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18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1. 11. 06:00

 

 선덕여왕 18화

 

 

 사신단 숙소로 돌아온 덕만공주는 품속에 있는 선화공주의 일기장을 꺼내 펼쳤다. 일기장을 읽으니 선화공주가 그동안 얼마나 아버지 진평왕과 어머니 왕후를 그리워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덕만공주는 선화공주가 진평왕을 그리워하는 이상으로 진평왕도 그리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미어져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때 김춘추가 안으로 들어왔다. 덕만공주는 김춘추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계속 눈물을 흘렸다.
 김춘추는 어찌 할바를 몰라 우두커니 서있었다. 덕만공주는 눈물을 닦기 위해 품안에서 손수건을 꺼내는 순간, 김춘추를 보았다. 덕만공주는 김춘추를 보자 손등으로 눈물을 훔친 후에 말했다.
 "언제 온 것이냐? 네가 들어온 줄도 몰랐구나."
 "송구하옵니다."
 "아니다. 내가 너를 미쳐 못 보았다. 춘추야, 늦은 시간에 불러서 미안하구나."
 "아니옵니다. 분부하실 것이 있으시오면, 말씀해 주시옵소서."

 김춘추가 덕만공주의 안색을 보니 피로한 모습이 역력하였다. 덕만공주는 펼쳐진 일기장을 덮은 후에 말했다.
 "신라 사신신 대표로 폐하를 알현하는 일은 네가 해야할 것 같구나."
 덕만공주는 신라 사신단의 대표로 당태종을 알현하여 신라와 당의 동맹을 설득하려고 당나라에 왔지만, 자신을 연모하는 당태종을 다시 대면하기 거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춘추는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공주마마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하오나 그 연유를 여쭈어봐도 되겠사옵니까?"

 덕만공주는 입술을 깨문 채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나를 연모하고 계신 것 같구나."

 김춘추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물었다.
 "폐하께서 뭐라 말씀하셨사옵니까?"
 "나에게 청혼하셨다."
 김춘추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절대 아니될 일이옵니다. 폐하께서는 이미 양비, 위귀비 등의 후비들이 여러 분 계시지 않사옵니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덕만공주는 조심하듯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춘추야, 실은...... 내게 아바마마께서 모르시는 정혼자가 있다. 폐하께 사실대로 아뢰었더니, 물러나시더구나."
 김춘추는 덕만공주의 말에 크게 놀랐다.
 "누구이옵니까?"
 덕만공주는 살짝 눈짓을 한 후에 말했다.
 "네가 모르는 사람이다. 아바마마께도 말씀드리지 않았으니, 알려고 하지 말거라."
 김춘추는 덕만공주의 눈짓에 정혼자가 있다는 덕만공주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공주마마께서 당태종에게 정혼자가 있다는 거짓말로 청혼을 거절하셨구나. 나에게도 거짓말을 하시는 것은 누군가 엿듣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덕만공주의 의도를 파악한 김춘추는 덕만공주의 거짓말에 호응하여 말했다.
 "공주마마, 하오나 폐하께 언젠가는 사실대로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먼저 왕후마마나 어머님께 상의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덕만공주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말씀드려야 하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구나. 때가 되면 말씀드릴 터이니, 너는 못들은 것으로 하거라."
 김춘추는 문득 덕만공주가 숙소를 떠난 후 아무 것도 먹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주마마, 저는 이만 물러가겠사오니, 편히 쉬소서."

 "그래, 너도 이만 가서 쉬거라."
 김춘추는 나가면서 시녀들에게 말했다.

 "공주마마께서 시장하실 것이니, 수라상을 차려드리거라."

 덕만공주는 숙소를 떠난 후 아무 것도 먹지 못해 몹시 시장했지만 정신이 없어 미쳐 식사할 생각을 못했는데, 김춘추가 시녀들에게 수라상을 차려오라 말하자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얼마 후에 시녀들이 수라상을 차려왔다.
 덕만공주는 몹시 피곤하여 식사한 후 바로 잠을 청하였지만, 잠이 오지 않아 선화공주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새벽이 되서야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덕만공주는 오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는데, 밖이 소란하여 시녀를 불러 물었다.
 "무슨 일이냐?"
 "황후마마의 환관이 공주마마를 알현하기를 청하며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헌데, 어찌 깨우지 아니한 것이냐?"

 "환관이 공주마마께서 일어나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셔서......"

 "거울을 가져 오너라."
 "공주마마의 명에 따르겠사옵니다."

 덕만공주는 단장한 후에 환관을 안으로 들였다.
 장손황후의 환관은 어제와는 달리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올렸다.
 "덕만공주, 황후마마께서 부르시오니, 속히 입궁하여 주시옵소서."
 "알겠소."
 덕만공주는 환관을 따라가며 생각했다.

 '황후께서 내가 폐하를 뵌 일을 아시고 부르시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선화 언니가?'
 환관을 따라 황후의 별궁에 도착한 덕만공주는 장손황후에게 인사를 올렸다.
 "신라의 덕만공주가 황후마마를 알현하나이다."
 장손황후는 고개를 끄덕여 덕만공주의 인사에 답례한 후 미소지으며 말했다.
 "덕만공주, 반가운 손님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만나 보시오."
 덕만공주는 장손황후의 미소를 보자 선화공주가 와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추천  : 근초고왕 17화 (새로 연재중인 역사소설입니다)

이전 글 : 선덕여왕 17화 (재연재 중인 역사소설입니다) 

연재 : 배달민족 치우천황 21화 (신재하 작가의 역사소설입니다)

선덕여왕 전편을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 알라딘 창작 블로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