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4화

조정우 2015. 12. 15. 11:00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4화


    세번째 백의종군


   이순신이 살아있음을 알게 된 선조는 기쁘기도 했지만 화가 나기도 했다. 이순신을 기용하면 변방의 여진족 따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기뻤지만, 이순신이 자신을 기만했다는 생각이 들자 화가 난 것이다. 잠시 기쁜 표정을 짓던 선조는 갑자기 안색이 굳어져 유성룡에게 물었다. 


    "이미 장례식까지 치른 이순신이 살아있다면 과인을 기만한 것이 아니더냐? 이순신이 죄를 안다면 과인을 찾아와 죄를 자복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대체 이순신은 지금 어디 있단 말인가?"


    유성룡은 선조의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선조가 임금을 기만한 죄를 물어 이순신을 죽이려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유성룡은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간곡하게 말했다.


    "전하, 임금을 기만한 이순신의 죄, 죽어 마땅하나, 나라의 사직을 지킨 이순신의 공이 크오니, 바라옵건데 하해 같은 은혜로 이순신의 죄를 사면하여 주시옵소서."


    선조는 전란 때 큰 공을 세웠던 곽재우가 자신에게 허락받지 않고 벼슬을 사임했다고 죄를 물어 귀향보냈던 권위주의적인 임금이었다. 만약 유성룡이 죽음을 위장한 이순신에게 죄가 없다고 말한다면 선조는 오히려 더욱 화를 내며 임금을 기만한 죄를 물으려할 것이 뻔했다. 


   유성룡은 이순신이 하옥되었을 때 정탁이 이순신의 죄가 크지만 이순신의 재능이 아까우니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울 기회를 주자는 말로 선조를 설득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렇게 간청한 것이다. 


    선조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유성룡의 간청에 화가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화가 누그러진 선조는 이순신에게 임금을 기만한 죄를 물을지 이순신의 죄를 용서하고 변방의 여진족을 막는데 기용할지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조가 대답하지 않자 유성룡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전하, 이순신은 만고의 충신이옵니다.  이순신이 살아있는 한, 여진도 왜도 감히 조선을 넘보지 못할 뿐만 아니오라, 전란으로 혼탁한 이 나라의 민심도 능히 수습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부디, 하해 같은 은혜를 내리시어 이순신의 죄를 사면하여 주시옵소서."


    선조는 이순신을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순신이 죽음을 위장하여 자신을 기만한 것을 묵과할 수도 없었다. 선조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반문했다. 


   "과인을 기만한 이순신의 죄를 묵과한다면, 어찌 임금의 권위와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겠는가?"


    선조는 이순신을 용서하면 임금의 권위와 국가의 기강이 서지 않을까봐 고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조의 이 한마디에 유성룡은 선조에게 이순신을 죽일 뜻이 없음을 깨달았다.                  


    순간 유성룡의 뇌리에 이순신이 두 차례 백의종군한 사실이 떠올랐다. 권위주의적인 선조가 이순신이 죽음을 위장한 것을 그냥 묵과할 것 같지는 않았다. 선조가 끝내 이순신의 죄를 묻고자 한다면, 이순신이 공을 세워 죄를 씻을 수 있도록 백의종군한다면 최선은 못되도 차선은 될 수 있으리라. 이러한 생각에 유성룡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전하, 임금을 기만한 이순신의 죄가 크오나, 또한 이순신이 나라를 지킨 공 또한 크오니, 이순신의 죄를 묻되, 공을 세워 죄를 씻을 수 있도록 이순신을 백의종군토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선조 역시 이순신이 정유년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도 나라에 충성하여 사직을 구한 것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조는 이순신을 백의종군토록 하자는 유성룡의 제안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이순신이 과인을 기만한 죄가 크긴 하나, 정유년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도 사직을 구한 공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겠지......"


   유성룡은 선조가 이순신을 용서할 뜻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유성룡은 선조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이순신을 어찌 처결할지 고심하느라 잠시 침묵하던 선조가 입을 열었다. 


   "일단 이순신을 만나보겠다. 이순신의 죄를 묻든, 이순신을 백의종군에 처하든, 이순신을 만나본 연후에 결정할 것이다. 그대는 과인을 이순신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라."


   선조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미 이순신의 죄를 추궁할 마음이 없었다. 유성룡은 한결 누그러진 선조의 말투를 듣자 선조가 이순신을 용서하기로 결심한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유성룡은 선조를 설득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큰형인 유운룡에게 자신이 돌아오지 못하면 이순신을 피난시켜 달라 부탁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유성룡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주상 전하의 명대로 전하를 이순신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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