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15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0. 12. 28. 06:00

 

 선덕여왕 15화

 

 

 덕만공주는 당태종을 속이기 위해 옥구슬같은 눈물을 떨구었다. 눈물을 떨구는 덕만공주의 모습은 선녀 직녀가 견우를 만나는 날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처럼 간절해 보여 당태종은 마침내 덕만공주의 거짓말을 믿게 되었다. 당태종은 덕만공주가 연모하는 사내가 누구인지 궁금하여 견딜 수 없었다.
 "그대의 정혼자는 누구인고?"

 덕만공주는 당태종이 그것까지 물어볼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까지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누구라 말할까?'
 덕만공주는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둘러댔다.
 "폐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아직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도 아시지 못하는 저희들만의 약조라 말씀드리기 곤란하옵니다. 폐하께서는 부디, 이 점을 양해하여 주시옵소서."
 당태종은 덕만공주가 정혼자를 말하지 않자 문득 그녀의 말이 거짓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은 만인의 어버이니, 그대는 숨김없이 말하는 것이 마땅하다."

 덕만공주는 생각할 시간을 더 벌기 위해 말했다.
 "폐하께만 말씀드리고 싶사오니, 청컨데, 사람들을 물리쳐 주시옵소서."

 당태종은 좌우에 있는 환관에게 명했다.

 "모두 물러가거라."

 환관 한명이 당태종에게 귀속말로 속삭였다.

 "덕만공주가 품속에 무엇인가를 감춘 듯 하옵니다. 소신이 무엇인지 확인하겠나이다."

 당태종이 덕만공주를 살펴보니 품안에 책을 감춘 것처럼 보였다. 당태종은 고개를 흔들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내버려 두거라."

 환관들은 고개를 조아려 인사를 올린 후에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 덕만공주는 정혼자가 누구라고 거짓말할지 정하였다.

 당태종이 말했다.

 "이제 말해보거라."
 "폐하, 소녀의 정혼자는 평민으로 만약 아바마마께서 이 사실을 아신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옵니다. 소녀와 그분이 백년가약을 맺은 것은 기밀이오니, 기밀을 지켜주실 것을 간청드리옵니다."
 "그대는 짐을 믿지 못하는가?"

 덕만공주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녀의 정혼자는 지귀라는 평민이옵니다. 소녀는 우연하게 지귀를 만나 서로 연모하게 되었으나, 아직 아바마마께 말씀조차 드리지 못하고 있나이다."

 

 

 지귀는 활리역 사람으로 덕만공주가 활리역을 잠행했을 때 우연하게 만나게 된 청년이었다. 덕만공주가 잠행 중 홀로 들판에서 야생화를 구경하고 있을 때 길을 지나가던 지귀는 선녀처럼 아름다운 그녀의 자태에 혼이 빠질 정도로 반하였다.

 '참으로 아름답구나! 선녀가 아닐까?'
 야생화를 바라보며 활짝 미소짓는 덕만공주는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몹시 아름다웠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덕만공주의 자태에 지귀는 넋이 빠진 사람처럼 그녀를 쳐다보았다. 야생화를 구경하고 있던 덕만공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내가 자신을 넋이 빠진 듯이 쳐다보자 노하여 고개를 돌린 후에 말했다.
 "남녀가 유별하거늘, 그대는 대체 여기서 무엇하는 것이오? 지나가던 길이라면 어서 지나가고, 할 일이 있다면 일을 보시오."

 덕만공주의 목소리는 옥구슬이 은쟁반에 구르는 듯 맑고 고왔다. 지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실은 낭자에게 물어볼 것이 있소."
 "무엇이오?"
 "혹시 그대는 선녀가 아니오? 너무나도 아름다워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소. 사람이 어찌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이오?"
 덕만공주는 사내에게 아름답다는 칭찬을 들은 적이 없었는데, 처음듣는 사내의 칭찬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지귀는 아직도 넋이 빠진 것처럼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덕만공주는 민망하여 다시 고개를 돌린 후에 지귀가 서있는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덕만공주가 십보 정도 갔을 때, 지귀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낭자, 잠깐만 기다려주시오. 낭자에게 물어볼 말이 있소."
 덕만공주는 호기심이 생겨 발걸음을 멈춘 후에 물었다.
 "무엇을 물어보겠단 말이오?"
 지귀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낭자의 이름을 알고 싶소."
 덕만공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남녀가 유별하거늘, 어찌 나에게 이름을 묻는 것이오? 나는 이만 가보겠소."
 덕만공주가 떠나려고 하자 지귀가 외쳤다.
 "낭자, 낭자의 이름이라도 가르쳐 주시오."

 덕만공주는 잠행 중이라 신분을 밝힐 수 없어 못들은 척하고 걸어갔다. 지귀는 애원하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낭자, 제발 부탁하오. 이름이라도 가르쳐 주시오."

 덕만공주는 애원하듯한 지귀의 외침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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