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25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1. 24. 08:00

 

 선덕여왕 25화

 

 

 김용춘은 선화공주에게 하직인사를 올린 후 서라벌로 돌아갔다. 김용춘은 진평왕을 알현하여 선화공주와의 혼인을 윤허해 줄 것을 청하였다.
 진평왕은 선화공주가 백성들의 신망을 잃었음에도 김용춘의 마음이 변하지 않은 것을 보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김용춘마저 백성들의 신망을 잃을까 걱정되었다.

 "용춘아, 선화는 이미 백성들의 신망을 잃어 나의 대업을 이어받을 수 없으니, 너는 이 나라의 사직을 위해 선화를 잊어야 하느니라."
 김용춘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폐하, 어찌 떠도는 소문으로 인하여 소신에게 공주마마를 저버리라 말씀하시옵니까?
소신, 죽는 한이 있어도 공주마마와 같은 배를 타고자 하오니, 부디, 소신과 공주마마의 혼인을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진평왕은 김용춘이 사직보다 사랑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여겨 노한 기색을 띠며 꾸짖었다.
 "너는 어찌 사사로운 정에 매여 이 나라의 사직을 저버리려 하는 것이냐?"
 "공주마마께서는 죄가 없으시오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네가 선화가 죄가 없는지 있는지, 어찌 안단 말이냐?"
 "폐하, 소신은 공주마마의 결백하심을 확신하옵니다. 공주마마께 죄가 있으시다면, 소신 또한 그 죄를 받겠사오니, 부디, 공주마마의 결백하심을 믿어주시옵소서."

 진평왕은 김용춘의 말에 크게 감격하였지만, 선화공주의 죄로 김용춘을 벌할 수 없다는 생각에 긴 한숨을 내쉰 후 침묵하였다. 김용춘은 간곡한 어조로 말했다.

 "폐하, 서동요는 폐역한 무리들이 공주마마를 모함하기 위해 만든 노래일지도 모르니, 서동요가 퍼진 경로를 철두철미하게 조사하여 진위를 밝히는 것이 마땅할 것이옵니다. 소신에게 이 일을 맡겨 주시오면, 서동요의 진상을 조사하여 기필코 공주마마의 결백하심을 밝혀내겠사옵니다."

 진평왕은 문득 선화공주가 누명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다. 서동요의 진상을 밝히는 일을 너에게 맡기겠다. 허나, 네가 선화의 결백을 밝히지 못한다면, 어찌 하겠느냐?"

 "소신, 폐하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만약 네가 선화의 결백을 밝힌다면, 내, 너와 선화의 혼인을 윤허할 것이다. 허나, 네가 선화의 결백을 밝히지 못한다면, 선화를 잊어야 하느니라."

 "폐하의 분부에 따르겠나이다."

  김용춘은 진평왕에게 하직인사를 올린 후 서동요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병사들을 이끌고 궁전을 떠났다.

 

 며칠 후 선화공주는 김용춘으로부터 서찰을 받았다. 

 '공주마마, 폐하께서 소신에게 서동요의 진상을 조사할 것을 명하셨사옵니다. 소신이 서동요의 진상을 철두철미하게 조사하여 공주마마의 결백하심을 밝히겠사오니, 부디, 소신을 믿고 기다려 주시옵소서.' 

 선화공주는 감격에 겨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이제 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선화공주는 김용춘으로부터 좋은 소식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지만, 한달이 지나도 아무 소식도 없었다. 하루가 일년같은 지루한 유폐생활을 하는 선화공주는 기다리다 지쳐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이대로 영영 누명을 벗지 못하는 것일까?'

 

 석달이 지나도 김용춘으로부터 아무 소식이 없었다.
 절에 유폐된 선화공주에게 석달의 시간은 삼년보다도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유폐된 절에서의 하루는 한달보다 더 지루하였고, 한달은 일년보다 더 지루하였다.
 매일마다 서라벌쪽을 쳐다보며 자신의 유폐를 푼다는 진평왕의 칙령을 기다렸지만, 아무 소식도 없었다.
 석달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자 절망감에 빠진 선화공주는 심신이 탈진하여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무왕의 서찰을 받았고, 결국 무왕의 감언이설에 속아 따라간 것이다.

 

 

 선화공주는 눈물을 글썽이며 탄식하였다.
 "용춘공보다 나를 사랑한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허나, 그때 나는 용춘공의 진심을 너무도 몰랐었다. 마음이 없었던게지."
 덕만공주는 선화공주의 목소리에서 김용춘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언니는 용춘공 또한 알천랑만큼이나 사랑하셨구나! 언니는 용춘공과 알천랑 중 누구를 더 사랑하신 것일까?'
 선화공주는 처음에는 자신을 애절하게 사랑하는 김용춘에 대한 연민으로 김용춘의 마음을 받아주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연민이 연모로 바뀌었던 것이다.
 '알천랑과 용춘공, 둘 중 누구를 더 사랑했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구나! 이미 모두 지난 일이거늘, 이제와서 가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선화공주는 김용춘이 사무칠 정도로 그리웠다.
 '용춘공은 오랫동안 나를 진심으로 연모하였다. 내 어찌 용춘공의 고마운 마음을 그토록 오랫동안 외면했던 것일까? 용춘공, 그대의 사랑, 이 몸이 죽어도 결코 잊지 못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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