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7화

조정우 2016. 1. 5. 06:00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7화 


   이순신이 거절한 면사첩을 받은 방씨


   진린이 면사첩을 건네주려 하는 순간, 이순신의 반응은 실로 뜻밖이었다. 이순신이 손을 내저으며 면사첩을 거절한 것이다. 


    "이 몸은 임금을 기만하는 죄를 지은 몸이니 황제께서 하사하신 면사첩을 받을 수 없소이다."


   진린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순신이 면사첩을 거절한다면 성격이 괴팍한 만력제가 이순신을 괘씸하게 여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진린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황제께서 내리신 면사첩을 거절하는 것은 신하로서의 예의가 아니지 않소이까?"


   "이 몸은 조선의 신하이지 대명의 신하가 아니오."


   이순신은 진린에게 자신이 조선의 신하이지 명나라의 신하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힌 것이다. 대명의 황제가 조선의 신하인 자신에게 면사첩을 내린 것이 어찌보면 고마운 일이지만, 어찌보면 내정간섭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것이다. 


    진린은 말문이 막혔다. 이순신은 자신이 면사첩을 거절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황제께서 죄지은 이 몸에게 면사첩을 내리시니 황공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으나, 이 몸은 조선의 신하로서 조선의 임금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소이다. 내 뜻을 황제께 전해주시오."


    진린은 이순신의 입장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다시 면사첩을 내밀며 말했다. 


    "내, 이 나라 임금에 대한 장군의 충성심을 모르는 바 아니나, 황제께서 특별히 하해와 같은 성은을 베풀어 내리신 면사첩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부디 받아두시오."


    부탁조였다. 진린은 어떻게 해서든 면사첩을 이순신에게 건네주고 싶었지만, 이순신은 이번에도 손을 내저으며 면사첩을 받기를 거절했다.


   "황제의 하해같은 성은에 참으로 감읍할 따름이나, 임금께 죄지은 몸으로 면사첩을 받을 수 없소이다."

 

    진린은 자신이 아무리 설득해도 이순신의 뜻을 꺾을 수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장군의 뜻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려. 부디 몸 건강히 잘 지내기 바라오."


    "도독께서도 몸 건강히 잘 지내시기 바라겠소."


    이순신과 작별인사를 나눈 진린은 곧장 진남관으로 발길을 향했다. 진남관은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던 전라좌수영 지휘소 진해루 터에 세운 객사로, 지금은 삼도수군통제영 지휘소로 쓰이고 있었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시언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한 것이다. 


    이시언은 진린이 진남관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이때서야 듣고 부랴부랴 마중나갔다. 


    "도독께서 어찌 기별도 없이 삼도수군통제영에 오신 것이오?"


   사실, 진린은 명나라 수군 도독으로서 여수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이순신에게 면사첩을 전해주기 위해 찾아온 것이라 이시언에게 기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진린은 이시언에게 면사첩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내, 대명의 도독으로서 온 것이 아니라, 황제께서 내리신 면사첩을 이순신 장군에게 전해주러 온 것이기에 기별하지 않은 것이외다."


    이시언은 진린의 손에 든 면사첩을 보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순신 장군을 이리로 부르겠소."


   이시언은 아직 진린이 이순신을 만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진린이 그럴 필요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번거롭게 이순신 장군을 이리로 부를 필요는 없소. 이순신 장군의 아들이 이곳에 있다면 불러주시오."


    진린은 이순신이 면사첩을 받지 않자 이순신의 아들 이회에게 면사첩을 전해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회가 이시언의 부름을 받고 찾아오자 진린이 이회에게 면사첩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 면사첩을 자네의 자당께 전해드리게."


   진린은 이순신이 한사코 면사첩을 받지 않으려 하자 이순신의 부인 방씨에게 면사첩을 전해주고 떠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회는 진린의 말을 듣자 이순신이 면사첩을 받기를 거절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진린이 구태여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에게 면사첩을 전해드리라고 말할 이유가 없으리라. 이회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독의 말씀대로 면사첩을 어머님께 전해드리겠사옵니다."


    진린이 진남관을 떠나자 이회는 곧장 면사첩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 방씨에게 면사첩을 전해주며 말했다.

   

   "어머님, 명나라 수군 도독께서 이 면사첩을 어머님께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이제 아버님께서 간신들의 모함을 받아 하옥되시게 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회가 기쁨에 들떠 말하자 방씨는 이순신이 면사첩을 거절했음을 알 수 있었다. 방씨는 이순신의 뜻을 알고도 어기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내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면사첩이 네 아버지를 지켜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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