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5화

조정우 2015. 12. 21. 19:00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5화 


    죽음을 초월한 두 형제의 우정이 이순신을 살리다


    선조가 유성룡의 인도를 받아 하회에 이르렀을 무렵, 이순신은 유성룡의 큰형 유운룡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운룡이 말했다. 


   "신하된 도리로서 나라에 충성하는 것도 중요하나, 자식된 도리로서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니, 어느 쪽 하나 소흘히 할 수 없는 것이네."


   유운룡은 인동현감, 광흥창 주부, 한성부판관, 평시서령, 사복시첨정의 벼슬을 거친 후 전란 때 벼슬에서 사임한 이래 어머니를 봉양하고 지냈다. 유운룡의 말을 듣자 이순신은 어머니 변씨가 자신이 옥살이를 하던 와중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 것을 떠올리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아, 내 평생 천추의 한이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해 세상을 떠나시게 만든 것이오......"


    이순신은 목이 메이고 말았다. 유운룡은 자책하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자네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하지 말게.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비록 자네의 자당께서 세상을 떠나셨지만, 저승에서 자네를 지켜보고 있을 터이니 지금이라도 효도하란 뜻으로 말한 것이네."

   

   유운룡의 말에 크게 통감한 이순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저승에 계신 어머님께 효도할 수만 있다면 이 몸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오......"


   목이 메어 말끝을 흐린 이순신은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유운룡이 이순신을 나무라듯 말했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라니, 그 무슨 나약한 소리인가? 자네가 살아야 저승에 계신 자네의 자당께 효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유운룡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듯 이순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 몸은 주상 전하의 처분을 기다릴 뿐, 살고 죽는 것에 아무 미련이 없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데 이어 자신이 가장 아끼는 막내아들 이면마저 세상을 떠난 후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만 이순신은 선조가 자신에게 죽음을 내린다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이순신은 가족과 가문이 무탈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순신이 죽음을 위장한 것도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과 가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이순신의 마음을 꿰뚫어 본 유운룡이 이순신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 아우와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결단코 자네가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걸세. 내 아우와 나를 믿게나."


   유운룡은 어렸을 때부터 한양 건청동에서 함께 자라온 이순신에게 특별한 애정이 있었다. 그 때문에 유성룡 뿐만 아니라 유운룡도 이순신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 뿐만 아니라 가문까지 걸고 나선 것이다. 유운룡, 유성룡 형제의 깊은 우정에 감격한 이순신이 마침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미 죽은 것이나 매한가지인 이 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 운룡 형님과 성룡의 우정에 감격할 따름이오."


   이때 유운룡과 이순신이 손을 꼭 맞잡았다. 서로의 마음이 통한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친구의 목숨을 구하려는 것보다 아름다운 우정은 없으리라. 

   

   이렇게 이순신과 유운룡이 서로의 손을 꼭 맞잡고 있을 때 유운룡의 하인이 싸리로 엮은 초가집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보고했다.


   "작은 대감께서 주상 전하를 모시고 일행들과 함께 이쪽으로 오고 있사옵니다."


   유성룡이 선조를 인도하여 이쪽으로 오고 있었던 것이다. 유성룡은 떠나기 전에 만약 자신이 돌아오지 못하면 이순신을 안전한 곳으로 피난시키라 유운룡에게 부탁했었다. 그러한 유성룡이 선조를 인도하여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선조가 이미 이순신을 용서했다는 의미였다. 


   하인의 보고에 유운룡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유운룡이 미소를 지으며 이순신에게 말했다. 


   "자네는 여기서 주상 전하를 뵙게. 나는 할 일을 다했으니 이제 그만 떠나봐야겠네."


   이 말을 하고서 유운룡은 이순신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버렸다. 

   

   이윽고 선조가 유성룡과 함께 이순신이 머무는 유성룡의 집에 당도하자, 이순신이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말했다.


   "전하를 기만한 이 불충한 소신을 죽여주시옵소서."


   이순신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만고의 충신인 이순신은 선조를 속이고 죽음을 위장한 것이 말할 수 없이 죄책감이 들었던 것이다. 


   이순신의 충성심을 엿볼 수 있는 이 한마디에 선조는 정유년에 자신의 의심으로 억울한 옥고를 치른 이순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순신이 죽음을 위장한 것도 결국은 자신이 의심이 많아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선조는 눈물을 글썽인 채 이순신의 손을 덥석 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모든 것이 과인이 부덕한 탓이로다. 과인의 의심이 그대를 막다른 낭떠러지로 몰았구나! 과인의 잘못으로 죽었다 살아난 그대를 어찌 죽이겠느냐? 내, 그대를 용서할 것이다."


   선조의 말을 듣는 순간 감격한 이순신이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조아리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순신이 감격한 것은 자신의 목숨을 건져서가 아니었다. 정유년 초에 일본의 간계와 간신들의 모함에 이순신을 죽이려 했던 선조가 이제라도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사실이 나라를 위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에 감격했던 것이다.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 '퓨전 더 비기닝'에 출품했습니다. 현재 19화까지 연재 중이니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밑줄 클릭 네이버 웹소설 사이트로 이동)

법무법인 강호 (저작권법 전문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조정욱 변호사 블로그)

신재하 문예창작교실 (문창과, 작가지망 수강생 모집, 분당 미금역선릉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