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30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2. 1. 08:00

 

 선덕여왕 30화

 

 

 양비는 크게 탄식하였다.

 '대체 황제의 자리가 뭐길래 형제를 죽인 것도 모자라 형제의 자식마저 죽여야 한단 말인가?' 

 양비는 누구보다도 이세민이 황제가 되기를 바랬지만, 자신의 형제와 형제의 자식들까지 죽여서 황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양비는 문득 자신의 아들 이각도 황제 계승 싸움의 희생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세민, 이제 당신은 황제가 되겠군요. 허나, 혈육의 피를 흘렸으니, 당신의 자식들이 본받을까 두려워요."

 "양비, 나를 믿으시오. 내가 황제가 되고자 한 것은 모두 그대를 위해서였다는 것을 모르시오? 보시오. 이제 이 천하는 나, 이세민의 것일 뿐만 아니라 그대, 양비의 것이오.

내가 제위에 오르면, 그대의 아들을 태자에 책봉할 터이니, 부디, 나를 도와주시오. 수나라의 잔존 세력들이 당에 복속하도록 그들을 설득하여 주시오."

 아직도 당에 복종하지 않는 수나라의 남은 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세민은 수나라의 공주였던 양비의 도움이 절실했다. 양비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러겠어요. 허나, 더이상의 희생은 아니되요. 약조해 주세요."

 "나 또한 더이상의 희생은 원하지 아니하오. 형님과 동생의 가신들을 모두 용서하고 중용할 것이오."

 양비는 생각했다.

 '비록 수나라는 망했지만, 나의 아들이 황제가 된다면, 구천에 계신 아바마마께서도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을 것이다.'

 양비는 이세민을 돕기 위해 당나라를 따르지 않는 패망한 수나라의 왕족이나 귀족들이 당나라에 귀순하도록 설득했다. 양비가 선화공주와 덕만공주를 부른 이유도 백제와 신라가 서로 화친을 맺어 당나라를 안정시키 위해서였다. 양비는 백제와 신라가 서로 싸우면 고구려가 당나라를 넘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백제와 신라가 화친을 맺기를 원하였다.

 

 

 양비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은 후에 말했다.

 "내가 오늘 그대들을 부른 것은 백제와 신라가 손을 잡고 우리 당나라와 힘을 합하여 고구려를 견제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자 함이오. 백제와 신라는 그간 원수처럼 서로를 적대시하여 전쟁이 그칠 날이 없었소. 허나, 그대들은 친자매이니 백제와 신라의 관계도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오. 내, 폐하께 말씀드려 백제와 신라의 평화협상을 주선하고자 하는데, 그대들은 어찌 생각하오?"

 백제와 신라가 화친을 맺는 것은 덕만공주와 선화공주가 간절히 바라던 바였다. 선화공주는 몹시 기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양비마마의 호의에 참으로 감사드리옵니다. 양비마마께서 백제와 신라의 평화협상을 주관해 주신다면, 소첩, 육력을 다하여 백제와 신라가 화친을 맺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힘쓰겠나이다."

 덕만공주가 말했다.

 "소녀도 육력을 다하여 백제와 신라가 화친조약을 맺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힘쓰겠나이다."

 신라는 고구려의 계속되는 공격에 나라가 위태로울 정도였기 때문에 덕만공주는 양비의 제안이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양비는 선화공주와 덕만공주 모두 자신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하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화왕후, 덕만공주, 내, 그대들을 보니 마음이 놓이오. 백제와 신라가 동맹하여 힘을 합친다면, 고구려를 견제할 수 있어 백제와 신라, 당나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오."

 선화공주가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시오나, 백제와 신라는 오랜 전쟁으로 원한이 깊어 평화조약을 맺는 것이 쉽지 않사오니 양비마마께서 두 나라의 평화를 위해서 도와주시기를 청하나이다."

 "알겠소. 내, 기꺼이 그대들을 도울 것이오."

 "양비마마의 은혜, 잊지 않겠나이다."

 선화공주는 백제와 신라가 화친을 맺으면 금의환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이전 글 : 선덕여왕 29화 (재연재 중인 역사소설입니다) 

연재 : 배달민족 치우천황 22화 (신재하 작가의 역사소설입니다)

선덕여왕 전편을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 알라딘 창작 블로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