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22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1. 20. 08:00

 

 선덕여왕 22화

 

 

 선화공주는 잠적한 자신을 찾느라 사방을 뛰어다닌 알천에게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알천이 얄미운 생각이 들어 퉁명스럽게 말했다.

 "알천랑, 나는 이곳에 며칠 머무를 것이니, 그리 알거라."

 "공주마마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알천은 병사 한명을 보내 진평왕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였다. 진평왕은 선화공주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절에 머무르는 것이라 여겨 기뻐하였다.

 '선화가 이제 마음을 정리할 모양이구나!'
 선화공주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밤늦도록 잠이 오지 않아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절의 마당을 거닐었다. 알천은 선화공주가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되어 말했다.
 "공주마마, 밤바람이 차가우니, 이제 그만 안으로 들어가 주무소서."
 선화공주는 알천의 숨결이 느껴지자 가슴이 뛰었다.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채 물었다.
 "알천랑, 그대는 누군가를 연모해 본 적이 있는가?"
 알천은 모든 화랑의 선망의 대상인 선화공주가 자신을 연모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알천은 선화공주에게 자신의 연정을 들킬까봐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소신, 누군가를 연모한 적이 있사옵니다."
 "누구인지 물어보아도 되겠는가?"

 알천은 몹시 당황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신의 사적인 일이라, 공주마마께 아뢰기 민망하오니, 부디, 양해하여 주시옵소서."
 알천은 김용춘의 배필로 정해진 선화공주에게 자신의 진심을 드러낼 수 없었다. 선화공주는 알천이 연모했다는 사람이 자신인 줄도 모른 채 물었다.
 "아직도 그녀를 연모하고 있는가?"
 알천은 예상치 못한 선화공주의 질문에 당황하였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마음을 접었사옵니다."
 선화공주는 한줄기의 희망을 느꼈다.
 "허면, 그 여인은 그것을 알고 있는가?"
 "모르는 줄로 아옵니다."
 "어찌 말하지 않은 것인가?"
 "소신이 연모했던 분은...... 이미 배필이 정해져 있어 감히 말할 수 없었사옵니다."
 알천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선화공주는 알천이 아직도 연모하던 여인을 잊지 못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선화공주는 알천이 다른 여인을 연모하고 있는 줄 알고 크게 낙담하였다.

 '알천의 마음은 다른 여인에게 있거늘, 나 혼자 연모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선화공주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환궁할 터이니, 차비하거라."
 "공주마마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다른 분부가 없사오면, 소신은 이만 물러가보겠나이다."

 "밤이 늦었으니, 그대도 이만 물러가 쉬거라."
 알천은 선화공주에게 인사를 올린 후에 물러갔다.
 선화공주는 하늘을 우러러 보며 탄식했다.
 '알천, 그대가 연모하는 여인이 참으로 부럽구나! 정녕 나와 그대는 인연이 아니란 말인가?'

 

 선화공주의 이야기를 듣던 덕만공주는 문득 알천이 연모하는 여인이 선화공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알천이 연모했던 여인은 언니였던 것 같습니다."
 선화공주는 길게 한숨을 내쉰 후에 말했다.
 "그래, 알천이 연모하던 여인은 바로 나였다. 허나,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크게 낙심하여 자포자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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