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21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1. 18. 08:00

 

 선덕여왕 21화

 

 

 선화공주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자신의 호위를 맡고 있는 알천을 연모하고 있었다. 알천 역시 아름다운 선화공주를 연모하고 있었지만, 신분 차이로 인하여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다.
 어느 날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불러 말했다.
 "선화야, 나는 너를 용춘과 짝지어 주려 한다. 용춘에게 왕위를 물려줄 것이니, 너는 용춘과 함께 이 나라를 다스리거라. 오랜 고심 끝에 결정한 일이니, 이 아비의 뜻에 따르거라."
 알천을 연모하고 있던 선화공주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화공주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바마마, 소녀는 나이가 어리고 부덕하여 아바마마의 대업을 이어 받을 재목이 못되오니, 바라건데, 뜻을 거두어 주소서."

 진평왕은 선화공주가 자신의 명을 따르지 않자 노기어린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나의 명에 따르지 않겠다는게냐?"

 "소녀가 어찌 감히 아바마마의 명을 거역할 수 있겠사옵니까? 단지, 소녀의 소견으로는 언니는 저보다 어질고 총명하여 아바마마의 대업을 이어받기 합당하다 생각하오니, 청컨데, 언니께서 아바마마의 대업을 이어받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진평왕은 문득 선화공주가 마음에 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 것이냐?"

 선화공주는 사실대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옵니다."

 "허면, 용춘이 싫은 것이냐? 네가 용춘이 싫다면, 다른 사람을 생각해 볼 터이니, 이 아비에게 숨김없이 말해보거라."

 선화공주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한 것이 아니오라...... 소녀가 부덕하여 이 나라의 사직에 누가 될까 염려되오니, 덕이 높고 총명하신 언니께서 아바마마의 대업을 이어받도록 하여 주시기 간청드리옵니다."

 진평왕은 노기를 가라앉히며 온화한 목소리로 선화공주를 타일렀다.

 "선화야, 너는 아느냐? 용춘이 너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헌데, 어찌 천명을 용춘에게 짝지어 줄 수 있겠느냐? 용춘 뿐만 아니라 용수나 비담도 너를 연모하고 있는 것 같더구나. 이 아비는 이런저런 것을 모두 고려하여, 너로 하여금 이 아비의 대업을 이어받도록 하는 것이다. 허니, 너는 사양하지 말고 이 아비의 뜻을 따르거라."
 선화공주는 더이상 진평왕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바마마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선화공주는 알천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알천랑, 그대가 왕족이라면 참으로 좋으련만....... 그래, 어마마마께 도움을 청하자!'

 선화공주는 어머니인 왕후의 처소를 찾아갔다.
 "어마마마, 소녀는 영민하지 못하여 아바마마의 대업을 이어받기을 재목이 못 되오니, 언니께서 용춘공과 혼인하여 아바마마의 대업을 이어받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왕후는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선화공주를 타일렀다.
 "선화야, 너는 공주로서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폐하께서 오랫동안 숙고하셔 결정하신 일이니 폐하의 뜻에 따르거라."

 선화공주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어마마마...... 소녀, 아바마마의 대업을 이어받는 막중한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없나이다. 부디, 소녀를 도와주소서."

 왕후는 선화공주의 눈물을 보자 마음에 둔 사람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음에 둔 자가 있는 것이냐?"

 선화공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냐? 이 어미에게 말해보거라."

 선화공주는 부끄러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천랑이옵니다."

 왕후는 길게 한숨을 내쉰 후에 말했다.

 "알천랑은 너의 배필감이 아니질 않으냐? 용수나 비담이라면, 모르겠으나, 알천랑은 아니된다. 잊어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어마마마......."

 선화공주는 애원하듯이 왕후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왕후는 가슴이 아팠지만, 고개를 돌려 선화공주를 외면했다.

 "그만 물러 가보거라."

 

 선화공주는 왕후마저 자신의 청을 들어주지 않자,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우러러 보며 탄식했다.
 '저 하늘의 별들, 얼마나 자유로운가! 내가 저 별들처럼 자유롭다면 참으로 좋겠구나!'
 선화공주는 갑자기 평민 온달에게 시집간 고구려의 평강공주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바마마께서 나를 용춘공에게 시집보내려는 것은 내가 현명하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일 것이니, 어리석은 것처럼 행동하면 될 것이다. 옳거니, 그러면 되겠구나. 이 후 알천이 큰 공을 세우면, 알천과 혼인할 수 있을 것이다. 헌데,
알천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선화공주는 알천의 마음을 떠보려기 위해 일을 꾸몄다. 그녀는 알천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행차 중에 느닷없이 잠적했다.
 알천은 선화공주가 보이지 않자 병사들을 풀어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 선화공주는 어느 절에 숨어 있었다.
알천은 근처에 있는 모든 절을 뒤져 마침내 선화공주를 찾았다. 알천은 선화공주가 일부러 잠적한 줄 알았지만 모르는 척하였다.
 "공주마마, 소신이 아둔하여 공주마마께서 이곳에 있는 줄도 몰랐나이다. 공주마마를 보필하지 못한 소신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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