을 놀리는 것인가? 이순신이 죽지 아니하고 살아있다면 마땅히 중용하여 이 난국을 수습하도록 하지 않겠는가?"


   유성룡이 선조의 진심을 확인하듯 다시 물었다. 


    "이순신이 살아았다면 중용하겠다는 말씀, 진심이십니까?"


    선조는 어의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과인이 허언을 하는 것을 봤는가? 진심이네. 과인은 이순신의 충성심과 재능을 잘 아는 터, 이순신이 살아있다면 중용하여 이 난국을 수습할 것이네."


    이 말을 하고 나서 선조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허나, 이순신은 이미 죽은 사람인데, 이런 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때 유성룡의 입에서 실로 믿을 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주상 전하, 이순신이 아직 살아있나이다."


    선조는 유성룡이 농을 한 것이 아니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뭐라? 이순신이 살아있다고? 그대는 과인에게 어찌 그리도 허무맹랑한 말을 하는고?"


    이어 선조가 정색하며 물었다. 


    "그대가 지금 과인에게 농을 하는가?"


   유성룡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농이 아니옵니다."


   선조는 유성룡이 농을 한 것이 아니라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 그대가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로군......"


    선조는 유성룡이 이순신의 죽음을 슬퍼하다 머리가 돈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유성룡은 자신이 멀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선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주상 전하, 소신은 참말을 한 것이옵니다. 지난 일년 전, 노량 해전에서 비록 이순신이 왜적의 총탄에 맞았으나 죽지 아니하고 아직 살아있나이다. 소신도 지금에서야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옵니다."


    이제서야 이순신이 살아있다는 유성룡의 말이 믿겨진 듯 선조가 진지해진 얼굴로 물었다. 


    "정녕 이순신이 살아있단 말인가?"


    유성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선조는 여전히 이순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이순신이 살아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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