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기황후 5화 조정우 역사소설

조정우 2014. 4. 20. 06:00

   기황후 5화 조정우 역사소설



기황후

저자
조정우 지음
출판사
북카라반 | 2013-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사라진 역사를 복원하고 픽션을 가미한 최고의 ‘역사 소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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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낙엽이 휘날리는 가을, 철원산 산등성이에 나란히 합장된 묘지 앞에서 상복을 입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최영의 흰 머리띠에는 '견금여석'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2년 전 이 무렵, 세상을 떠난 아버지 최원직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너는 마땅히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어머님의 묘소 앞에서 애통하게 눈물을 흘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자, 최영은 땅을 치며 통곡했다. 

   "아버님, 이 불효자를 용서하여 주소서!"

   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어머님을 여읜 것을 일생의 한으로 여겨왔던 최영은 이제 아버지마저 여의고 말았다. 

   "어머님...... 아버님을 지키지 못한 소자의 불효를 용서하여 주소서......"

   효도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최영은 아버지의 묘지 앞에서 오열하고 또 오열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등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여인이 흐느끼는 소리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기완자가 우두커니 서서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기낭자께서 어찌......"

   3년상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어머니 이씨로부터 참지 박연화의 아들 박불화와 혼인하라 종용받고 있던 기완자가 혼담에 대한 확답을 받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오늘 아침 느닷없이 평리 조희수의 아들 조희충에게 시집간 큰 언니 기연자가 찾아와 조만간 조정에서 공녀를 선발하기 위해 금혼령을 내릴 것이라는 실로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원나라에서 보낸 사신이 고려 조정에 공녀를 선발해 보내달라 요구했던 것이다. 금혼령이 발표되기 전에 혼약이라도 해야 공녀로 선발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기완자가 눈물을 그친 후 말했다.

   "소녀가 듣기로, 원나라 사신이 우리 조정에 공녀를 요청했다 하더이다......"

   순간 최영의 안색이 변했다. 결단코 기완자가 공녀로 끌려가게 놔둘 수는 없었다. 최영은 울분이 치솟아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완자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하여 최도령께 혼담을 청하러 온 것이오."

   최영이 결심을 굳힌 듯 결연한 얼굴로 기완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낭자가 이 몸을 부족하다 여기지 아니한다면, 혼담을 받겠소이다."

   공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혼례식을 올려야만 한다는 어머니 이씨의 만류를 뿌리치고 홀로 말을 몰아 찾아온 터였다. 어찌나 조마조마 했는지 기완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아찔하여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기완자가 쓰러지려는 찰나,

최영이 재빨리 붙잡는다는 것이 껴안아 버리고 말았다. 

   "기낭자! 괜찮소?"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기완자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최영의 품에서 벗어났다. 비록 혼약을 하기로 했지만 처녀의 몸으로 난생 처음으로 사내에게 안긴 부끄러움을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순간 일각이라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기완자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소녀는 괜찮사옵니다...... 헌데, 금혼령이 조만간 공표될 터라 하니, 지금 당장 혼례식을 올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기낭자의 뜻을 따르겠소. 일단 저희 집으로 갑시다."

   기완자와 함께 집에 당도한 최영은 하녀 소희로부터 누이동생 최희가 백부인 최원중의 집에 갔다는 말을 듣자,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방년 열다섯인 최희는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아름다워 결혼도감의 관원이나 몽고병의 눈에 뜨인다면 필시 공녀에 선발될 것이 틀림없었다. 최영은 문득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어 기완자에게 말했다. 

   "속히 누이를 데려와야겠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소?"

   "금혼령이 곧 떨어질지 모르니, 지금 당장 혼약하는 것이 어떻겠소......"

   기완자의 두 뺨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무리 시급한 상황이라 해도 여인의 입으로 혼약을 말하기란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게 좋겠소. 매파를 부르리다."

