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선덕여왕 32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조정우 2011. 2. 3. 08:00

 

 선덕여왕 32화

 

 

 덕만공주는 떠났지만, 선화공주는 양비와 모레 있을 평화협상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비가 말했다.

 "손자병법에 이르기를 싸우지 아니하고 이기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했소. 백제와 신라가 동맹을 맺으면 고구려는 앞뒤로 적을 맞아 우리 당에 굴복하지 아니할 수 없을 터이니, 이는 싸우지 아니하고 이기는 것이 아니겠소?"

 "지당하신 말씀이오나 백제와 신라는 오랜 전쟁의 원한으로 앙숙이 되어 앙금을 쉽사리 풀기 힘들 터이니, 양비마마께서 도와주시기 바라옵니다. 지금으로부터 70여년 전 백제는 선대 어라하께서 신라와의 관산성 전투에서 전사하시어 이후 백제와 신라는 원수처럼 미워하여 전쟁이 끊이지 아니하였으니, 이를 매듭지으려면 폐하께서 나서셔야 할 듯 싶사옵니다."

 양비는 선화공주의 설명을 듣자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허나, 신라의 공주였던 그대가 백제의 왕후가 된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겠소? 언젠가는 백제와 신라가 동맹을 맺는 날이 올 것이오."

 "소첩도 그리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양비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덕만공주는 천상에서 하강한 선녀처럼 아름다워 참으로 부럽구려!"

 선화공주는 양비가 무슨 의도로 덕만공주를 칭찬한 것인지 몰라 양비를 힐끗 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덕만공주가 절세의 미녀인 것이 사실이오나, 어찌 천하절색이신 양비마마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있겠사옵니까?"

 "나를 그리도 높이 평가해주니, 고맙구려."

  양비는 선화공주의 칭찬에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미소짓는 양비의 모습은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선화공주는 생각했다.

 '양비마마는 참으로 아름다우시구나! 덕만과 양비마마 둘 중 누가 더 아름다운지 모르겠구나! 헌데, 양비마마께서 어찌 덕만의 아름다움을 칭찬하신 것일까? 혹시 폐하께서 덕만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 걸까?'

 선화공주는 양비가 당태종이 덕만공주에게 청혼한 사실을 알게 되면 덕만공주를 질투할까 걱정되었다.

 양비는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선화공주에게 물었다.

 "덕만공주는 정혼자가 없다 들었는데, 아름답기 그지없는 덕만공주가 어찌 그 나이가 되도록 정혼자가 없는 것이오?"

 "덕만공주를 만난지 얼마되지 않은 까닭에 소첩도 자세한 것은 모르옵니다."

 양비는 갑자기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폐하께서 덕만공주에게 마음이 있는 듯 하오."

 선화공주는 양비의 말에 당황하였지만, 침착하게 말했다.

 "양비마마께서 무슨 연유로 그리 생각하시는지 모르오나, 그리 심려하실 일이 아닌 줄로 아옵니다. 아바마마께는 아들이 없으셔서 덕만공주가 장차 아바마마의 후계자와 혼인하여 대업을 이을 터이니 심려하지 마소서."

 장손황후는 당태종이 덕만공주에게 마음이 있음을 눈치채고 양비를 불러 의논했던 것이다. 양비가 선화공주와 덕만공주를 자신의 별궁으로 부른 이유도 백제와 신라의 평화협상보다도 덕만공주가 당태종에게 마음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양비는 덕만공주의 마음을 알고 싶었지만, 물어본다고 사실대로 말할 것 같지 않아 덕만공주가 떠난 후에서야 선화공주에게 물어본 것이다.

 양비는 선화공주의 말을 듣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당태종이 끈질기게 구애하면 덕만공주의 마음이 움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행이나......."

 선화공주는 양비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

 "덕만공주는 아바마마의 뜻에 따라 신라를 떠나지 아니할 것 틀림없사오니, 심려하지 아니하셔도 될 것이옵니다."

 양비는 이제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미소를 지었다.  

 

 한편 김춘추는 사신으로부터 내일 당태종을 알현하러 오라는 전갈을 받았지만, 덕만공주가 돌아오지 않자 초조해졌다.

 '내일 폐하를 알현해야 하거늘, 공주마마께서는 어찌 여지껏 돌아오지 아니하시는 것일까?'

 덕만공주에게 자신을 대신해서 당태종을 알현하라는 명을 받은 김춘추는 당태종을 만나 무슨 말을 아뢰야할지 진평왕으로부터 들은 바가 없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김유신이 김춘추의 처소에 들어왔다.

 "춘추공, 공주마마께서 돌아오셔 공을 찾고 계시오. 속히 공주마마의 처소로 가보시오."

 "유신랑, 고맙소."

 김춘추는 김유신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후 바로 덕만공주의 처소로 갔다.

 덕만공주는 김춘추를 보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춘추야, 내가 늦게 돌아와 수고가 많구나."

 "아니옵니다. 소신은 할 일을 했을 뿐이옵니다."

 덕만공주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좋은 소식이 있다. 아마도 모레에 백제와 평화협상이 있을 것 같구나. 오늘 양비마마를 뵈었는데, 폐하께서 모레쯤 백제와 신라의 평화협상을 주선하실 것이라 하시더구나. 폐하께서 주관하신다면, 백제도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모레라면...... 서둘러 준비해야 되지 아니하겠사옵니까?"

 "그래. 내, 너에게 내일 폐하께 아뢸 것들을 일러줄 터이니, 너는 폐하를 알현하는 일에만 신경쓰거라. 나는 백제와의 평화협상을 준비할 것이다."

 덕만공주는 김춘추에게 당태종을 알현할 때 아뢸 것들을 일러준 후 비담과 알천을 불러 모레 있을 백제와의 평화협상에 대해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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