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6화

조정우 2015. 12. 28. 09:00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6화 


   두번째 면사첩


   선조는 이순신에게 삼도수군통제사 이시언의 휘하에서 백의종군할 것을 명했다. 이순신으로서는 세번째 백의종군이었고, 선조로서는 최대한 관용을 베푼 것이었다. 선조는 이순신이 죽음을 위장하여 자신을 기만한 죄를 백의종군토록 하여 씻도록 한 것이다. 


    병신년(1596년)에 일어난 이몽학의 난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워 선조의 신임을 얻어 전라좌수사겸 삼군수군통제사에 임명된 이시언은 이몽학의 잔당들이 공초에서 김덕령이 이몽학과 내통했다고 증언한 사실을 선조에게 보고한 것으로 인해 전라도 백성들의 민심을 잃어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비록 이시언이 고의적으로 김덕령을 모함한 것은 아니라 해도 이몽학이 백성들을 선동하기 위해 퍼뜨린 유언비어에 속은 이몽학의 잔당들의 증언을 여과없이 선조에게 보고하여 이로 인하여 김덕령이 죽음을 당하였으니 이시언에 대한 전라도 백성들의 민심이 좋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순신이 살아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 시절의 부하들이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는 여수로 속속 모여들었다. 


   송희립, 배흥립, 입부 이순신, 유형, 김완, 나대용, 정경달, 권준, 정사준, 송여종, 이의온, 최희량, 제만춘 등 이순신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이들은 이순신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만사를 제쳐 놓고 이순신이 백의종군 중에 있는 여수로 모여든 것이다. 


   이순신이 자식처럼 아꼈던 송희립은 아직도 이순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다. 


   "노량에서 전사하신 줄로만 알았던 장군께서 이렇게 살아계시다니,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임진년에 녹도만호 정운의 군관 출신으로 이순신의 핵심 참모가 된 송희립은 정유년에 이순신이 백의종군에 처하자 형 송대립과 아우 송정립과 함께 이순신을 보좌한 이래 이순신과 부자지간 같은 사이가 되었다. 


   노량 해전 때 이순신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았던 송희립은 이순신이 왜적의 총탄에 맞고 쓰러지기 직전에 먼저 이마에 총탄을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가 의식을 되찾고 일어나 유형과 함께 이순신을 대신해 조명 연합군을 지휘했던 이순신의 조카 이완을 보좌하여 노량 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노량 해전 이후 이순신을 제대로 호위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던 송희립은 이렇게 이순신이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순신이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던 이순신의 참모 유형 또한 이순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아 연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장군께서 이렇게 멀쩡히 살아계시다니, 하늘이 장군을 보우하셨음이 틀림없습니다."


   전란이 끝나고 관직에서 사임하고 고향인 경상도 성주로 낙향했던 배흥립은 다시는 이순신이 혼자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큰소리쳤다. 


   "내, 다시는 장군 혼자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오!"


   "백기(배흥립의 자), 자네의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이미 한번 죽은 몸이니,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네."


   입부 이순신은 이순신이 또 다시 백의종군에 처한 것이 분한 듯 울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풍전등화에 처했던 이 나라를 구하신 장군께서 또 다시 백의종군을 하시다니, 어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소이까?  이 입부가 살아있는 한, 장군께서 고초를 당하시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소이다! 지금 당장 한양으로 돌아가 주상 전하를 뵙고 장군께서 백의종군토록 한 주상 전하의 명을 철회하여 주실 것을 청하겠소!"


   입부 이순신의 말에 이순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입부, 전하께서 임금을 기만한 죄인인 이 몸을 백의종군에 처한 것은 큰 성은을 베푸신 것일세. 나는 이대로 백의종군하다 죽어도 여한이 없으니, 공연히 쓸데없는 일을 벌이지 말게나."


    양녕대군의 후손으로 이순신이 삼군수군통제사 제직시 가장 신임했던 장수 중 하나인 입부 이순신李純信은 전란이 끝난 후 한양의 포도대장으로 제직 중이었으나, 한달여 전, 무고한 병졸을 장살했다는 죄명으로 파직된 후 한양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순신의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말을 몰고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충청도 수군절도사로 제직중인 권준 또한 삼도수군통제사인 이시언의 허락을 구한 후 이순신과 재회했다. 


   "내, 이렇게 장군을 뵈오니,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외다."


   권준 역시 이순신이 살아있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 듯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여수로 이순신을 찾아온 사람들 중 이순신을 가장 놀라게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이었다. 


    "장군, 이 진린이 살아있는 한, 그 누구도 장군을 모함하지 못할 것이오."


   진린은 명나라 황제로부터 받은 면사첩을 이순신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대명의 황제께서 장군께 면사첩을 내려 조선의 임금이 장군을 함부로 죽이지 못하게 하신 것이외다."


   명나라 황제 만력제가 선조가 이순신을 함부로 죽이지 못하도록 면사첩을 내렸던 것이다. 정유년에도 면사첩을 내려 선조가 이순신을 함부로죽이지 못하게 만들었던 명나라 황제가 이순신에게 두번째 면사첩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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