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

왕총아 9화 조정우 역사소설

조정우 2015. 3. 8. 08:00

   왕총아 9화 조정우 역사소설 


    제림, 백련교의 교수가 되다


   왕총아는 마음이 급한 나머지 말고삐를 휙 잡아끌며 말했다. 

   "그대가 이 말을 타고가서 내 어머님을 구해주시오."

   왕총아가 급히 말고삐를 잡아끌자 말은 반항하듯 앞발을 높이들며 히히힝하고 울었다. 왕총아는 문득 유지협에게 이 말을 찾으려면 아미로 오라 말한 기억이 떠올라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말은 유대협이 타고 가던 것을 탈취한 것이니, 유대협에게 전해주시오."

   "그대가 유대협의 말을......"

   요지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대협은 명실공히 백련교의 교수로, 무공에 있어서는 자신의 사부인 제림 다음으로 뛰어났다. 그런 유대협으로부터 말을 탈취하다니! 겨우 열대여섯 가량 밖에 안되어 보이는 왕총아의 무공이 그토록 뛰어나단 말인가! 

   요지부가 놀란 눈초리로 바라보자 왕총아가 급히 한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운이 따랐을 뿐이오. 지금 이럴 겨를이 없소. 속히 양양으로 가서 내 어머님을 구해주시오!"

   왕총아는 빨리 말에 타라는 듯 말고삐를 요지부의 손 앞에 내밀었다. 요지부가 얼떨결에 말고삐를 잡으며 말했다. 

   "그대도 함께 가야하오."

   말은 하나뿐인데 어떻게 남녀가 함께 타고 간단 말인가! 왕총아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나도 꼭 가야만 하오?"

   기실 왕총아의 어머니를 구하는 것은 제림이 나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필시 제림은 왕총아가 백련교에 입교할 것을 요구할 터, 왕총아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사부가 나서지 않을 수도 있으니 지금 당장 왕총아에게 백련교에 입교할 것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요지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의 도움이 필요할 듯하오."

   왕총아가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대 먼저 떠나고 나는 말을 구해 뒤따라 가는 것이 어떨지......"

   왕총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요지부가 말에 뛰어오르며 손짓했다. 

   "지금 어디서 말을 구한단 말이오? 어서 타시오!"

   요지부가 자신의 등뒤에 타라 손짓하자 왕총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게졌다. 왕총아가 주저하자 요지부가 연신 손짓하며 말했다.  

   "어서 타시오! 지금은 남녀간의 예의를 따질 겨를이 없지 않소?"

   왕총아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위로 뛰어올랐다. 요지부의 몸에 손이 닿는 순간, 왕총아의 얼굴이 더욱 새빨게졌다. 왕총아가 요지부의 어깨를 잡자 요지부가 말했다. 

   "허리를 꼭 잡으시오!"

   요지부는 막상 왕총아가 자신의 허리를 잡자 이상 야릇한 감정이 일어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요지부의 허리를 꼭 붙잡은 왕총아는 요지부의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왕총아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하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어서 갑시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요지부가 말고삐를 당겨 말을 몰아 나가기 시작했다. 


   철통처럼 굳게 닫혀 있던 양양성의 성문이 열리자 관복을 입은 사내가 말을 몰아 성문을 나섰다. 성문의 문지기가 외쳤다. 

   "지현 나리의 행차다!"

   양양성의 지현 제림이었다. 제국모가 일행과 함께 유지협을 데리고 양양성의 성문 앞에 당도했다는 소식을 듣고 성문을 나선 것이었다. 전국 방방곡곡에 수배 방이 붙은 유지협이 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기에 제림이 성 밖으로 마중 나온 것이었다. 사람들의 이목이 미치지 않는 한적한 곳에 이르자 모습을 드러낸 유지협을 보자마자 제림은 다짜고짜 물었다. 

   "송사형은 어찌 되셨소?"

   유지협은 마음이 급한 나머지 말에 탄 채로 제국모의 일행을 가리키며 두서없이 대답했다. 

   "이들을 빌려 주시오! 송사제를 구해야만 하오! 송사제는 사천에서 사로잡혀 북경으로 압송되는 중이오!"

