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추

김춘추 대왕의 꿈, 특별회 - 비담의 난 (중)

조정우 2013. 3. 25. 08:00

  김춘추 대왕의 꿈 신재하 조정우 장편소설


  특별회 - 비담의 난 (중)


   한편 보량은 비담군이 퇴각하는 틈을 타서 시위들과 함께 남산신성에 입성하였다. 군관의 명을 받은 수십 기의 시위들이 보량을 호위하여 지름길로 남산신성에 입성하였던 것이다. 남산신성주 품일은 대야성 전투에서 전사한 춘추의 사위 품석의 아우로 보량의 육촌조카였다. 보량은 군관이 걱정되어 품일에게 말했다.

   "품일아, 내 아우 군관이 불과 수백 기로 오천이 넘는 반군들을 상대하고 있으니, 오래 버티기는 힘들 듯하다. 여기 남산신성에는 일천의 정병이 있으니, 삼백 기만 내어다오."

   품일은 한동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비담은 용병에 능하여 삼백 기에 삼백 기를 더한다 하여도 이기기 힘들 것이옵니다. 차라리 모두 데려가는 것이 좋을 듯하나이다."

   "허면 남산신성이 위험하지 아니하겠느냐?"

   품일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반란군의 목표는 오직 폐하께 있을 터, 저들이 고모님 속은 사실을 알면 필시 월성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옵니다. 허니 일단 남산신성은 허수아비에게 맡기면 될 듯하옵니다."

   군관의 시위들이 수백 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비담은 몹시 분한 듯 주먹을 불끈 쥐며 명을 내렸다.

   "기병은 모두 나를 따르라."

   비담은 3천의 기병을 이끌고 남산신성으로 가는 군관의 시위들을 추격하였다. 군관의 시위들은 대부분 보병이라 남산신성에 당도하기 전에 비담의 기병에 따라잡혔다.

군관과 시위들은 용맹하게 싸웠지만 중과부적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패색이 짙어졌다. 승기를 잡은 비담의 기병은 군관의 시위들을 사방에서 포위한 후 포위망을 점차적으로 좁혀갔다. 바로 그때, 왼편 숲 속에서 병사들이 숲을 뚫고 뛰쳐나와 비담군을 덮쳤다. 보량과 품일이 남산신성의 병력 1천 기를 이끌고 온 것이다. 군관의 시위들과 백병전을 벌이고 있던 중 갑작스럽게 품일의 군대에 기습을 당한 비담군은 한순간에 전열이 무너졌다. 이때 용포를 입은 보량이 비담을 향해 외쳤다.

   "나라의 수장인 상대등께서 어찌 반란을 일으키셨소?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어지신 폐하께서 그대의 목숨만은 살려줄 터이니, 항복하시오."

   비담은 이제야 용포를 입고 후문을 빠져나간 여인이 선덕여왕이 아니라 보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담은 보량에게 속은 것이 분하여 이를 갈며 외쳤다.

   "우리가 거사를 일으킨 것은 태후마마의 뜻을 받들어 보로전군을 보위에 올리고자 함이거늘, 어찌 전군의 어미인 그대가 훼방을 놓는 것이오?"

   "폐하께서 멀쩡히 살아계시거늘, 폐하의 조카인 이 몸이 어찌 딴마음을 품을 수 있겠소?"

   비담은 보량을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자, 즉시 명을 내렸다.

   "폐하께서는 월성에 계실 터, 월성으로 돌아간다."

   대궁에서는 시위들과 염종이 이끄는 비담군의 치열한 백병전이 계속되었다. 전임 풍월주인 내성사신 예원과 시위대장 선품이 일기당천의 용맹을 떨쳤지만, 비담의 병사들이 두 배 이상 많은데다 백전노장인 염종의 뛰어난 지략에 고전하고 있었다. 춘추는 초조해졌다.

   '비담 숙부님이 병력을 이끌고 돌아온다면 가망이 없다. 그 전에 대궁을 장악해야만 한다.'

   순간 춘추는 18년 전 고구려 연개소문과의 전투에서 패배 일보 직전에 유신이 단기필마로 적진에 돌격하여 전세를 역전시켰던 일이 떠올랐다.

   “내가 목숨을 바칠 각오로 적진으로 돌격하여 전열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전세가 역전될 수 있을 것이다. 예원아 나를 엄호하여 주겠느냐?”

   “무엇이든 하명만 내리소서.”

   결심을 굳힌 춘추는 검을 비껴 잡고 단신으로 비담의 진영으로 돌격하였다. 그러고는 성난 파도가 덮치듯 검을 휘둘러대자 순식간에 10여 명이나 되는 비담의 병사들이 검에 맞아 쓰러졌다. 예원은 춘추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곧바로 수백 기를 이끌고 춘추가 뛰어든 곳으로 돌격하였다. 예원 역시 10여 명의 비담 병사들을 베며 용맹을 떨치자 비담의 병사들은 겁을 먹고 움찔하여 전열이 흐트러졌다. 이어 선품 또한 백여 기를 이끌고 용맹하게 돌격해오자 비담의 진영이 비로소 무너지기 시작했다. 춘추가 외쳤다.

