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기황후 6화 조정우 역사소설

조정우 2014. 5. 11. 06:00

   기황후 6화 조정우 역사소설



기황후

저자
조정우 지음
출판사
북카라반 | 2013-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사라진 역사를 복원하고 픽션을 가미한 최고의 ‘역사 소설’ ‘운...
가격비교


   한편, 최영은 전속력으로 마차를 몰아 기자오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누이동생의 혼처를 구하려 했지만, 혼처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지체된 것이 마음에 걸린 최영은 연신 채찍을 휘두르며 거칠게 마차를 몰았다. 철원을 벗어날 무렵, 십여 명의 몽고군이 멀리서 보아도 미색이 빼어난 소녀를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이 최영의 시야에 들어왔다. 최영은 가슴이 철렁했다. 

   '벌써 금혼령이 내려졌단 말인가!' 

   최영은 기완자가 걱정되어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차마 지나칠 수 없어 마차를 멈췄다. 최영은 말안장에 매어둔 장시를 들고 말에서 뛰어내려 몽고군의 앞을 가로막은 채 손을 들며 외쳤다. 

   "멈추시오!" 

   십여 명의 몽고군이 최영을 향해 창을 겨누는 순간, 몽고군의 손에 잡혀 있던 소녀의 눈이 최영의 눈과 마주쳤다. 열여섯 쯤 되어 보이는 소녀는 나서지 말라는 듯 최영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최영은 안심하라는 듯 소녀에게 눈짓을 보냈다. 몽고군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당장이라도 창으로 찌를 기세로 최영에게 다가가며 호통쳤다. 

   "감히 대원 사신단 호위군 앞을 막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느냐?"

   개경에 있던 원나라 사신단 호위군이 여기까지 와서 공녀를 선발한다며 행패를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최영이 장시를 꼭 쥔 채 위풍당당한 기세로 대꾸했다. 

   "대원 사신단 호위군이 어찌 백주대낮에 민가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 것이오?"

   "황명을 받고 공녀를 선발하고 있거늘 행패라니, 이런 실성한 놈은 죽어 마땅하다!"

   대노한 몽고 사내가 최영에게 달려들자, 소녀가 날카롭게 외쳤다. 

   "도령! 물러서시오!"

   몽고 사내가 최영을 창으로 찌르려는 찰나, 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억'하고 외마디 신음과 함께 우당탕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몽고 사내가 꼼작도 않고 쓰러져 있었다. 태산 같은 힘이 실려있는 최영의 장시에 맞은 몽고 사내는 쓰러지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만 것이다. 

   전광석화처럼 빠른 최영의 몸놀림에 몽고 병사들이 아연실색하며 주춤거렸다. 최영은 몽고 병사들이 도망칠 겨를도 없이 비호처럼 날렵하게 장시를 휘둘러 차례차례로 쓰러뜨렸다. 소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서 바라볼 뿐이었다. 자신보다 불과 두세 살 많아 보이는 소년이 이토록 용맹할 줄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으랴! 순식간에 십여 명의 몽고군을 쓰러뜨린 최영은 멍하니 서있는 소녀의 손을 잡아 끌어 마차에 태웠다. 전속력으로 마차를 몰고 가던 최영이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 

   "소생은 최영이라 하오. 급한 일이 있어 먼저 일을 마친 후에 그대를 집에 바래다 주려 하는데, 그리해도 괜찮겠소?"

   몽고군이 따라올까 조바심난 얼굴로 마차 밖을 바라보던 소녀는 최영의 인사에 두손을 모아 답례하며 말했다. 

   "괜찮다마다요. 소녀는 유화라 하오. 구해주신 도령의 은혜에 감읍할 따름이오."

   최영은 급히 마차를 모느라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오."

   붉은 비단 댕기로 머리를 땋은 유화는 어린 나이에도 기품있는 모습이 지체 높은 가문의 여식임이 분명해 보였다. 최희가 어안이 벙벙한 유화에게 눈짓으로 최영을 가리키며 인사했다. 

    "소녀는 이 분의 누이동생 최희라 합니다. 무사하시어 천만다행입니다."

    "걱정해 주어 고맙소."

   유화는 묘한 눈빛으로 급히 마차를 모는 최영을 바라보다가 최희에게 말했다.

   "참으로 든든한 오라비가 있어 좋겠소."

   최희는 자신의 오라비를 바라보는 유화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최희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소녀의 오라비께서는 지금 혼례식을 올리러 정혼녀의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미 최영을 가슴속 깊이 사모하고 있던 유화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유화는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최영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러시군요."