   제국모의 일행은 30여명으로, 모두 무예가 빼어난 자들이었다. 제림은 유지협의 말을 듣자 크게 탄식했다. 

   "아! 송사형......"

   제림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유지협, 송지청, 제림 모두 유송의 직계 제자였다. 18년 전 백련교의 교수 유송이 체포되어 처형되었을 때 그들은 청나라를 쓰러뜨려 사부의 원수를 갚고 만백성들을 위한 새 왕조를 세우기로 맹세했었다. 혈주(자신의 피를 섞은 술)를 함께 마시며 하늘에 맹세하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자 제림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유지협이 다급히 말했다. 

   "제사제! 시급하오! 속히 명을 하달해주시오!"

   놀랍게도 제림은 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가로저었다. 자신의 사제인 제림이 거절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유지협은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제사제......"

   제림이 유지협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사형, 지금 화림이 수십만의 관병을 이끌고 사천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오. 송사형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오."

   유지협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아! 정녕 송사제를 구할 방도가 없단 말인가!"

   유지협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대사형으로서 사제를 지키지 못한 자책감을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지협은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품속에서 두건 하나를 꺼내었다. 백련교의 교수임을 상징하는 백색의 두건이었다. 유지협은 두건을 제림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내 목숨을 버려서라도 사제를 구할 참이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모두 나의 책임이니 백련교 수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겠소. 이제부터는 제사제가 백련교의 수장이 되어 주시오."

   말을 마치자마자 유지협은 말머리를 돌려 달려나갔다. 

   "대사형!"

   제림이 미처 만류할 새도 없이 유지협은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양양성에서 수십리 떨어진 산길에서 두 남녀가 탄 말 한마리가 숨을 헐떡이며 내달리고 있었다. 이들은 다름아닌 요지부와 왕총아였다. 왕총아는 두손으로 꼭 잡았던 요지부의 허리를 놓으며 외쳤다. 

   "이제 거의 다 왔으니 그만 내리겠소!"

   양양성에 거의 다다랐다는 생각에 왕총아가 말에서 뛰어내리려는 찰나, 요지부가 한손을 내뻗어 왕총아의 팔을 잡으며 만류했다. 

   "아직 수십리는 더 가야 하오!"

   왕총아는 자신의 팔이 요지부의 손에 잡히자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놓으시오! 어찌 여인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오?"

   난생 처음으로 사내의 손에 잡힌 왕총아는 팔을 휘저어 요지부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요지부는 왕총아가 말에서 떨어질까봐 손을 놓치 않았다. 

   "이러다 말에서 떨어지겠소!"

   "이 손 놓으라니까요!"

   앙칼진 목소리로 외치는 왕총아의 얼굴은 수줍음으로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몹시 당황한 왕총아는 요지부가 자신의 팔을 놓치 않자 더욱 힘껏 팔을 휘저었다. 왕총아가 몸을 홱 돌리며 팔을 휘젓자 요지부는 몸이 기우뚱하고 말았다. 중심을 잃은 요지부가 말에서 떨어지자 왕총아마저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억!"

   "어머나!"

   왕총아의 몸이 먼저 땅에 떨어진 요지부의 몸위에 떨어진 것이다. 요지부의 입에서 신음을 토하자 깜짝 놀란 왕총아는 요지부의 몸위에 업드린 채로 다급히 물었다. 

   "괜찮나요?"

   "괜찮소."

   왕총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요지부를 일으켜 세우려는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거센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백의를 입은 사내가 쏜살처럼 말을 몰아 달려오고 있었다. 먼저 고개를 돌린 왕총아는 말을 몰아 달려오는 사내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자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유지협!"

   유지협이란 말에 요지부가 벌떡 일어났다. 유지협은 왕총아가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를 듣자 급히 말고삐를 당겨 말을 세우며 외쳤다. 

   "너였구나!"

   말에서 뛰어내리며 검을 빼어든 유지협이 왕총아를 노려보며 외쳤다. 

   "좋은 말로 할 때 내 말을 내놔라!"

   이때 요지부가 급히 손을 들며 외쳤다. 

   "유사숙!"

