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17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1. 10. 06:00

 

 선덕여왕 17화

 

 

 덕만공주는 당태종을 속이기 위해서 구슬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폐하, 지귀와 저는 하늘조차 가를 수 없는 사이니, 부디, 양해하여 주시옵소서."
 덕만공주의 구슬픈 눈물을 보자 당태종은 덕만공주의 거짓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지귀라는 자가 참으로 부럽구나! 덕만공주, 그대가 연모하는 사람이 나, 이세민이였으면 좋겠구나!'
 당태종은 덕만공주와 지귀가 견우와 직녀같은 사이라도 진평왕이 둘의 혼인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만공주, 그대의 뜻을 알겠노라. 허나 그대의 아버지인 진평왕이 허락하겠는가? 그대의 생각이 바뀐다면, 짐에게 알려주기 바란다. 짐은 그대가 뜻을 바꾸기를 기다릴 것이다."

 "소녀, 아바마마께서 혼인을 허락하지 아니하시오면, 고구려의 평강공주의 예를 따르고자 하오니, 굽어 살펴주소서."

 당태종은 지귀에 대한 덕만공주의 사랑이 지극하여 시간이 지나도 마음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지었다.

 '지귀가 살아있는 한 어쩔 수 없겠구나!'

 당태종은 덕만공주를 바라보았다. 눈물을 글썽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덕만공주의 모습은 견우를 사랑한 선녀 직녀를 연상시켰다. 당태종은 공주의 신분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지귀와 헤어지지 않겠다는 덕만공주의 말에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대의 뜻을 알겠노라."
 덕만공주는 당태종이 마침내 물러서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폐하께서 소녀의 마음을 하해같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당태종은 덕만공주를 지긋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덕만공주, 짐은 그대가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덕만공주는 당태종의 말에 가슴이 뭉클하여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폐하, 부족하기 그지없는 소녀를 아껴주시니,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당태종은 고개를 끄덕여 덕만공주의 인사에 답례한 후에 환관들을 불렀다.

 "덕만공주를 신라 사신단의 숙소로 모시거라."
 "소신, 폐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덕만공주는 당태종에게 하직인사를 올렸다.
 "폐하, 소녀는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만수무강하소서."
 덕만공주는 당태종에게 하직인사를 올린 후에 환관을 따라갔다. 별궁을 나서니 밖은 칠흑처럼 어두운 밤이었다. 덕만공주는 화려한 장식이 있는 가마를 타고 별궁을 빠져나갔다.

 가마가 별궁을 벗어나자 덕만공주는 선화공주가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선화 언니는 지금 백제 사신단 숙소로 돌아갔겠지. 언제 다시 선화 언니를 뵐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선화 언니가 신라를 떠나지 않았다면, 참으로 좋았으련만......'

 김춘추는 덕만공주가 장손황후의 환관을 따라갔다고 서희에게 들었지만, 밤이 깊도록 덕만공주가 돌아오지 않자 초조해졌다.
 이때 김유신이 김춘추의 처소에 들어왔다.
 "춘추공, 공주마마께서 여태까지 돌아오시지 않으시니, 어찌 된 것이오?"
 신라 사신단의 호위를 책임지고 있는 김유신은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김춘추를 바라보았다. 김춘추는 김유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
 "유신랑, 공주마마께서는 황후마마를 알현하러 가셨소.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시는 모양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사람을 보내 공주마마를 모시러 가는 것이 어떻겠소?"
 "아니오, 공주마마께서는 비공식적으로 황후마마를 알현하시고 계신 듯 하오. 허니,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것이 좋을 듯 하오."
 이때 덕만공주의 시녀 서희가 들어왔다.
 "공주마마께서 지금 막 돌아오셔 춘추공을 찾고 계시옵니다."
 김춘추는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유신랑, 공주마마를 알현하러 가야하니 나중에 다시 봅시다."

 김유신도 몹시 기뻐했다.
 "이 몸은 이만 물러가보겠소."

 

 

선덕여왕 전편을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 알라딘 창작 블로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