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28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1. 29. 06:00

 

 선덕여왕 28화

 

 

 이때 문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덕만공주와 선화공주는 약속이나 한 듯이 발자국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선화공주와 덕만공주를 이곳으로 인도했던 장손황후의 시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마마께서 백제의 선화왕후와 신라의 덕만공주를 뵙자고 하시오니, 소녀를 따라오소서."

 덕만공주는 시녀가 말하는 마마가 장손황후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선화공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다. 우리를 마마께 인도하거라."

 시녀는 덕만공주와 선화공주를 장손황후의 별궁 밖으로 인도하였다. 덕만공주는 문득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어 걸음을 멈추었다. 덕만공주가 발걸음을 멈추자 선화공주도 발걸음을 멈추었다. 시녀는 덕만공주와 선화공주가 발걸음을 멈추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독촉했다.

 "마마께서 기다리시오니 서둘러 주소서."

 선화공주는 덕만공주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가자고 눈짓을 했다. 시녀는 다시 앞장서 나갔다. 덕만공주는 선화공주의 미소를 보자 안심이 되어 잠자코 시녀를 따라갔다. 시녀가 덕만공주와 선화공주를 인도한 곳은 장손황후의 별궁에서 조금 떨어진 별궁이었다.

 덕만공주는 시녀가 자신과 선화공주를 낯선 곳으로 인도하자 예전에 환관에게 속아 당태종을 알현했던 일이 생각나서 근심어린 표정으로 선화공주를 쳐다보았다.

 선화공주는 덕만공주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걱정하지 말거라."

 덕만공주는 시녀가 말한 마마가 장손황후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덕만공주는 입만 뻥끗하며 소리없이 물었다.

 '누구지요?'

 선화공주는 미소지으며 입모양만 뻥끗하여 대답했다.

 '보면 안다.'

 덕만공주는 선화공주의 미소를 보자 호의적인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언니의 미소를 보니 언니와 친분있는 사람인 것 같구나. 누구일까?'

 시녀는 덕만공주와 선화공주를 별궁안에 있는 방으로 인도했다. 방안에는 천상에서 하강한 선녀처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 부채를 들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양비!'

 그녀는 수나라 공주였던 양비였다.

 덕만공주는 10년 전 공주의 신분으로 수나라를 방문했을 때 수나라 공주였던 양비를 본 적이 있어 첫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덕만공주가 양비를 보니, 그녀는 10년전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워 보였다. 선화공주가 먼저 양비에게 인사를 올렸다.

 "백제의 선화왕후가 양비마마를 뵙사옵니다."

 양비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았다. 이어 덕만공주가 인사를 올렸다.

 "신라의 덕만공주가 양비마마를 뵙사옵니다."

 양비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덕만공주를 바라보았다.

 "덕만공주, 참으로 오랜만이오. 그간 잘 지냈소?"

 "소녀, 그간 무탈히 잘 지냈사옵니다. 양비마마께서도 그간 잘 지내셨사옵니까?"

 양비는 긴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망국의 공주인 내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으니, 가히 잘 지냈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하오."

 덕만공주는 신세를 한탄하는 듯한 양비의 말에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입을 다문 채 양비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양비는 선화공주와 덕만공주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였다.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소. 그대들은 나의 귀한 손님이니 편히 생각하고 앉으시오."

 양비는 위귀비와 함께 당나라 최고의 미녀로 당태종이 가장 총애하는 여인이었다.

 양비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깊은 슬픔에 잠긴 것처럼 슬픈 눈빛을 하고 있었다.

 

 

 

추천  : 근초고왕 21화 (새로 연재중인 역사소설입니다)

이전 글 : 선덕여왕 27화 (재연재 중인 역사소설입니다) 

연재 : 배달민족 치우천황 22화 (신재하 작가의 역사소설입니다)

선덕여왕 전편을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 알라딘 창작 블로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