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8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0. 12. 19. 06:00

 

 선덕여왕 8화

 

 

 선화공주는 자신을 생각하는 무강의 마음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무강왕자, 참으로 고맙소. 허나, 그대는 신라의 적국인 백제의 왕자이니, 결코 그대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소.'
 선화공주를 따르던 화랑들조차 등돌린 상황에서 무강의 서찰은 선화공주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선화공주는 서동요의 소문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자신을 연모하던 화랑들이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하였다.

 '알천랑만이 나를 위해 나섰을 뿐, 다른 화랑들은 나서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일까?'

 한때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던 선화공주는 서동요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선화공주는 시녀들에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였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하늘이 이토록 나에게 가혹한가? 내 여태까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거늘......"

 선화공주는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흘렸다. 선화공주가 눈물을 보이자, 시녀들도 모두 눈물을 흘렸다.
 "공주마마, 심려마십시오. 소녀들이 목숨을 걸고 공주마마를 지킬 것이옵니다."

 "나를 생각해주니, 참으로 고맙구나. 허나, 나는 예전처럼 존경받는 공주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망측한 소문은 정말 참을 수가 없구나!"
 "언젠가는 공주마마의 결백하심이 밝혀질 것이니, 심려하지 마소서."
 선화공주는 몹시 괴로운 듯 미간을 찌푸린 채 입술을 깨물었다. 선화공주는 자신이 밤 몰래 서동을 만난다는 소문에 부끄러워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선화공주는 무강이 서동요의 소문이 거짓이라는 서신의 글에 크게 위안을 받았다.

 '백제의 왕자가 나의 결백함을 믿거늘, 어찌 화랑들이 나의 결백을 믿지 않는단 말인가?'
 선화공주는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는 무강왕자에게 연민을 느꼈다.
 
 절에 유폐된지 한달이 지났지만, 서라벌로부터 아무런 기별이 없었다. 
 선화공주는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방도를 궁리하다가 불현듯 무강왕자가 서동에 대해서 알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강왕자는 내가 이곳에 유폐된 사실을 알고 왔으니, 서동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화공주는 무강왕자를 찾아가기로 결심하였다.

 어느 날 밤이 깊었을 때 선화공주는 시녀의 복장에 난모를 쓰고 절을 나섰다.
 병사들은 난모로 얼굴을 가린 선화공주를 알아보지 못해 막지 않았다. 선화공주는 절을 벗어났지만, 여자의 몸으로 밤길을 가자니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두려움에 떨던 선화공주는 마음을 굳게 먹은 후 발걸음을 무강왕자의 거처로 향했다.

 
 

선덕여왕 전편을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 알라딘 창작 블로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