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10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0. 12. 21. 06:00

 

 선덕여왕 10화

 

 

 선화공주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울음을 터뜨렸다. 무강왕자는 선화공주가 울음을 멈추기를 기다렸다. 선화공주는 울음을 그친 후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대체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이오?"

 "나와 함께 백제로 가지 않겠소?"

 선화공주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내 어찌 조국을 버리고 그대를 따라갈 수 있겠소?"
 "그대가 나를 따라오는 것은 조국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국을 구하는 것이오. 그대가 나를 따라 백제에 오면 백제와 신라는 화친할 수 있으니, 이는 신라를 구하는 것이오. 또한 백제와 신라가 화친한다면, 그대는 금의환향할 수 있을 것이오."
 선화공주는 크고 아름다운 눈으로 무강왕자를 응시하며 물었다.
 "그게 가능하겠소?"
 "그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라 달렸소. 그대가 나를 따라오고 내가 백제의 왕이 된다면, 신라와 백제는 형제국이 되어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것이오."

 "그대가 무강왕자라는 것을, 내 어찌 믿고 따라갈 수 있겠소?"

 무강왕자는 품속에서 옥패를 꺼내 건냈다. 한눈에 봐도 진귀한 보물임을 알 수 있었다.

 '백제의 무강왕자가 맞는 것 같구나.'

 선화공주는 금의환향이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에 입을 열었다.
 "조건이 있소."
 무강왕자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무엇이든 말해보시오."
 "
첫째, 만약 서동을 잡게 되어 나의 결백이 드러난다면, 조건없이 나를 신라로 돌려보내 주시오.

 둘째, 그대가 왕이 된다면, 우리 신라와 평화협정을 맺을 것을 약조해 주시오.

 셋째, 내가 그대와 백년가약을 맺는다면, 이후로는 다른 여인을 받아들여서는 아니되오. 왕위에 오른다 하여도 마찬가지요. 그대가 약조를 어기면, 나는 신라로 돌아갈 것이오. 약조해 주겠소?"

 무강왕자는 미소를 지었다.
 "약조하겠소. 반드시 약조를 지키겠소. 허나, 내가 신라에서 잡힌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터이니, 일단 여기를 떠납시다."
 선화공주는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신라에서 백제로 가는 육로는 병사들이 겹겹이 지키고 있어 신라를 탈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오."

 "산 아래에 말이 있고, 해안에 함선이 정박되어 있소. 함선만 타면 안전하게 백제로 갈 수 있을터이니, 나만 믿고 따르시오."

 

 선화공주는 무강왕자를 따라 나섰다. 산 아래에 이르니 말이 두 마리가 나무에 매여져 있었다. 무강왕자는 선화공주가 말에 오르도록 도와준 후에 올라 탔다.

 "나를 따라 오시오."
 칠흑처럼 어두운 한밤 중에 무강왕자와 선화공주는 말을 타고 질주하였다. 몇시진만에 함선이 정박된 해안에 이르렀다. 백명이 넘게 탈 수 있는 커다란 함선이었다.
 함선에는 수십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칼을 차고 있었다.
 선화공주는 무강왕자와 함께 함선에 올라 탔다. 이윽고 함선이 출항하였다. 함선이 해안에서 멀어지자 선화공주는 눈물을 흘리면서 통곡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 이 불효녀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무강왕자는 선화공주를 위로하였다.
 "공주, 심려하지 마시오. 고구려의 평강공주도 온달에게 시집가기 위해서 평원왕을 떠났지만, 온달은 평원왕에게 인정받는 사위가 되어 떳떳하게 돌아오지 않았소? 나, 무강은 반드시 그대의 아버지께 인정받는 사위가 될 것이니 심려하지 마시오."
 선화공주는 고개를 숙인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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