   이제야 요지부를 본 유지협은 왕총아가 요지부의 말을 빼앗으려 한 줄로만 알고 삿대질을 하며 호통쳤다. 

   "네가 지부의 말도 훔치려 했구나!"

   요지부가 재빨리 다가가 검을 든 유지협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오해요! 이 낭자는 우리편이오!"

   유지협은 어리둥절했다. 

   "이 낭자가 우리편이라구?"

   왕총아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소녀가 유대협께 결례를 범하였사오나,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소서."

   백련교에 대한 적의가 사라진 지금에와서 유지협의 말을 빼앗은 것이 말할 수 없이 미안할 뿐이었다. 요지부가 오해라 말한데 이어 왕총아가 용서를 구하자, 유지협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나는 낭자가 말도둑인 줄 알았소......"

   유지협은 껄껄 웃으며 왕총아에게 빼앗겼던 자신의 말을 살펴보았다. 말은 지칠대로 지친 듯 연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내 말이 지친 것을 알고는 타고온 말에 뛰어오르며 말했다. 

   "지부, 아무래도 네 말을 빌려야 할 듯 싶구나.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이 없으니 이참에 말을 바꾸는 것도 괜찮겠지."

   이 한마디만 남친 채 유지협은 말을 몰아 떠나버렸다. 


   말발굽 소리가 점점 멀어져가는 가운데, 요지부는 멀리 사라져가는 유지협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유지협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이때 왕총아가 말을 끌고 다가와 빠른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소? 다친데가 없다면 급히 서둘러 주셨으면 좋겠소."

   왕총아는 말고삐를 잡은 채 눈으로 말을 가리키고 있었다. 말에 올라타라는 뜻이었다. 요지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즉시 말위로 뛰어올라 말했다. 

   "그대도 타시오!"

   왕총아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거의 다 왔으니 그대 먼저 가시오! 나도 급히 뒤따르겠소!"

   요지부가 고개를 저었다. 

   "일각도 지체할 시간이 없소! 어서 타시오!"

   어머니 걱정에 마음이 급한 왕총아는 요지부의 말에 따르는 도리 밖에 없었다. 왕총아가 마침내 말위에 뛰어올라 요지부의 허리를 잡으며 말했다. 

   "어서 갑시다!"

   순간 말고삐를 잡은 요지부의 두손이 바르르 떨었다. 아무리 의연하려 해도 막상 왕총아의 손이 자신의 허리를 꼭 잡으니 요지부는 두손이 떨리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왕총아는 요지부의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왕총아가 얼굴을 붉히며 급히 말했다. 

   "어서 가요!"

   요지부가 고개를 힐끗 돌려 왕총아를 보며 변명하듯 말했다. 

   "자세를 잡는 중이었소. 꼭 잡으셨소?"

   그 순간 요지부와 눈이 마주친 왕총아는 어쩐지 수줍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요지부가 앞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가겠소!"

   이제야 요지부는 말을 몰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십여리 쯤 달렸을까. 요지부가 간신히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을 몰고 있을 때 왕총아가 불쑥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제 양양성이 코앞이니 그만 내리겠소!"

   사내와 함께 말을 타고 가는 자신의 모습이 혹시라도 양양성 사람들의 눈에 뜨일까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요지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되오! 그대가 성안으로 들어가려면 나와 함께 들어가야만 하오!"

   "나는 성밖에 있으면 되지 않겠소?"

   "그대가 꼭 만나야 할 분이 있단 말이오!"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

   "내 사부님이오!"

   "그대의 사부를 무엇하러 만난단 말이오?"

   "사부님만이 그대의 어머님을 구할 수 있소!"

   왕총아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어머니를 구하려면 요지부의 말을 따르는 수 밖에. 얼마간 침묵하던 왕총아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어머님을 구하려면 혼삿길이 막혀도 어쩔 수 없지......"

   왕총아가 중얼거리는 말이 귀에 들어오자 요지부는 겨우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어찌하여 혼삿길이 막힌 단 말이오?"

   왕총아는 그것도 모르냐는 듯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해보시오! 다 큰 처녀가 사내와 함께 말을 타고 가는 것을 사람들이 보면 오해하지 않겠소? 소문이라도 나면 어찌 하겠소?"

