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11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0. 12. 23. 08:00

 

 선덕여왕 11화

 

 

 선화공주는 덕만공주에게 신라를 떠나는 과정을 설명하던 중 함선이 떠나는 순간을 말하다가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흘렸다. 덕만공주는 선화공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언니, 슬퍼하지 마세요. 아바마마께서 언니의 결백을 아시면, 언니를 다시 받아들이실거예요."
 선화공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신라를 떠난지 26년이나 흘렀거늘, 이제와서 어찌 나의 결백을 밝힐 수 있겠느냐? 설령 나의 결백이 밝혀진다고 하여도 나로 인하여 어마마마께서 세상을 떠나셨으니, 어찌 용서받을 수 있겠느냐?"
 "언니께서 큰 잘못을 하였다 해도 어찌 혈육의 정이 끊어질 수 있겠습니까? 아바마마께서도 틀림없이 언니를 보고 싶어 하실 것입니다. 가끔 천명 언니께서 아바마마께 언니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럴 때 마다 아바마마께서는 회한에 잠긴 듯 말없이 들으시며 눈물을 글썽이시곤 하십니다.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아직도 언니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요."

 선화공주는 기뻐하며 물었다.

 "그게 사실이냐?"

 "사실입니다."

 "아바마마......"

 선화공주는 진평왕의 부정에 가슴이 뭉클하여 흐느끼며 울었다. 한참 후에야 울음을 그친 후에 입을 열었다.
 "어마마마께서 나로 인하여 세상을 떠나셨으니, 나는 만고의 불효자식이다. 구천에 계신 어마마마를 무슨 면목으로 뵐 수 있겠느냐?"
 "선후께서는 떠나시는 순간까지 언니를 걱정하셨다 천명 언니께 들었습니다. 언니께서 행복하시면, 구천에 계신 선후께서도 마음 편히 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선화공주는 크게 탄식한 후에 애통하게 울었다.
 "어마마마...... 소녀를 용서해주옵소서."

 선화공주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
 "언니, 인명은 제천이라 사람은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이때 선화공주의 시녀가 황급히 들어왔다.
 "왕후마마, 황후께서 왕후마마를 부르시옵니다."

 선화공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백제 사신단을 위한 폐하의 연회가 끝난 모양이다. 황후께서 부르시니, 이제 그만 가봐야 될 것 같구나."

 덕만공주는 못내 아쉬워하며 말했다.
 "좀 더 있다 가시면 안되겠습니까?"
 "미안하지만, 안 될 것 같구나. 황후께 연회가 끝날 때까지 너와 이야기를 마치겠다고 이미 약조하였다."
 선화공주는 품속에서 책 한권을 꺼내 덕만공주에게 주었다.
 "이건 내가 신라르 떠난 후에 쓴 일기인데, 나의 억울함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될지 몰라 가져왔다. 일기장 안에 천명 언니께 쓴 서찰이 있으니, 꼭 전해다오."
 "꼭 전해드릴께요."
 선화공주는 덕만공주의 손을 잡은 채로 눈물을 흘렸다.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겠구나. 다시 만나게 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거라."
 "언니도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제가 황후마마를 뵈면, 언니를 다시 뵙게 해달라 청하겠습니다."
 "그래, 나 또한 황후마마를 뵐 기회가 다시 온다면, 너를 보게 해달라 청할 것이다."
 선화공주는 슬픈 눈빛으로 덕만공주를 바라보았다.

 "아바마마와 천명 언니께 나의 안부를 전해다오. 아바마마를 잘 부탁한다. 허면, 나는 이만 먼저 가보겠다."

 "언니, 다시 뵐 때까지 옥체 보중하세요."

 선화공주는 덕만공주에게 눈인사를 한 후에 떠났다. 선화공주가 떠난 얼마 후 장손황후의 시녀가 들어왔다.
 "덕만공주, 황후께서 부르시니, 따라 오소서."
 덕만공주는 선화공주가 준 일기장을 품속에 넣은 후에 장손황후의 시녀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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