   유화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감추기 위해 마차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령, 실은 나를 구한 도령께 한 평생을 바칠까 하였더니, 인연이 아닌가 보오.'


   어느새 마차가 기자오의 집 앞에 당도하였다. 부서져 나간 채 열려 있는 대문을 보고 변고가 생겼음을 직감한 최영의 안색이 처절할 정도로 창백해졌다. 

   "기낭자!"

   집안에 들어서자 마당에 주저 앉아 있는 기자오와 이씨가 최영의 시야에 들어왔다. 주저앉은 채 망연자실하게 통곡하던 이씨는 원망에 찬 눈으로 최영을 노려보다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찌 이제야 온 것인가? 내 딸이 결혼도감 관원들에게 끌려갔거늘, 대체 여태까지 무얼하고?"

   "하오면, 기낭자가......"

   최영은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기자오가 손짓으로 이씨의 말문을 막은 후 성큼 일어나 최영의 어깨를 흔들며 다짜고짜 물었다.

   "그 매파는 어디있는가?"

   "소생의 집 근처에 사는 매파이오니 속히......"

   최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자오가 다급히 말했다. 

   "어서 매파를 데려오게! 다행히도 자네와 내 딸이 혼약을 맺었으니, 매파를 증인으로  세우면 공녀로 선발되는 걸 막을 수 있을걸세!"

   "속히 다녀오겠사옵니다."

   최영이 숨돌릴 겨를도 없이 대문을 나서려는 찰나, 대문 밖에서 서성이고 있던 유화와 마주쳤다. 최영이 다급하게 유화에게 말했다. 

   "소생이 급한 일이 있어 낭자를 바래다줄 수 없게 되었소. 양해하여 주시오."

   최영이 급히 말을 몰아 떠나버리자, 유화는 어리둥절하여 어찌된 영문인지 최희에게 눈짓으로 물었다. 최희는 유화의 눈짓을 못본 듯 멍한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최희는 말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오라버니께서 백부님 댁에 있던 나를 데리러 오는 바람에 기낭자가 공녀로 끌려갔으니 이를 어찌하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최희를 보고 사태를 짐작한 유화가 최희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순간, 기자오가 급히 대문 밖으로 나오다 하마터면 유화와 부딪칠 뻔 했다. 유화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가 기자오가 집 주인임을 짐작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주인 어르신께 인사올리나이다."

   유화가 지체 높은 가문의 여식임을 짐작한 기자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낭자는 뉘신가?"

   "소녀는......"

   그제야 눈물을 그친 최희가 눈짓으로 유화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소녀, 최영 도령의 누이동생 최희라 하옵니다. 낭자는 유씨 가문으로 소녀의 이웃이온데, 결혼도감 관원의 눈을 피해 다니다, 때마침 길에서 마주쳐 함께 이곳으로 온 것이옵니다."

   최영이 유화를 구하다 시간이 지체된 것을 기자오 내외가 알면 한바탕 난리가 날 터, 유화는 최희의 말이 맞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 유화라 하옵니다. 소녀, 몽고군과 결혼도감 관원들의 눈을 피하고자 어르신의 댁에 머무르고자 하오니, 부디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기자오는 유화와 길에서 마주쳤다는 최희의 말이 의심스러웠지만, 최희와 유화마저 공녀로 끌려갈까 걱정되어 집안으로 들어오라며 손짓했다. 

   "낭자들이 결혼도감 관원들의 눈에 뜨이면 곤란하니,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오."

   "어르신의 호의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기자오는 딸 걱정에 정신이 없어 유화의 인사에 답례도 하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유화와 함께 집안에 들어온 최희는 얼빠진 사람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오라버니의 혼사를 망쳤구나......"

   유화가 최희의 손을 잡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위로했다. 

   "최낭자, 자책하지 마시오. 참으로 미안하오. 모든 것이 내 탓이 아니겠소......"

   최희의 두뺨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최희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오라비 최영의 혼사가 어긋났다는 생각에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내 탓이다. 내가 집에 없었기에 오라버니께서 나를 데리러 오느라 혼례식을 미루다 이 지경이 되었구나! 하늘이시여, 부디 기낭자가 집으로 돌아오게 굽어 살펴주소서!'

   

   한 식경만에 멀리서 거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최영이 말 뒷자리에 매파를 태운 채 부서진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어찌나 말을 다급히 몰았던지 말에서 내린 매파가 불만에 찬 목소리로 최영을 나무랐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어찌 그리 미친듯이 말을 모는 겐가? 십년은 감수했네!"