   최영은 어찌나 마음이 급한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발걸음은 대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매파가 증인이 되어야만 결혼도감에서 혼약을 인정하였기에 매파를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한 식경 쯤 흘렀을까. 기완자가 초조하여 마당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을 때, 최영이 매파를 데려왔다. 

   "소생이 이 낭자와 혼약을 맺기로 하였으니, 매파가 증인이 되어주시오."

   기완자가 수줍은 얼굴로 쉰 살 쯤 되어 보이는 매파에게 인사를 올렸다. 

   "소녀는 행주 기씨의 여식 기완자라 하옵니다."

   천상의 선녀처럼 지극히 아리따운 기완자를 보자, 매파가 감탄하며 말했다. 

   "참으로 천하에 둘도 없는 선남선녀구려! 이 몸이 그대들의 혼약 증인이 될 터이니, 천명이 다할 때까지 행복하게 사시기 바라오."

   기완자는 감격에 겨워 눈물이 앞을 가렸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이던가! 지난 2년 간, 최영은 혼담에 대해 묵묵부답이라 기완자는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 아버지의 삼년상을 마치기 전에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던 최영은 이따금 찾아와 수줍어 붉게 물든 얼굴로 혼담을 청해왔던 기완자에게 아무 언질도 해줄 수 없었다. 그간 최영은 기완자가 자신을 단념해주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그래야만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기완자의 혼담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한시가 급한 이 상황에서 혼담을 거절했다가 기완자가 공녀로 선발된다면 그 화를 어찌 감당할 수 있으랴! 

   최영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버님, 너무나 급박한 상황이라 기낭자의 혼담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없었나이다! 소자, 기필코 기낭자를 잘 보살펴 아버님의 근심을 덜겠나이다!'

   최영은 매파에게 사례로 누이동생의 비단신을 건네주었다. 백부인 최원중이 누이동생에게 선물한 것이었지만, 사례로 줄만한 다른 물건이 없었다. 

   매파가 떠난 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기완자를 지그시 바라보던 최영은 문득 최원중의 집에 갔다는 누이동생이 걱정되었다. 행여라도 누이동생이 공녀로 선발된다면 무슨 면목으로 부모님을 뵐 수 있으랴! 

   "기낭자, 잠시 기다려 주시겠소? 내, 누이를 데려오리다."

   기완자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실은, 어머님께서 서두르신다고 소녀가 집을 나서기 전부터 혼례식 준비를 하여, 지금쯤 마치셨을 터인데, 혼례식은 소녀의 집에서 올리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기완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합시다. 곧 누이를 데리고 낭자의 집으로 가겠소."

   최영이 말을 몰아 떠나자, 기완자도 말을 타고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갔다. 마음이 급했던 기완자의 어머니 이씨가 벌써 박불화의 집안에 혼담을 넣은 터라 걱정이 태산이었다. 자신을 친누이처럼 아껴왔던 박불화야 어떻게든 설득해도, 박불화의 어머니 성정이 보통이 아니라 필시 불협화음을 낼 것이 틀림없으리라. 

   기완자는 전속력으로 말을 몰았다. 차라리 최영의 집에서 혼례식을 올렸더라면 기완자의 어머니도 박불화의 어머니도 어쩔 수 없을 터인데, 이제는 어머니와 담판을 지어 혼담 문제를 매듭짓는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아버지 기자오가 자신의 편이 되어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이 혼담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어찌나 조급한지 기완자는 자신이 아껴온 말에 연신 채찍을 내리쳤다. 고통에 겨워  '히히힝' 울부짖으면서도 말은 주인의 뜻을 알아차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질주했다.

    대문이 활짝 열러 있었다. 기완자는 정신없이 말을 탄 채 대문으로 들어섰다. 

    마당에서 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이씨가 달려와 말고삐를 잡으며 소리쳤다. 

   "완자야! 대체 어디에 있었던 게냐? 어여 혼례식을 준비하거라!"

