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31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2. 2. 08:00

 

 선덕여왕 31화

 

 

 덕만공주는 고개를 숙여 양비에게 양해를 구한 후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선화공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덕만공주는 선화공주의 등을 어루만져주며 위로하였다.
 양비는 선화공주와 덕만공주의 다정한 모습을 보자 언니 남양공주가 생각나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선화왕후, 그대는 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실 뿐만 아니라 친동생까지 지금 옆에 있으니 얼마나 좋겠소! 더이상 아픈 과거는 생각하지 마시기 바라오."
 선화공주는 조국이 패망하고 가족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현무문의 정변으로 수많은 친척들을 잃은 양비가 자신보다 훨씬 더 슬플 것이라는 생각에 양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송구하옵니다......"
 "괜찮소. 가족이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송구할 것이 무엇이 있겠소? 앞으로 내가 그대들를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 나에게 서찰을 보내시오. 나의 힘이 닫는 한 기꺼이 도울 것이오."

 선화공주는 양비가 호의를 보이자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소첩, 양비마마의 크신 은혜, 결코 잊지 않겠사옵니다."

 "나와 선화왕후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으니, 돕는 것이 마땅할 것이오. 허니, 나에게 그런 인사는 할 필요가 없소."

 양비는 문득 백제와 신라의 평화협상 문제를 매듭짓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헌데, 백제와 신라의 평화협상은 되도록 빨리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내일은 신라의 사신단이 폐하를 알현할 예정이니, 모레에 백제와 신라가 평화협상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덕만공주는 양비의 말에 놀라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내일이라고? 큰 일이구나! 당장 떠나야되겠다.'

 양비는 덕만공주가 자신의 말에 놀라자 미소지으며 말했다. 

 "덕만공주는 아직 모르시오? 나는 폐하께서 이미 신라의 사신단에 사신을 보내 통보했다고 들었소."

 당태종은 오전에 사신을 보내 신라 사신단에게 알현 일정을 통보했지만, 덕만공주는 오전부터 장손황후의 별궁에서 선화공주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덕만공주는 선화공주에게 눈짓을 한 후에 양비에게 말했다.

  "백제와 신라의 평화협상 일정은 양비마마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좋소. 허면 모레에 백제와 신라가 평화협상을 하는 것으로 폐하께 아뢰겠소."

  덕만공주는 마음이 급하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양비에게 말했다.

  "양비마마,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녀는 폐하를 알현할 준비를 하러 이만 물러가봐야 할 것 같사옵니다."

 "덕만공주, 내가 마차를 내어줄테니 타고 가시오."

 덕만공주는 양비의 호의에 감사를 표시했다.

 "양비마마의 호의에 감사드리옵니다."

  양비는 환관을 불러 명했다.

 "신라의 덕만공주를 신라 사신단의 숙소까지 모셔 드리거라."

 "양비마마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덕만공주는 양비를 의식하여 선화공주에게 말했다.

  "왕후마마, 저는 이만 물러가겠사오니 살펴가서소. 다시 만날 때까지 옥체 건강하소서."

 "덕만공주, 잘 가시오. 백제와 신라의 평화협상 때 다시 봅시다."

 "앞으로 언제든 나의 별궁에 놀러 오시오. 두분이 함께 오시거나 혼자 오시거나 언제든 환영하겠소."

 덕만공주와 선화공주는 약속이나 한듯이 동시에 양비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덕만공주는 양비에게 인사를 올린 후 환관을 따라 양비의 처소를 떠났다. 덕만공주는 양비가 내어준 마차를 타고 황궁을 빠져나갔다. 덕만공주를 태운 마차가 현무문에 이르렀다.

 덕만공주는 불과 석달 전에 이곳에서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쟁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눈물을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

 '황제가 무엇이길래 자신의 혈육을 죽이면서까지 황제가 되려고 한단 말인가? 나는 왕이 되더라도 나에게 칼을 겨누지 않는 한 절대 나의 혈육을 결코 헤치지 않을 것이며, 왕이 되기 위해 나의 혈육의 피를 흘려야 한다면 결코 왕이 되지 아니할 것이다.'

 덕만공주는 진평왕에게 왕위를 이어받으라는 명을 받았지만, 왕이 되기가 두려웠다. 조정에는 여자인 덕만공주가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무리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왕이 되기 위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 것일까? 내가 왕좌를 지키기 위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 것일까? 차라리 왕이 되지 않으면 좋겠구나! 허나, 아바마마께서는 내가 왕위를 이어받기를 원하시니, 자식된 도리로 어찌 아바마마의 뜻을 따르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이전 글 : 선덕여왕 30화 (재연재 중인 역사소설입니다) 

연재 : 배달민족 치우천황 22화 (신재하 작가의 역사소설입니다)

선덕여왕 전편을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 알라딘 창작 블로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