   기자오가 나섰다. 

   "이보게, 매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닐세. 자네가 내 딸이 혼약한 사실을 증언하면 사례는 톡톡히 하겠네."

   매파는 어지러운 듯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그리하지요."

   하인들이 말 두필을 끌고 나오자, 기자오가 최영에게 말했다. 

   "자네의 말은 지쳤을 터이니, 우리 집 말을 타게나."

   "그리하겠나이다."

   최영이 하인들로부터 건네받은 말에 오르려는 찰나였다. 

   "오라버니, 이것을 가져 가소서."

   어느새 바로 옆까지 다가 온 최희가 김치를 넣어 뭉친 주먹밥 두덩이를 내밀었다.

최희가 백부 최원중의 집에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삼년상을 지내느라 며칠째 식음을 전폐한 오라비 최영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주고자 했던 것이었다. 자신의 불찰로 인해 이 지경이 되었다는 생각에 최희는 자책감을 견딜 수 없었다. 최영은 누이의 심정도 모르고 주먹밥을 받아 품안에 넣으며 생각했다. 

   '기낭자가 혼례식을 준비하느라 식사할 겨를이 없었을 터이니, 참으로 잘 되었구나!'

   최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최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참으로 고맙구나! 이 오라비가 기필코 기낭자를 데려올 터이니 심려치 말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거라."

   말에 올라탄 기자오가 최영에게 말했다. 

   "자네 누이와 자네 이웃 낭자는 우리 집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할걸세." 

   최영은 이웃이란 말에 어리둥절하다, 최희가 눈짓을 하자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유낭자를 구하느라 지체한 사실을 장인 내외께서 아시면 나를 원망할 터이니, 그래서 유낭자를 이웃이라 했구나!'

   최영이 말에 올라타는 순간, 누군가 말을 몰아 대문 밖으로 나왔다. 기완자의 첫째 오라비 기철과 넷째 오라비 기륜이었다. 

   "아버님, 저희들도 아버님을 따라가겠사옵니다."

   기자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아비가 알아서 할 터이니, 너희는 여기서 최낭자와 유낭자를 보실피거라. 혹여 결혼도감 관원들이나 몽고군이 오거든 무슨 일이 있어도 최낭자와 유낭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 아비의 뜻을 알겠느냐?"

   의협심이 강한 기자오는 비록 딸을 결혼도감에 빼앗겼지만, 자신의 집 손님인 최희와 유화만은 가문의 운명을 걸고라도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기철과 기륜은 최희와 유화의 미모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것을 보자 호기가 생겼다. 

   "아버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기자오와 최영이 출발하려는데 매파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최영이 다급히 손짓하자, 매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내, 낭자가 공녀로 끌려갔다는 말을 듣고 경황이 없어 도령의 등을 붙들고 예까지 왔지만, 내 비록 오십의 나이지만 남녀유별이거늘, 어찌 백주대낮에 도령의 등을 붙들고 가겠소? 마차를 준비해 주시오. 나는 마차를 타고 가겠소."

   "이 와중에 어찌 남녀유별을 따질 수 있겠소? 마차는 늦으니, 어서 말에 타시오."

   기자오의 독촉에도 매파가 말에 타지 않으려 하자, 최영이 말에서 내려오더니 매파에게 큰 절을 하며 말했다. 

   "이렇게 부탁하오. 부디 말에 올라 주시오. 말에 올라 주시면 매파를 평생의 은인으로 모시겠소."

   최영의 간절한 호소에 매파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최영이 말에 뛰어 오른 후 매파가 최영의 등을 붙들자, 기자오가 말을 몰아 앞으로 내달리며 외쳤다.

   "내 뒤를 따르게!"

   최영이 기자오의 뒤를 따라 말을 몰아 달려나가자, 대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최희와 유화에게 기철이 손짓했다. 

   "결혼도감 관원들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낭자들은 곳간에 숨어 있는 것이 어떻겠소?"

   최희가 눈짓으로 의견을 물어보자 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지요."


   급히 말을 몰아 한 시진만에 개경에 당도한 기자오와 최영은 매파를 데리고 결혼도감을 찾아갔다. 얼마 후, 결혼도감 관장 구천우가 거드름을 피우며 나타났다. 기자오가 최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노부는 행주 기씨 가문의 기자오요. 내 딸이 공녀로 선발되었으나, 실은 이 도령이 내 딸과 혼약하였다오. 매파가 증인이니, 이제 내 딸을 집으로 돌려 보내주시오."