   마음 같아서는, 혼례식 준비를 하라는 어미의 명을 거역하고 집을 나간 딸의 종아리를 사정없이 때려주고 싶었지만, 혼례를 앞둔 딸을 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말에서 내린 기완자는 무릎을 끓은 채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어머님, 소녀, 최영 도령과 이미 혼약을 맺었나이다! 결단코 불화 오라버니와 혼인할 수는 없나이다! 굽어 살펴 주소서!"

   "뭐라? 내 딸이 이 어미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혼약을 맺었단 말이냐?"

   기완자는 말문이 막혀 마당에서 뒷짐진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기자오에게 애처로운 눈길로 도움을 청했다. 분을 참지 못한 이씨가 기완자의 볼을 때리려는 찰나, 기자오가 손을 들며 큰소리로 외쳤다. 

   "부인! 그만 하시오. 최영과의 혼인은 이미 내가 허락한 일이 아니오? 배필을 구하였으니, 이제 되었소. 박참지 댁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터이니, 걱정하지 마시구려."

   이씨는 최영을 사위로 맞는게 전혀 탐탁지 않았다. 가난한 집안에 딸을 시집보내고 싶지 않았던 이씨는 겨우 기자오를 설득하여 박불화의 집안에 혼담을 넣어 성사시켰는데, 딸이 어긋장을 놓자 분하여 견딜 수 없었다. 

   "그래, 어미의 얼굴에 먹칠을 해도 좋거든, 어디 네 마음대로 하거라!"

   "어머님! 소녀, 오직 최영 도령께 뜻이 있으니, 부디, 고정하소서!"

   이씨는 분을 참지 못해 안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기자오는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너를 보니, 네 어미가 처녀였을 때를 보는 듯하구나."

   기완자는 무슨 뜻인지 몰라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아버지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네 어미 또한 너처럼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이 아비와 혼인했느니라."

   그토록 권세 높은 가문을 딸의 혼처로 구했던 어머니가 아니던가! 실로 뜻밖의 말이라 기완자는 말문이 막혔다. 

   "어머님께서도 소녀처럼......"

   기완자의 어머니 이씨도 처녀 시절 빼어난 미모로 명성이 자자했었다. 당시 정승이었던 유경의 아들이 그녀에게 혼담을 청했지만, 소박한 성격의 기자오에게 이전부터 마음을 두었던 그녀는 기자오에게 시집가겠다 고집을 부려 결국 기자오의 아내가 되었던 것이다. 문득 기자오는 30여 년 전 부인 이씨와 혼례식을 올리던 순간을 아련히 떠올렸다. 아버지와 딸, 부녀는 손을 맞잡은 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붉은 혼례복을 입은 기완자의 자태는 이 세상의 어떤 꽃보다 청초하고 아름다웠다. 기완자가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하녀들에게 눈짓으로 묻자, 월매가 감탄하며 말했다. 

   "아씨, 참으로 고우세요! 천상의 선녀라도 아씨보다 곱지 못할 거예요!"

   기완자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과찬이 심하구나. 내가 선녀처럼 아름답다면 더이상의 소원이 없겠구나!"

   "보세요!"

   월매가 거울을 내밀자, 기완자는 곤지와 연지를 찍은 자신의 얼굴이 비친 거울을 쳐다보았다. 이마에 곤지, 두 뺨과 입술에 연지를 바른 기완자의 얼굴은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웠다. 기완자는 두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감격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이 예쁘게 치장해주니, 이게 나인지 몰라 볼 정도로 아름답구나! 고맙다!"

   "고맙긴요. 저희들이 한게 있어야지요. 이렇게 치장을 안하셔도, 아씨는 선녀처럼 아름다우신 것을요."

   월매가 찬미하는 말에 감격한 기완자의 눈에서 이슬처럼 고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이구! 아씨, 우시면 아니되옵니다. 연지가 지워지니......"

   "미안하구나!"