   요지부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이 요지부가 살아있는 한 그대의 혼삿길이 막힐 일은 없을 터, 심려하지 마시오!"

   왕총아는 요지부의 말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요지부가 자신에게 청혼하겠다는 말이리라. 왕총아가 요지부의 심중을 떠보려고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그걸 그대가 어찌 장담할 수 있단 말이오?" 

   요지부가 왕총아와 말하느라 말고삐를 당기지 않자 말이 달리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요지부가 고개를 돌려 왕총아를 바라보았다. 

   "내, 이래봬도 백련교의 대제자이거늘, 그대에게 좋은 배필을 구해주지 못하겠소?"

   요지부는 '그대에게 좋은 배필이 되지 못하겠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왕총아가 당황할까봐 둘러말한 것이다. 순간 왕총아는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요지부의 심중을 알아차린 것이다. 요지부의 시선이 머물자 왕총아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 채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것 같소. 어서 가기나 합시다!"

  앞쪽으로 고개를 돌린 요지부가 말고삐를 당겨 말을 재촉하려는 순간이었다. 

  "지부야!" 

   다름 아닌 제림이 말을 탄 채 바로 코앞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둘이 마주보고 말하느라 앞쪽에서 누군가 말을 달려 다가오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제림이 외치는 목소리에 요지부와 왕총아가 동시에 깜짝 놀라 말에서 뛰어내렸다. 

  "사부님!"

  요지부가 제림 앞에 무릎을 꿇자, 왕총아는 제림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두손을 모아 인사했다. 

  "처음 뵈옵니다."

  제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았다. 

  "낭자, 처음 뵙겠소."

  이어 제림이 고개를 숙인 채 어쩔 줄 몰라하는 왕총아에게 물었다. 

  "그대가 왕낭자요?"

  이미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물든 왕총아가 얼굴을 더욱 붉히며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왕총아는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 마음같아서는 제림에게 어머님을 구해달라 애원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여인의 몸으로 차마 낯선 사내에게 애원할 수가 없어 요지부의 눈치만 볼 뿐이었다. 이때 제림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왕낭자, 잠시 비켜주시겠소?" 

  왕총아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왕총아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무섭게 제림이 꾸짖듯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대체 어찌된 노릇이냐? 우리 백련교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쳐해있거늘, 여지껏 무얼하고 있었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왕낭자와 함께 있었단 말이냐?"

   요지부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사부님께 심려를 끼쳐 송구할 따름이옵니다."

   제림이 되었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내, 더는 말하지 않겠다. 그만 일어나라."

  요지부가 일어나자 제림이 사천의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유대협이 송대협을 구하겠다며 사천으로 떠났으니, 네가 뒤쫓아가서 유대협을 모시고 오너라."

   제림의 명을 듣고도 요지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제림이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 사부의 명에 따르지 않는 것이냐?"

   요지부가 다시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사부님! 제자, 어머니를 구하고자 하는 왕낭자를 외면할 수 없나이다! 부디, 이 제자의 심정을 헤아려 주옵소서!"

   요지부의 절절한 목소리가 제림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제림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졌다. 

    "네가 왕낭자에게 단단히 빠진 모양이구나. 사부의 명을 거역하다니, 이 사부는 안중에도 없단 말이냐?"

    "제자가 어찌 감히 사부님의 명을 거역할 수 있겠나이까? 다만 왕낭자의 어머님을 구해줄 것을 사부님께 간절히 청하나이다."

    요지부의 간절한 목소리에 제림의 마음이 마침내 움직이고 말았다. 제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이란 순서가 있는 법, 사부의 명을 먼저 따르거라. 허면 이 사부가 왕낭자의 어미를 어찌 구할지 생각해보겠다."

    요지부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제자의 청을 들어주시니 참으로 감읍하옵니다."

   제림이 돌연 요지부의 귀에 속삭이며 말했다. 

   "이 사부에게 좋은 생각이 있다. 왕낭자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거라. 알겠느냐?"

   요지부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자, 사부님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저의 신작 소설 [왕총아] 북팔 웹소설 '떠오르는 작가'에 선정되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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