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명량 대첩의 미스테리, 물살이 바뀌는 시간은?

조정우 2014. 8. 10. 11:00

   명량 대첩의 미스테리, 오늘이 세번째다. 

   명량 대첩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13척으로 330여 척을 이긴 승리의 요인인 것 같다. 

   도저히 상식적으론 이길 수 없는, 승리가 불가능에 가까운 전투에서 대체 어떻게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을 이길 수 있었을까? 

    사실, 명량 대첩에서 승부의 관건은 물살의 방향이었다. 

    필자가 알기론, 명량은 아시아에서 가장 물살이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량에서 가장 물살이 빠른 때, 즉 대조기에는 물살의 속도가 11노트(약 시속 20km)라 한다. 

    이 정도 속도면, 바다에선 고속도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당시, 가장 빠른 배의 속도가 10노트 쯤 된다고 하는데, 명량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11노트의 속도로 돌진할 수 있으니, 물살의 방향이 승리의 관건이 될 수 밖에 없다. 

   물살이 적진으로 흐르기만 한다면 13척으로도 해볼만한 전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 수군의 주무기는 적선을 불사를 수 있는 대포였다. 

   조선 수군이 대포로 일본 수군 진영의 앞쪽 배들을 불사른다면, 보나마나 비좁은 협해 명량에 있는 133척이나 되는 일본의 배들은 서로 부딛치며 불이 옮겨 붙기가 십상이다.

   이렇게 된다면, 마치 함대를 쇄사슬로 한데 묶었던 적벽대전의 조조군처럼 순식간에 일본 수군의 진영이 불바다가 될 수 있으리라. 

   이 점은 일본 수군도 어느 정도는 경계하지 않았을까 싶다. 

   즉, 일본 수군도 물살이 바뀌기 전에 승부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330여 척으로 13척의 조선 수군을 상대하는 일본 수군으로서는 물살이 불리할 때 싸울 이유가 조금도 없었다. 

   일본 연합 함대의 대장 구루시마 미치후사는 명량과 물살의 속도가 맞먹는 시코쿠의 미야쿠보가 근거지로, 급류에 익숙한 구루시마 미치후사가 계속 일본 수군을 지휘했다면 물살이 바뀔 때 쯤에는 퇴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압도적인 함대와 병력을 보유한 일본 수군이 무리할 이유는 조금도 없으니 말이다. 

   결국, 승부의 관건은 물살이 바뀔 때까지 조선 수군이 버틸 수 있느냐임을 알 수 있지만, 문제는 어떻게 버틸 수 있느냐였다. 

   그런데, 여기서 필히 집고 넘어가야할 것은 물살이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명량에서 밀물이 썰물로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은 6시간으로, 그렇다면 조선 수군은 몇 시간을 버텨야 되었을까? 

   물살이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이 6시간이니, 6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일본 수군이 물살이 느린 소조기에 명량에 진입할 리는 조금도 없을 테니 말이다. 

   물살이 바뀔 때 물살이 정지하는 시간을 정조라 하는데, 정조 시간 이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는 물살이 느린 소조기다. 

   일본 수군은 물살이 가장 빠른 순간에 명량에 진입하여 조선 수군이 미처 명량에 진입하기도 전에 명량을 통과하여 조선 수군의 진영인 우수영을 공격하려 하지 않았을까. 

   최소한 일본 수군은 물살이 느린 소조기가 끝난 뒤에 명량에 진입할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중조기가 끝나고 물살이 가장 빠른 대조기에 명량에 진입하지 않았을까?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명량 해전 당일 오전 6시 30분 경 정조(물살이 바뀔 때 물살이 정지하는 순간) 후 밀물이 되고, 오전 10시 10분 경이 물살이 가장 빨라지고, 정오 12시 21분 경에 다시 정조가 되어 물살이 밀물에서 썰물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한다. 

   만약 일본 수군이 물살이 가장 빠른 순간, 10시 10분에 명량에 진입했다면, 조선 수군이 버텨야 하는 시간은 정오를 넘어 12시 21분, 2시간 11분을 버티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수군이 정확히 10시 10분에 명량에 진입했을 가능성보다는 물살이 꽤 빠른 대조기, 아마도 9시 쯤에 명량에 진입하지 않았을까. 

   결국, 물살이 바뀌는 시간은 6시간이지만, 조선 수군이 버텨야 하는 시간은 2시간에서 3시간 가량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