   한번 흐르기 시작한 기완자의 눈물은 좀처럼 그칠 줄 몰랐다. 월매가 애틋한 미소를 지은 채 손수건으로 기완자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실컷 우세요. 한 차례 우시고 나면, 눈물이 마를 터이니......"

   그토록 바라던 혼례식을 앞두고 어찌 이리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것일까.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보자, 뿌듯한 마음에 감격이 복받쳐 눈물이 흐르는 것이리라. 

   기완자가 눈물을 그치자, 하녀들이 눈물에 지워진 연지를 바르기 시작했다. 하녀들이 치장을 마치자, 기완자는 월매가 비춰주는 거울을 다시 쳐다보았다.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기완자는 이번에도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최영에게 보여줄 생각을 하니,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에 차올랐던 것이다. 

   마치 천상의 선녀와 같이 아름답게 치장한 채 최영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기완자는 벌써 왔어야 할 최영이 오지않자 초조해졌다. 곧 누이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오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혹여 누이를 데려오는 길에 사고라도 난 것이 아닌지......'

   기완자는 답답한 마음에 혼례복을 입은 채 마당으로 나왔다.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게 치장한 기완자를 본 하인들의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천상의 선녀가 하강한 듯한 주인 아씨의 아름다운 모습에 어찌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있으랴. 하인들의 예사롭지 않은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낀 기완자는 고개를 숙이며 명했다. 

   "바람쏘이러 나온 것이니, 여기서 서성이지 말고 각자 일이나 보거라."

   하인들이 뿔뿔이 흩어지는데, 대문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기완자가 반색하며 하인들에게 명했다. 

   "손님이 온 듯하니, 대문을 열거라!"

   하인들이 성큼 다가가 대문을 열려는 찰나, '쾅'소리와 함께 대문이 부서져 나갔다. 순간 기완자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부서진 대문을 넘어선 푸른 관복을 입은 수십 명의 사내들은 결혼도감에서 나온 것이 틀림없었다. 

   "기자오의 여식 기완자는 어명을 받거라!"

   어명이라는 말에 기완자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기완자가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있는데, 기자오가 사내들 앞으로 나오며 물었다. 

   "혼례식을 앞둔 내 딸에게 어명이라니, 대체 어찌된 영문이오?"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혼례복을 입은 기완자를 훓어 보더니,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기자오, 그대의 여식이 광영스럽게도 공녀로 선발되었으니, 어명을 받들라!"

   "내 딸은 이미 혼약을 하였거늘, 그럴 수는 없는 일이오!"

   "감히 어명을 거역하겠단 말인가? 어명을 거역하면 멸문을 면치 못할 것이다!"

   기자오는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여 가슴을 치며 말했다.

   "내 딸은 이미 혼약을 맺었단 말이오! 혼약을!"

   "매파가 증인이 되어주기로 약조하였으니, 청컨데, 확인하여 보소서!"

   혼약을 맺은 여인은 공녀로 선발하지 않는 것이 관례임에도 결혼도감의 수장 구천우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미 어명이 내려졌으니, 어명에 따르라!"

   칼을 찬 결혼도감 병사들이 몸부림치는 기완자를 완력으로 가마에 태웠다. 기완자는 가문에 화가 미칠까봐 저항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딸을 태운 가마가 대문으로 향하자, 이씨가 절규하며 딸을 불렀다. 

   "완자야!"

   "어머님! 아버님! 서방님이 곧 우리의 혼약을 증언할 매파를 불러 올 터이니, 심려치 마소서!"

   기완자에게 최영은 이미 서방님이었다. 혼약을 맺은 것이 혼례식을 올린 것과 무엇이 다르랴! 아무리 몽고의 주구 노릇을 하는 결혼도감이라도 이미 혼약한 한쌍의 남녀를 가를 수는 없으리라. 기완자는 입술을 꼭 깨물며 한가닥의 희망을 품었다. 


인터파크 도서 작가인터뷰에 소설 '기황후'에 대한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조정우 인터파크 인터뷰 : 로맨틱한 역사소설가가 바라본 기황후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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