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14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0. 12. 27. 06:00

 

 선덕여왕 14화

 

 

 덕만공주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태종은 덕만공주의 표정에서 그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덕만공주는 나에게 마음이 없는 듯 싶구나. 천하에 나 이세민을 좋아하지 않는 여인도 있다니! 허나, 여인의 마음이란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당태종은 한때 자신을 원망하던 수양제의 딸 양비의 마음을 돌린 경험이 있어 덕만공주의 마음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덕만공주는 잠시간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폐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당과 신라의 국혼은 불가할 듯 하옵니다. 신라에는 왕자가 없사옵고, 혼기가 찬 공주는 소녀뿐이온데, 소녀는 정혼자가 있사옵니다. 부디, 살펴 헤아려 주시옵소서."

 당태종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덕만공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가? 실은 짐은 그대를 마음에 두고 말했느니라. 짐은 지금까지 수많은 여인들을 보았지만, 그대처럼 아름다운 여인은 본 적이 없다. 그대는 천상의 선녀처럼 아름다워 짐의 마음을 송두리채 빼았아 버렸다. 그대에게 시간을 줄 터이니, 숙고한 연후에 말해 주기를 바란다."
 당태종의 청혼에 깜짝 놀란 덕만공주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폐하께서 소녀를 어여쁘게 여겨주시니, 황송할 따름이옵니다. 허나, 소녀, 이미 백년가약을 약조한 정혼자가 있사오니, 소녀의 사정을 살펴 헤아려 주시옵소서."
 당태종은 덕만공주에게 청혼을 거절당하자 오기가 생겼다.

 '나 이세민, 한번도 여인에게 거절당한 적이 없거늘, 어찌 이대로 물러설 수 있겠는가? 설령 덕만공주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 하여도 덕만공주의 아버지인 진평왕의 마음을 움직이면, 내 뜻을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

 당태종은 태연하게 말했다.
 "짐의 뜻이 그러하니, 그대는 진평왕에게 나의 뜻을 전하거라."
 덕만공주는 당태종이 국혼을 밀어붙이려 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바마마께서는 나로 하여금 왕위를 잇고자 하시니 국혼에 찬성하시지 아니할 것이다. 번거롭게 수고할 필요없이 오늘 폐하와 담판을 지어야겠구나. 허나, 어찌 해야 폐하의 감정을 상하지 않고 거절할 수 있을까? 옳거니,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덕만공주는 길게 한숨을 내쉰 후에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폐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소녀는 이미 마음속 깊이 연모하는 정혼자가 있사옵니다. 부디, 살펴 헤아려 주시옵소서. 소녀와 그 분은 이미 견우와 직녀같이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이옵니다. 하해같은 마음으로 소녀의 사정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당태종은 처음에는 정혼자가 있다는 덕만공주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마음은 만천하의 황제조차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덕만공주의 절세의 미모에 반한 당태종은 그녀와 혼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잠시 침묵을 지키며 그녀를 설득할 방도를 궁리했다.

 '덕만공주의 마음을 움직일 방도가 없을까? 아들이 생기면 황제로 봉할 것을 약조하면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덕만공주는 당태종이 침묵하자 가슴을 졸이며 생각했다.
 '폐하께서 말씀이 없으신 것을 보니 아직도 나를 포기하지 못하시는 듯 싶구나. 어찌하면 좋을까?'

 

 

선덕여왕 전편을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 알라딘 창작 블로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