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13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0. 12. 26. 06:00

 

 선덕여왕 13화

 

 

 덕만공주가 별궁을 나와 가마를 타려고 했을 때 공주를 황후의 별궁으로 데려왔던 환관이 나타나서 말했다.
 "덕만공주, 지존께서 그대를 부르시니, 나를 따라 오시오."
 덕만공주는 우두커니 선채로 생각에 잠겼다.

 '지존? 당에서는 황후를 지존이라고도 칭하는 것일까? 헌데, 방금 황후께 작별인사를 올리고 나왔거늘 어찌 다시 부르시는 것일까?'

 덕만공주가 우두커니 서있자 환관은 앞장서며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지체하지 말고 속히 따라 오시오."

 덕만공주는 의심적은 생각이 들었지만 장손황후가 부른다니 잠자코 환관을 따라갔다. 환관은 방금 전에 덕만공주가 장손황후를 알현했던 처소와 다른 처소로 인도했다. 덕만공주는 발걸음을 멈춘 후에 물었다.

 "여기는 조금전 황후마마를 알현한 처소가 아닌 듯 하오. 대체 나를 어디로 데려 가는 것이오?"

 환관은 거만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별궁 전체가 황후마마의 처소이거늘, 대체 무얼 의심하는게요?"

 환관은 덕만공주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다시 앞장서 갔다. 덕만공주는 환관의 언행이 미심적었지만 하는 수 없이 따라갔다.

 덕만공주는 환관이 인도한 처소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있는 장손황후는 커다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덕만공주는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신라의 덕만공주가 황후마마를 알현하옵니다." 

 덕만공주의 인사에도 장손황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부채만 휘둘렀다. 덕만공주는 고개를 살며시 들어 쳐다보았는데, 자리에 앉아 부채를 휘두르고 있는 사람은 장손황후가 아니라 미모가 수려한 사내였다. 그는 황제의 관을 쓰고 있어 덕만공주는 그가 태종 이세민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미묘한 미소를 띄운 채 덕만공주를 응시하고 있었다.
 덕만공주는 이제서야 환관이 '황후마마'라 칭하지 않고 '지존'이라 칭한 이유를 깨달았다.

 '황관을 썼으니 당태종이 틀림없다. 해서 환관이 황후마마라 칭하지 않고 지존이라 칭한 것이구나!'
 닥만공주는 크게 당황하였지만 침착하게 인사를 올렸다.
 "신라의 덕만공주가 황제 폐하를 알현하옵니다."

 덕만공주는 고개를 조아린 채 당태종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당태종이 덕만공주를 보니, 그녀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은 본 적이 없다! 인간이 어찌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당태종은 덕만공주의 아리따운 모습에 넋을 잃어 할 말을 잊어버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서야 미소를 띄우며 물었다.
 "덕만공주, 그대가 황궁에 어인 일로 왔는고?"

 "소녀, 황후마마의 부르심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나이다."
 "어찌하여 황궁에 왔으면서도 짐을 알현하지도 않고 떠나려고 했는고?"

 덕만공주는 당태종이 억지를 부린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공손히 말했다.
 "소녀, 폐하께서 공무로 바쁘실 것이라고 생각하여 미처 알현을 청하지 못하였나이다. 부디, 양해하여 주시옵소서."

 덕만공주의 자태는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목소리는 더할 나위없이 고왔다. 당태종은 아름다운 덕만공주를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덕만공주는 당태종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불현듯 장손황후가 자신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폐하께서 그대에게 청혼하신다면, 거절해 주게나.'
 덕만공주는 당태종과 혼인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당태종은 천하의 영웅이나, 청혼을 거절한다 황후마마에게 약조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미 황후마마와 양비, 위귀비와 백년가약을 맺었으니, 나의 배필로는 불가하다.'
 당태종은 생각했다.
 '덕만공주는 천하절색일 뿐만 아니라 신라의 공주다. 내가 덕만공주와 혼인하여 아들이 생겨 신라의 왕으로 봉한다면 나의 아들이 신라의 왕이 될 것이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당태종은 덕만공주의 마음을 떠보기 위하여 말했다.
 "짐은 당과 신라의 국혼을 통해 양국의 우의를 다지고자 한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고?"
 덕만공주는 생각했다.
 '지금 신라의 공주 중에 혼기가 찬 공주는 나뿐이고, 폐하의 자식은 어리니 국혼이라고 함은 나와 폐하의 국혼이 아니겠는가?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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