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26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1. 25. 06:00

 

 선덕여왕 26화

 

 

 선화공주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아픈 추억이 떠오르자 감정이 복받쳐 흐느끼며 울었다. 덕만공주는 손수건을 꺼내 선화공주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덕만공주는 안스러운 표정으로 선화공주를 바라보았다. 선화공주는 울음을 그친 후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이 지난 일이거늘, 이제와서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나는 용춘공이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덕만공주는 선화공주가 김용춘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선화공주가 신라를 떠난 것이 더욱 아쉬웠다.

 '언니가 그때 신라를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용춘공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터인데,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덕만공주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언니, 그때 용춘공은 언니의 결백을 밝히려고 주야를 가리지 않고 서동요를 퍼뜨린 범인을 찾으려고 온 서라벌을 수색했었지만, 서동요를 퍼뜨린 무강의 계략이 치밀해 제때 밝혀내지 못했어요. 용춘공은 언니가 신라를 떠난 후에서야 서동요를 퍼뜨린 사람이 백제인들이었고, 무강의 사주를 받았음을 밝혀냈었지요."

 선화공주는 덕만공주의 말을 듣자 크게 탄식하며 생각했다.

 '조금만 기다렸다면 참으로 좋았을 것을...... 이제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으니 모든 것이 나의 운명이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구나!허나, 어마마마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으니 이 불효를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선화공주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인 왕후가 생각나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모든 것이 내가 선택한 일이거늘, 누구를 원망하겠느냐? 허나...... 세상을 떠나신 어마마마를 생각하면...... 어찌 내가 그 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언니, 선후께서는 언니가 행복하시기만 바라실 것이니 슬퍼하지 마세요. 아직 아바마마께서는 살아 계시지 않습니까? 저 세상에 계신 선후께서도 언니와 아바마마께서 행복하시길 바라실 것이니, 더이상 지난 날은 생각하지 마세요."

 선화공주는 아버지 진평왕이 생각나자 눈물을 닦은 후에 말했다.

 "덕만아, 네 말이 맞구나. 살아계신 아바마마께라도 효도해야 저 세상에 계신 어마마마를 뵐 면목이 있겠지. 허나, 언제쯤 아바마마를 뵐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신라와 백제의 원한의 골이 바다처럼 깊지 않느냐? 아바마마를 뵙는다 하여도 어찌 해야 아바마마의 진노를 풀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언니, 실은 아바마마께서 저에게 장안에 가면 언니의 소식을 알아보라 말씀하셨어요.

아바마마께서 언니를 용서하신 듯 하니, 심려치 마세요. 저는 아바마마께서 언니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언니를 몹시 보고 싶어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선화공주는 갑자기 서라벌을 항해 무릎을 끓었다.

 "아바마마, 소녀의 큰 죄를 용서해 주시니 백골이 난망하나이다. 소녀는 앞으로 아바마마의 뜻에 따르는 착한 딸이 되겠나이다."

 선화공주는 감격에 겨워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렸다. 덕만공주는 선화공주를 일으켜 세운 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언니......"

 덕만공주는 선화공주에게 울지 말라고 말하려 했으나, 목이 매여 말을 잇지 못했다. 선화공주는 덕만공주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약한 모습을 보여 미안하구나."

 "아니예요, 언니...... 저는 언니가 자랑스러운 걸요."

 덕만공주는 선화공주가 슬퍼하는 모습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흘렀지만, 선화공주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린 후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덕만공주는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니, 그래도 우리 자매는 이렇게 살아서 만날 수 있으니 운이 좋은 것입니다. 세상에는 하루 아침에 자식을 잃고 손자까지 잃어 슬퍼하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언니는 아바마마께서도 살아계시고, 의자도 효자이니,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을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자식과 손자를 잃은 사람은 당태종 이세민의 아버지 이연이었다.

 당태종은 형과 동생을 죽인 후 형과 동생의 자식들까지 죽였다. 덕만공주는 문득 당태종이 형제와 형제의 자식들까지 죽인 일이 떠올라 선화공주에게 말했던 것이다.

 선화공주는 덕만공주가 위로하는 말을 듣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너같은 착한 동생이 있어 참으로 기쁘구나."

 선화공주는 덕만공주의 손을 꼭 잡은 채 눈물을 흘렸다. 평정심을 찾은 선화공주는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지으며 덕만공주를 바라보았다.

 

 

 

선덕여왕 전편을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 알라딘 창작 블로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