   구천우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안될 말이다! 혼례식을 올렸다면 모르되, 혼약 따위로 어찌 어명을 거역할 수 있단 말인가?"

   "여지껏 혼약한 여인은 공녀로 선발하지 아니한 것이 관례였거늘, 어찌 그러시오?"

   "관례가 어찌 어명보다 중요할 수 있겠느냐? 네 여식은 이미 공녀로 선발되었으니, 가문의 광영으로 알고 그만 물러가라!"

   기자오가 눈물을 흘리며 구천우에게 애원했다. 

   "공께서는 이 늙은이의 간곡한 청을 부디 물리치지 말아주시오. 아비가 어찌 딸을 만리길 타국으로 시집보내고 마음이 편할 수 있겠소? 내 전 재산을 모두 관청에 바칠 터이니, 부디 내 딸을 공녀 명단에서 제외하여 주시오. 부탁이오."

   구천우는 기자오의 간곡한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말귀를 못알아 듣느냐? 가문의 광영으로 알고 물러가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당장 물러가지 아니하면 하옥시키겠다!" 

    기자오는 충격으로 비틀거렸다. 최영이 비틀거리는 기자오를 부축하여 자리를 떠났다. 최영의 부축을 받아 결혼도감을 나온 기자오는 땅에 털썩 주저앉아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하늘이시여, 어찌 이리도 매정하실 수 있나이까? 이 늙은이가 하늘에 죄를 지은 것이 있어 내 딸에게 불행이 닥친 것이라면, 이 늙은이의 목숨을 거두시고, 딸을 되찾게 하여 주소서!"

   기자오가 통곡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데, 온몸을 부르르 떨며 서 있던 최영이 갑자기 기자오 앞에 무릎을 꿇으며 절규하듯 말했다. 

   "모든 것이 소생이 늦게 온 탓이옵니다. 소생, 죽고 싶은 심정이옵니다......"

  눈물을 그친 기자오가 최영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였다. 

   "여보게, 영도령. 내 딸이 공녀로 선발된 것이 어찌 자네의 탓이겠는가? 자책하지 말게나."

   최영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실은, 누이의 혼처를 구하느라 지체하였고, 또한 아까 보신 여인을 구하느라 시간을 지체하였사옵니다. 백부님 댁에서 누이를 데리고 곧장 왔다면 이런 일이 없을 터인데......"

   최영은 목이 메어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기자오는 유화 역시 공녀로 선발된 여인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누이의 혼처를 구하느라, 유화라는 여인을 몽고군의 손에서 구하느라 시간을 지체했단 말인가! 순간적으로 기자오는 최영이 원망스러웠지만, 이제와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는 생각에 담담하게 말했다.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자네 탓이 아닐세. 따지고 보면, 자네 아비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혼담 문제를 매듭지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일세......"

   "아니옵니다. 모든 것이 소생의 잘못이옵니다......"

   최영은 죄책감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기실 최원직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최영에게 혼례 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라고 말했었지만, 최영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어 혼례 문제를 삼년상을 지낸 후 매듭지으려 했던 것이다. 

   '기낭자, 그대를 지키지 못한 나를 용서해주시오.'

   최영은 우유부단했던 지난 날을 생각할수록 마음에 한이 되어 눈물을 금할 수 없었다.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 기자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폐하께 주청을 올리러 가세...... 자네의 조부가 폐하의 조왕이신 충렬왕의 왕사가 아니신가......"

   최영의 가슴에 한가닥의 희망이 떠올랐다. 최영의 조부 최옹이 충숙왕의 할아버지 충렬왕의 왕사가 아니던가! 충숙왕이 나선다면 기완자를 되찾을 수 있을까.


조정우 인터파크 인터뷰 : 로맨틱한 역사소설가가 바라본 기황후의 사랑 이야기

재미있으시다면 창작 블로그(연녹색 정사각형 버튼)와 다음뷰 추천 부탁드려요

기황후 조정우 역사소설 12월 13일 출간! YES24 판매처 배너 클릭↓

법무법인 강호 (저작권법 전문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조정욱 변호사 블로그)

신재하 문예창작교실 (문창과, 작가지망 수강생 모집, 분당 미금역선릉역)

'기황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황후 8화 조정우 역사소설  (0) 2014.06.15
기황후 7화 조정우 역사소설  (0) 2014.06.01
기황후 조정우 역사소설  (0) 2014.04.30
기황후 5화 조정우 역사소설  (0) 2014.04.20
기황후 4화 조정우 역사소설  (0) 2014.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