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24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1. 22. 08:00

 

 선덕여왕 24화

 

 

 덕만공주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지었다.
 "춘추도 언니를 보고 싶어해요. 제가 나중에 언니와 춘추가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볼 터이니 만나 보세요. 언니의 혈육이 아닙니까?"
 "나도 춘추를 만나고 싶으나, 두렵구나."
 "언니, 춘추는 심성이 착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춘추가 의자와 친형제처럼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만 된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선화공주는 문득 김춘추의 아버지 김용춘이 생각났다.
 "용춘공도 이곳에 오셨느냐?"
 "용춘공은 오지 않았습니다."
 선화공주는 자신을 진심으로 연모했던 김용춘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 만나면 사죄라도 하고 싶었는데, 김용춘이 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자 한숨을 지었다.
 "용춘공이 여기 있다해도, 내, 무슨 면목으로 볼 수 있겠느냐?"

 

 26년 전, 선화공주가 계변성(울산)에 있는 절에 유폐되었을 때, 김용춘은 선화공주를 찾아왔다.
 "공주마마, 시간이 지나면 폐하께서도 공주마마의 무고하심을 아시게 되실 것이오니 심려하지 마소서."

 선화공주는 감정이 복받쳐 이슬같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용춘공, 내, 그대의 마음, 모르지 않지만, 서동요의 소문이 온 나라에 퍼져 아바마마조차 나를 의심하시니, 나의 무고함이 밝혀지기는 어려울 듯 싶소. 설령 아바마마께서 나의 무고함을 믿으신다 하여도 백성들의 신망을 잃어 명예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오. 용춘공이 나와 혼인하면, 만천하의 비웃음을 살 것이니, 더이상 나에게 미련을 갖지 마시오. 나는 그대의 배필이 될 자격이 없으니, 그대는 나를 잊어야 할 것이오."
 선화공주는 아직도 알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김용춘에게 자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말한 것이다. 김용춘은 이러한 선화공주의 마음도 모르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공주마마, 하늘이 맺어주신 인연을 어찌 하챦은 소문으로 끊을 수 있겠사옵니까? 공주마마께 소신이 부족하지 아니하다면, 소신은 공주마마를 기다리겠나이다." 
 "용춘공, 그대는 장차 신라의 왕이 될 사람이 아니오? 나는 왕의 배필이 될 자격이 없는 몸이니, 그대는 언니와 혼인하여 아바마마의 대업을 이어받으시오."

 김용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공주마마, 소신에게 어찌 공주마마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라고 하시옵니까? 소신에게는 왕위보다 공주마마가 더 소중하오니, 부디, 소신을 저버리지 마시옵소서."
 선화공주는 앞날조차 알 수 없는 자신을 기다리겠다는 김용춘의 말에 가슴이 뭉클하여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용춘공, 내 그대의 마음, 결코 잊지 아니할 것이오. 허나, 그대는 이 나라의 왕이 될 존귀한 몸이니, 아바마마의 뜻에 따르도록 하시오. 아바마마의 뜻을 따르지 아니하면, 아바마마의 노여움을 살까 심히 걱정되오."
 김용춘은 선화공주를 진심으로 연모하여 왕이 되는 것을 포기하더라도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 하겠다고 말하기 위해서 온 것이지만, 선화공주는 알천에 대한 미련으로 김용춘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다.
 김용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공주마마, 옥황상제조차 견우와 직녀를 가르지 못하였는데, 폐하라 할지라도 어찌 하늘이 맺어준 인연을 가르실 수 있겠사옵니까? 소신은 목숨을 걸고 공주마마와 운명을 함께 하겠나이다."
 선화공주는 김용춘의 진심을 알면 알수록 미안한 마음만 들 뿐이었다. 김용춘의 진실한 사랑에 크게 감격하면서도 여전히 알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용춘공, 그대의 마음, 죽어도 잊지 못할 것이오. 허나, 나는 이미 죄인의 신분이니, 어찌 왕이 될 그대와 혼인할 수 있겠소? 부디, 그대는 나를 잊으시오."
 "공주마마, 소신이 폐하의 윤허를 기필코 받겠나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폐하의 윤허를 받아낼 것이니, 소신에게 공주마마를 잊으라는 말씀은 하지 마소서."
 선화공주는 더이상 김용춘의 진실한 마음을 뿌리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김용춘의 지극한 사랑에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
용춘공이 나를 저토록 사랑하니, 더이상 거절할 수 없겠구나.'

 선화공주는 만약 자신이 공주의 신분을 잃는다면, 신분차이를 극복하고 알천과 혼인할 수 있다는 한가닥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죄인의 몸으로 알천과 혼인한다면, 알천의 앞길을 막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화공주는 자격지심이 생겨 알천을 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천이 나로 인하여 불행해질 수도 있으니,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잊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선화공주는 그토록 사랑했던 알천을 잊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잠시 눈을 감고서 침묵을 지킨 후에 입을 열었다.
"용춘공, 만약 아바마마께서 나를 용서해 주시고, 그대와 혼인하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내, 그대의 뜻에 따르겠소."
 김용춘은 선화공주가 혼인을 승낙하자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공주마마, 소신이 반드시 폐하의 허락을 받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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