   "병서에 이르기를,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한 사람이 능히 천 명을 당해낼 수 있다 하였다. 오늘 모두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필승할 것이니, 용맹하게 돌진하여 역적의 무리들을 무찌르자! 모두 돌진하라!"

   춘추의 외침을 들은 시위들은 용기백배하여 우레 같은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시위들이 용맹을 떨치며 질풍노도의 기세로 달려들자 비담의 병사들은 급격히 사기가 떨어져 밀리다가 급기야 진영이 붕괴되고 말았다. 전황이 불리해졌다고 판단한 염종은 퇴각 명을 내렸다.

   염종이 이끄는 비담의 병사들이 퇴각하자, 춘추는 대궁을 비롯한 월성의 3(대궁, 양궁, 사량궁)을 장악하였다. 월성에서 퇴각한 염종에게 비담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누누이 월성 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했건만, 어찌 월성에서 퇴각하셨소이까?"

   "미안하오. 시위들의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도저히 당할 수가 없었소. 퇴각하지 아니하였다면 큰 손실을 보았을 것이오."

   비담과 염종은 사촌형제 사이로 비담이 염종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비담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미 지난 일을 어찌하겠소? 역적들이 수비망을 구축하기 전에 월성을 수복해야 하오. 나는 후문을 공격하겠소. 공은 정문을 공격하시오. 지금 곧 총공격에 들어갈 터이니, 병사들에게 전투태세를 갖추라 명하시오!"

   비담의 병사들이 전투태세를 갖추자 비담은 검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총공격!"

   월성은 성 안팎으로 깊은 해자가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인데다 시위들이 한마음으로 용맹하게 싸워 다섯 배나 많은 비담의 병사들의 파상공세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비담은 군대를 물린 후 염종을 불러 말했다.

   "월성은 난공불락의 요새이니, 정면으로 승부한다면 승패를 예측하기 힘들 것이오."

   "허면 어찌해야 좋겠소?"

   "나와 공이 군대를 반으로 나누어 불철주야로 번갈아 공격한다면, 저들이 지치지 않겠소? 저들이 지쳤을 때 총공격에 나선다면, 능히 성을 점령할 수 있을 것이오."

   "허나 저들이 지치기 전에 유신이 군대를 이끌고 오면 어찌하겠소?"

   "명활성 또한 견고한 요새이니, 유신이 올 것에 대비하여 명활성에 아군의 진영을 세우는 것이 좋을 듯하오."

   "대궁을 점령한다 하여도 유신을 당할 수 있겠소?"

   비담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백제와 손을 잡는다면, 유신을 능히 당할 수 있을 것이오."

   염종은 깜짝 놀라 물었다.

   "백제와 우리 신라는 견원지간이 된 지 오래인데, 어찌 백제와 손을 잡을 수 있겠소?"

   "백제 의자왕과 이 몸은 모두 미실에게 피맺힌 원한이 있소. 내가 의자왕에게 미실 후손의 목을 바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오. 따지고 보면, 우리 신라와 백제는 본래 동맹국이었는데, 아국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견원지간이 된 것이오. 허니 이제라도 아국의 잘못을 인정하고 예전처럼 동맹을 맺는다면 얼마나 좋겠소."

   "허면 아국의 주권은 어찌 되는 것이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소. 일단 내가 왕위에 오른다면 골품제도를 타파하여 나라에서 널리 인재를 구할 참이오. 그리만 된다면 진흥대제 시대의 광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오."

   "허나 태후마마께서는 보로전군을 세우고자 하실 터인데, 그 문제는 어찌......"

   "백제와 손을 잡기만 한다면 태후마마의 힘을 빌지 아니하여도 능히 보좌에 오를 수 있을 터이니, 심려치 마시오."

   가혜진에서 계백이 이끄는 백제군 2만 기와 대치중이던 유신은 비담의 정변 소식을 듣자 크게 탄식했다.

   "나라가 국난에 처해진 이때, 조정의 수장인 상대등이 반란을 일으키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유신은 곧장 풍월주 천광에게 2천 기를 주어 월성을 구원토록 하였다. 마음 같아서는 5천 기를 주고 싶지만 백제 대장군 계백의 뛰어난 용맹과 지략에 고전 중이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병력을 파병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월성을 포위한 비담군과 월성의 시위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한창일 때, 천광이 보낸 전서구(통신용 비둘기)가 월성 남쪽의 성루에 당도하였다. 춘추는 파수병으로부터 전서구에 묶은 파발을 받자마자 선덕여왕에게 달려갔다.

   "폐하, 기뻐하소서. 풍월주 천광이 이천기를 거느리고 서라벌에 당도하여 서형산에 매복하였다 하옵니다. 소질에게 역도들을 진압할 좋은 방책이 있사오니, 심려치 마소서."


연재 글 : 장옥정 4화 : 알라딘 창작 블로그 연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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